[리뷰] 디즈니, 픽사 친구들만 봐도 행복하다. 킹덤하츠3
미키마우스, 도날드, 구피 등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의 인기 캐릭터들이 함께 하는 환상의 콜라보로 유명한 스퀘어에닉스의 인기 게임 킹덤하츠3가 한국에 발매됐다.
킹덤하츠는 디즈니, 픽사 캐릭터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이유로 해외에서는 10년 넘게 시리즈가 이어지며 엄청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게임으로,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발매된 작품이 거의 없어 아는 사람들만 아는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팬들의 간절한 바람과 국내 PS4 시장의 급성장이 스퀘어에닉스와 소니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이번에는 정식 발매에 한글 자막까지 더해져서 팬들의 환호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첫번째 정식 발매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스토리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국내에 정식 발매된 작품이 거의 없다보니, 이전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이 시리즈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표지만 봐도 바로 마음이 움직일 정도로 이 시리즈의 강점은 명확하다.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까지 모두 영화관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디즈니, 픽사 캐릭터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세상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 흔히 게임을 평가할 때 시스템이 어떻고, 그래픽이 어떻고, 여러가지를 평가하게 되지만, 킹덤하츠 시리즈는 다른 점을 평가하는게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 장점이 압도적이다.
게임의 주인공은 이제는 촌스럽다고 느껴지는 파이널 판타지 풍의 머리를 한 소라라는 생소한 친구이지만, 소라 옆에는 항상 든든한 도날드와 구피가 함께 하며, 헤라클레스, 토이 스토리, 라푼젤, 겨울왕국, 캐리비안의 해적, 빅히어로6, 몬스터주식회사 등 주옥 같은 작품들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애니메이션과 거의 흡사한 수준의 영상이 실시간으로 나오기 때문에, 전설의 렛잇고 같은 원작의 명장면들을 보면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마치 디즈니랜드로 여행을 가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주인공들을 도와주는 해결사가 되는 느낌이다.
게임 플레이는 다양한 형태의 키 블레이드를 활용해 싸우는 전형적인 액션RPG 스타일이다. 게임 난이도가 높지 않고, 맵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액션 게임 초보자들도 길을 헤매지 않고 쉽게 즐길 수 있으며, 도날드, 구피 등 여러 캐릭터들과의 합동 필살기가 매우 화려하기 때문에, 보는 맛이 있다. 일부러 최상위 난이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 생각없이 공격 버튼만 연타해도 큰 문제없이 스토리를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세키로나 다크소울 같은 하드코어 액션 게임을 주로 즐기는 이들이라면 많이 심심함을 느끼겠지만, 이 게임의 대상 타겟층을 고려하면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매끄러운 벽을 거슬러 올라가서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는 킹덤하츠 특유의 길찾기는 현실에 찌든 어른의 감성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키주는 느낌이라 굉장히 인상깊었다.
쉬운 난이도 때문에 설렁 설렁 플레이하다보면 금방 끝나버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파면 팔수록 깊이가 있는 편이다. 액션이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키 블레이드를 바꿀 때마다 전투 흐름이 달라지며, 메인 스토리 외에 부가 콘텐츠들과 수집 요소들이 꽤 충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라따뚜이 레미와 함께 하는 요리라던가, 애니메이션 세상을 여행하는 구미쉽 업그레이드,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고전 LCD 미니게임 등은 굉장히 흥미롭다. 미니 게임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스퀘어에닉스의 전성기 시절(파이널 판타지7)의 추억이 떠오른다. 물론 메인 스토리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보니 굳이 시간을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욕심을 낼수록 더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속 깊은 친구 같은 느낌이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디즈니, 픽사 팬이라면 두말할 필요없이 캐릭터만 봐도 황홀해질 수 있는 게임이지만, 문제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 쉬워서 손 맛을 느끼기 힘든 액션이야 그냥 적응하면 된다고 하지만, 아무런 준비과정 없이 갑자기 17년간 이어져 온 스토리의 마지막을 듣는다는 것은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출시 전부터 이 점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 스토리의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봐도 도통 이해가 안된다. 디즈니, 픽사 캐릭터 보려고 이 게임을 구입한 사람들에게 잘 모르는 캐릭터에게 얽힌 이야기를 공부하고 게임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디즈니, 픽사는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반해, 악으로 등장하는 13기관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소라의 다툼을 그린 킹덤하츠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느낌을 준다. 환상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검은 외투를 걸친 녀석들이 나올 때마다 게임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다만, 이전작들의 스토리를 모른다고 해서, 오랜 기다림 끝에 한글 버전으로 등장한 킹덤하츠3를 포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소라와 리쿠, 록서스 등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알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테지만, 그것을 몰라도 여러 애니메이션 왕국에서 펼쳐지는 개별 이야기만으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원작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는 디즈니 쪽보다는, 킹덤하츠만을 위한 별개의 스토리를 제공하는 픽사 쪽 월드들이 더 흥미진진하다). 이전 작품들을 플레이하거나, 아니면 유튜브를 통해 공부를 한다면 가장 최선이겠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디즈니랜드에 놀러가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나쁜 녀석들을 물리치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됐다는 느낌으로 플레이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