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짬뽕도 맛있는 SRPG 원조 맛집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
SPRG(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의 시초라 불리는 '파이어엠블렘'의 최신 버전이 닌텐도 스위치로 지난 7월 26일 발매됐다.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이하 풍화설월)'이 그 주인공. 게임은 전통의 인텔리전트 시스템과 코에이테크모가 힘을 모아 개발했고 닌텐도가 유통을 맡았다.
해당 시리즈는 90년 패미컴 첫 작품 발매 이후 다양한 플랫폼으로 시리즈가 이어져 오며 SRPG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게임은 캐릭터가 전선에서 한 번 이탈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게이머들에게 바둑 못지않은 한 수의 고민과 세이브&로드 신공의 달인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작품이다.
만만치 않은 난도를 자랑하기에 시리즈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은 한번 플레이하면 재미도 재미지만, 화가 나서라도 계속 플레이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는 사이 게임에 빠지고 만다.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넘쳐나는 SRPG 중국집 짜장면 중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맛으로 무장한 맛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풍화설월'은 좀 다르다. 시리즈 정통의 높은 난도도 얼마든지 쉽게 플레이 수 있도록 변경했다. 특히, 이번에는 주인공이 선생님이 되어 학생을 가르치는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를 준비했다. 육성 시뮬레이션에서 빠지면 아쉬운 일종의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까지 가미했고 말이다. 남성 주인공으로 남학생과 브로맨스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SRPG와 육성시뮬, 연애시뮬, 학원물이 한데 버무려진 웃기는 짬뽕인 셈인데, 그 짬뽕이 맛있다. SPRG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다양한 장치들이 SRPG 본연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다.
'풍화설월'은 포드라라는 땅에 자리한 세 국가 이야기를 그린다. 포드라에는 황제가 통치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스테리아 제국, 왕과 귀족들이 자리한 퍼거스 신성왕국, 왕 없이 귀족들의 공동체로 구성된 레스터 제후 동맹령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국가는 가그르 마크 대수도원이란 일종의 학교와 같은 공간에서 각 국가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를 함께 한다. 아스텔리아 제국 황녀가 반장인 흑수리반, 퍼거스 신성왕국의 왕자 디미트리가 반장인 청사자반, 레스터 제휴 동맹의 명가 출신 클로드가 반장인 금사슴반이 그 주인공이다. 여담이지만, 많은 게이머가 1회차에 황녀가 이끄는 흑수리반을 선택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게이머는 왕위 계승자 등 능력있는 반장이 이끄는 세 반 중 하나를 선택해 담임 선생님이 되어 게임의 1부를 즐길 수 있다. 학교 내에서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며 학생들과 인연을 쌓아 간다.
해당 반의 반장이나 유력한 인물이 아니라면 다른 학급 학생을 스카우트할 수도 있다. 다만 해당 학생이 관심이 있는 능력치를 그만큼 올려야 한다. 선생님 노릇이 여간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매달 주어지는 과제(전투 스테이지) 해결을 위한 협업도 가능하니 다양한 학생들과 연을 쌓는 것도 가능하다. 후술할 다양한 즐길거리를 통해서도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1부에서 각 국가의 실력자와 인연을 만들어간 주인공은 2부에서 한자리를 차지해 2부의 이야기도 함께한다. 역시 학연, 지연 등 인맥이 최고다. 각 진영의 실력자가 된 제자들은 여전히 주인공을 선생님으로 잘 따른다. 2부에서는 선생과 학생의 관계보다는 스터디 그룹의 관계에 가까운 느낌이다.
스토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2부에서는 수도원에서 함께했던 제자들이 각자의 정의를 앞세워 서로 싸우는 광경이 펼쳐진다. 어제의 친구와 제자가 오늘의 적이다.
2부에서는 흑수리, 청사자, 금사슴 등 각반마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3개의 반이 마련됐고 별도의 이야기도 있으니 최소한 4회차 이상 플레이해야 게임을 제대로 즐긴 셈이다. 게다가 각반마다 이야기 분기도 마련되어 있고, 2부에서 별도의 선택도 가능하니 회차 플레이 환장하는 게이머라면 두 손 들고 만세를 부를 만하다. 만세!
