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본이 무너졌다. '절체절명도시4 플러스'
일본이 무너졌다. 그리고 기자의 멘탈도 무너졌다. PS4용 게임 '절체절명도시4 플러스(이하 절체절명도시4)'의 이야기다.
'절체절명도시4'는 지진 재해를 테마로 한 시리즈 '절체절명도시'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게임은 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믹하고 괴상한 선택지와 어딘가 모자라는 모습으로 B급 게임을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특히, 2009년 출시된 3편이 2011년 일어날 대재난을 예언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런 이유로 4편의 출시를 기다린 게이머들도 많았다.
4편은 애초에 2011년 PS3로 발매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취소됐다. 게다가 그해에는 후쿠시마 사태로 더 잘 알려진 도호쿠 대지진까지 겹쳤으니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 여기에 개발사인 아이렘이 문을 닫으며 영영 돌아올 수 없을 듯했다. 그랬어야 한다.
하지만, 회사의 직원들이 위기의 상황에서도 힘을 모아 새로운 회사 그란젤라를 차려 개발을 이어갔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2019년 게임이 출시될 수 있었다. 일본에서 먼저 발매되었으며 한국에는 디지털터치가 8월 8일 정식 발매했다.
게임은 나쁜데 그렇게 나쁘지 않다. 무슨 이야기냐면, '절체절명도시'는 사실 뛰어나고 좋은 게임은 아니다. 애초에 큰 기대 없이 플레이하고 B급 감성을 즐긴다면, 참고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는 이야기다.
먼저 그래픽이다. 게임은 고퀄리티 그래픽 게임의 대명사 언리얼엔진을 활용했다. 워낙 기대치가 낮았기에 생각보다 좋은 그래픽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을 정도다. PS3 시절에 나왔다면 제법 괜찮은데라는 평가가 나왔을 수도 있다. 여기에 지진이 발생하고 각종 건물이나 바닥이 무너지는 모습과 언제든지 1인칭과 3인칭을 변경할 수 있는 카메라 시점 등 제법 노력을 기울인 부분도 있다.
문제는 초당 프레임이다. PS4든 PS4 프로든지 아무 상관없다. 그냥 엄청나게 프레임이 떨어진다. 복사 붙여넣기로 만든 듯한 게임 내 NPC가 조금만 많아지면 여지없이 프레임이 떨어진다. 물론 해당 시리즈가 등장한 이후로 그래픽나 프레임 안정화 등에서 높은 완성도를 바라지는 않았기에 시리즈의 정통을 아는 게이머라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게임 시리즈는 재난에 처한 상황에서도 다소 코믹하고 해괴망측한 선택지를 선택하는 재미가 살아 있었던 게임이다. 다만 이번 작품인 4편에는 그런 재미도 많지 않다. 스토리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많이 언급하지는 않지만, 선택지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상황에 어울리지 대사를 골라도 그냥 넘어가는 수준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게임 초반부를 게임은 도시에 처음 방문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와 여자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시작하며, 게임을 시작할 때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개발사에는 면접을 보러온 학생 정도로 주인공을 설정한 듯하나 면접을 보러왔다고 고르든 환상적인 만남을 기대하고 왔다고 고르든 게임 진행에는 차이가 없다.
심지어 후자를 선택해도, 면접을 진행 중인 회사에 가서 지진으로 면접을 못 봤으니 왕복 차비를 얻어 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 선택지가 가진 힘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스토리 자체도 아주 매력적이지는 못하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직업도 없는 청년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엄청난 부자가 된다. 게임 막바지에 가면 이 정도 돈이라면 매일 재난이 일어나길 바랄 정도 수준이다.
게임의 시스템도 좀 아쉽다. 배설, 배고픔, 스트레스 등 다양한 시스템을 준비했으나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통해 각각 쌓아가는 선행과 악행 포인트 등도 큰 의미가 없다. 자유도 측면에서 오히려 2편보다 퇴보했다. 여기에 맵이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닌데 맵을 넘어갈 때마다 로딩을 해야하고, 문 여는 동작도 갑갑하다.
또한, 게임의 시스템상 해당 맵에서 목표를 직접 제시해 주지 않아 진행이 답답할 수 있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라는 거야?”라는 질문을 기자도 계속 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얼마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게임 자체는 총체적인 난국이지만 이 게임 가진 가치가 있다면, 재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 정말 남을 위하는 사람, 지금 당장 회사 일이 중요한 사람, 재난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감금, 겁탈 등도 일어난다.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한국어화가 비교적 잘됐다는 것이다. 게임의 특성상 표지판이나 건물의 간판 등을 잘 읽을 수 있어야 진행에 수월한데 모두 한국화 됐다. 버스정류장이나 트럭에 그려진 글까지 작업이 진행됐을 정도다. 한국 출시를 위해 노력한 디지털터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8년 만에 게이머들 품으로 돌아온 절체절명도시4는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은 아니다. 다만, B급이나 그 이하 게임임을 알고 큰 기대 없이 플레이하면 뜻밖에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구린 냄새일수록 돌아서면 생각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