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와 펍지가 증명한 게임산업의 폭발력. 이래도 무시할텐가?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가 발표한 2018년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결과(2017년 기준)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콘텐츠산업 수출액 총 88억 달러 중, 게임이 59억 달러로 최다를 기록했으며, 종사자수도 81,932명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한 수치를 기록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WHO 게임 질병 코드 발급으로 인해 미래 산업이 아닌 중독 물질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억울해지는 놀라운 수치들이다.
재미에는 국경이 없는 만큼, 성공한 게임은 인터넷을 타고 놀라운 속도로 전세계에 퍼지게 된다. 최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급의 세계적인 스타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등장해 국내 게임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며 이미 대기업으로 자리잡은 엔씨, 넥슨, 넷마블, 이른바 3N을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펄어비스와 펍지주식회사가 선보인 폭발력은 다른 분야에서 흉내도 낼 수 없다.
펍지주식회사가 2017년 선보인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전세계인 문화현상이 됐다.
브랜든 그린이라는 개발자가 선보였던 인기 FPS게임 아르마2의 모드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독특한 장르였지만, 펍지주식회사가 브랜든 그린을 영입하고 선보인 본격적인 배틀로얄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단숨에 전세계 1위 게임에 오르면서 FPS 게임 시장 판도를 바꿔버렸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배틀그라운드를 따라 만든 배틀로얄 모드로 전세계 시장을 휩쓸었으며, EA, 액티비전 같은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들도 연이어 배틀로얄 신작들을 발표하고 있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PC, 콘솔 합산으로 지금까지 판매량이 5500만장을 넘겼으며, 모바일도 누적 2억 다운로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으면서 IP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펍지주식회사가 2018년에 벌어들인 매출만 무려 1조 493억3840만원에 달한다.
처음 배틀그라운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20여명이었던 직원수도 지금은 300여명을 넘어섰으며, 세계 각국에 지사도 설립하고 있다. 테라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던 크래프톤(구 블로홀)은 2015년 펍지주식회사를 인수한 것이 신의 한수가 돼 세계적인 개발사로 거듭났으며, 현재 에어, 미스토오버 등 다양한 신작들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18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펄어비스는 2014년 선보인 검은사막에 이어 2018년 검은사막 모바일까지 성공시키며 세계적인 개발사로 거듭났다.
2017년에 1172억이었던 매출은 2018년에 4043억으로 244.9% 증가했으며, 근무 인원도 2017년말 356명에서 2019년 상반기에 794명으로 12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인수한 해외 개발사 CCP게임즈를 포함하지도 않은 수치다. CCP 게임즈는 이브 온라인를 성공시키며 세계적인 개발사로 인정받고 있는 곳인 만큼, 펄어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검은사막의 PS4 진출 및 검은사막 모바일의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 등 호재가 아직 많이 남아있으며, 김대일 의장이 직접 개발 중인 신형 엔진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X 등 신작도 준비 중이다. 이 폭발적인 성장이 단기간의 반짝 효과가 아니라 계속 현재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성공한 게임들은 단기간에 전세계로 퍼지면서 다른 산업에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기록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슈퍼셀을 배출한 핀란드, CD 프로젝트 레드를 가진 폴란드 등 여러 국가들이 게임산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다.
다만, 현재 한국은 게임을 중독 물질로 바라보며 진흥 보다 규제에 더 열을 올리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청소년의 지나친 게임 과몰입에 빠지게 될 때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지만, 게임만 규제하면 청소년들이 공부만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게임산업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책임 떠넘기기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지탱할 수도 있는 미래산업의 싹을 짓밟아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