육성 영역은 한 달 기준으로 진행된다. 한 달 동안 다양한 즐길거리를 즐기고 마지막 주에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크게 산책, 강습, 출격, 휴식 메뉴가 마련되어 있으며, 전직이나 도구점 이용 등도 준비됐다.
먼저 산책의 경우 수도원을 직접 오가면서 다양한 퀘스트를 해결하고 주인공의 지도력을 올릴 수 있다. 지도력을 올리면 행동력도 늘어나 산책 시 행동력을 소모하는 다양한 즐길거리를 더욱 폭넓게 많이 즐길 수 있다. 다과회나 음식 만들기, 합창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됐다. 여기에 낚시, 온실 재배 등 행동력을 소모하지 않은 즐길 거리도 있다.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즐기기 위해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산책을 선택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산책을 통해서 선물을 주고 분실물을 찾아주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즐기며 학생들의 의욕을 올리면 캐릭터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메인 스토리 진행에서 볼 수 없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만나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학생의 매력도 확인할 수 있다.
강습은 선생님들의 특기를 배우는 것으로 일일이 가르치는 것보다 편리한 방식이다. 각 캐릭터는 검술, 창술, 신앙, 비행 등 다양한 목표 중 2가지를 설정해 육성하게 되는데, 설정해둔 목표에 따라 강습을 받는 인원도 변경된다. 2부에서는 각 목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제자들이 직접 강습을 진행한다.
목표를 달성하고 5, 10, 20, 30레벨을 달성할 때마다 시험을 보고 전직할 수 있으며, 특정 직업에 숙달하면 보너스 능력치를 받는다. 최상급 전직 캐릭터의 경우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캐릭터, 흑마법과 백마법에 모두 통달한 캐릭터 등 매력적인 직업이 많다. 주인공과 반의 반장인 캐릭터는 특수한 직업도 존재해 게임을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외에 성인상에 전투를통해 획득한 명성을 투자해 다양한 이득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출격 메뉴에는 과제 외의 다양한 스테이지에 도전해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 등을 만나는 외전격 이야기와 프리 스테이지 등이 마련됐으며, 주어진 별도의 행동력 내에서 플레이해 즐길 수 있다. 행동력을 지도 레벨을 올려야 보너스를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산책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서로 물리고 물려 있다.
게임의 핵심인 SRPG 부분은 역시 전통의 강자답다. SRPG로 발전을 거듭한 시리즈답게 정말 다양한 장치들이 녹아 있다. 캐릭터간 관계에 따른 연계 공격 보너스, 각 직업이나 무기 사용에 따라 변화하는 대미지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여기에 별도의 기사단 관리와 부관 시스템, 특별한 보너스 능력을 주는 바닥 타일 등 SRPG에서 있을 만한 시스템은 대부분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초보 게이머도 입문하기에 적합한 것이 강점이다. 게임에는 클래식 모드와 캐주얼 모드가 준비되어 있으며, 클래식 모드는 잃은 동료가 돌아오지 않는 시리즈 정통의 모드다.
다만 이번에는 클래식 모드에서도 '천각의 박동'이라는 시간을 돌리는 기능을 활용해 턴을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한 수 한 수 심혈을 기울여 플레이하는 부담이 조금 줄었다. 기존 시리즈보다 확실히 수월하다. 캐주얼 노멀 난이도의 경우에는 위임만으로 게임 클리어가 가능할 정도로 쉽다. 특히, 노멀 난이도에서는 행동력을 사용하지 않는 스테이지도 등장해 캐릭터 육성에 굉장히 유리하다.
아울러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을 여러 차례 즐겨야 게임의 참모습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데, 다회차 플레이어를 위한 계승 요소도 마련되어 있어 플레이 부담이 덜하다. 명성치, 성인상 강화, 기사단 등이 계승된다. 스토리의 경우 모두 스킵이 가능하므로 긴 플레이 타임에 관해 부담도 적다.
이 외에도 게임의 일러스트와 구현된 그래픽이 큰 차이 없이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구현됐으며, 전투 씬의 경우 프레임 드랍이 종종 발생하지만 제법 보는 재미가 있다.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은 시리즈를 즐겨온 게이머도, 시리즈를 처음 만나는 게이머에게도 모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닌텐도 독점작 중 최고 게임이 아닐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