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2의 진한 향기가 가득한 대항해시대 오리진
80~90년대 격동의 세월을 거친 게이머라면, 코에이 게임 시리즈 한번은 해봤을 것이다. 악의 제갈량이라는 충격적인 시나리오로 진행할 수 있는 조조전,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을 무대로 펼쳐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 칭기스칸과 수 많은 이들의 밤을 지새우게 만든 삼국지 시리즈까지 그 당시 코에이는 그야말로 명작들을 쏟아내는 회사 중 하나였다.
이 코에이의 명작 시리즈 중에서도 게이머들에게 단지 게임을 했을 뿐임에도 대서양의 주요 항구를 외우게 만들며, 세계 지리 점수를 쑥쑥 올려준 게임이 있었으니 대항해시대 시리즈가 그것이다.
전세계 대양을 누비며, 무역과 대륙의 패자를 찾는 모험을 떠나는 대서사시를 그린 대항해시대는 당시 소년 소녀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며, 수 많은 마니아를 만든 게임이었고, 이 인기에 힘입어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비롯한 다양한 속편이 현재까지 등장하는 중이다.
이렇듯 30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꾸준히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대항해시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호평을 받은 2편이 이제 한국 개발사의 손에서 개발되어 오는 2020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로 라인게임즈 산하 개발사 모티프가 개발 중인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그 주인공.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코에이테크모게임즈와 함께 개발 중인 오픈월드 MMORPG로, ‘대항해시대2’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16세기 중세시대의 복장 및 건축 등 다양한 문화를 비롯해 항구, 함선 등을 최신 언리얼엔진4 기반의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약 200곳 이상의 항구를 탐험하며, 1,000명 이상의 중요 캐릭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약 4,000여 종의 발견물 및 1,000여 종의 문화별 장비 등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원작 팬들에게 친숙한 칸노 요코(의 OST를 포함한 100여 곡의 BGM을 구현해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살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개발 중인 모티프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 모티프의 이득규 대표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대항해시대2의 재미를 지금의 모바일로 구현한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대항해시대2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다만 이 게임의 타이틀이 대항해시대2M이나 리메이크가 아닌 오리진인 이유는 원작의 재미요소를 구현하면서도 이 게임만의 차별화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시점도 탑뷰가 아니라 쿼터뷰로 바뀌었고, 시간에 따라 밤과 낮이 있고, 메르카토르 도법을 기반으로, 이동시간이 진행되는 등의 사실감도 더했습니다. JRPG이면서도 자유도가 높은 원작이 재미를 MMORPG로 풀어낸 게임이라 할 수 있죠”
테일즈위버와 조조전 온라인 등의 디렉터를 맡은 모티프의 이득규 대표는 많은 이들이 액션 RPG와 이른바 ‘되는 게임’ 장르에 집중하고 있을 때 홀로 고전 IP의 현대적인 해석을 진행하며, 명성을 얻은 인물이기도 하다.
“조조전 이후 어떤 게임을 만들까 고민하던 중 저에게 큰 인상을 남긴 대항해시대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더욱이 2020년 대항해시대가 3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기도 했고요. 게임을 함께 만들 수 있는 회사를 찾던 가운데, 김민규 대표를 만났고, 라인게임즈와 함께 코에이 테크모를 찾아가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되어 오리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유명 IP를 기반한 게임은 보통 라이선스를 확보한 퍼블리셔(서비스사)가 개발사에게 의외를 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개발사가 직접 퍼블리셔에게 IP 개발을 의뢰했고, 이에 함께 코에이를 찾아가 IP를 확보한 매우 드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코에이와 협업 과정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의 회사들은 자신들의 IP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을 해외 개발사가 만들 경우 캐릭터의 장신구 디자인이나 위치 심지어 얼굴 채색 농도에 이르기까지 검열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신생 개발사인 모티프가 IP 사업으로 유명한 코에이와 협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득규 대표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단순히 회사에서 만든 것을 코에이에게 확인 받는 상하 관계가 아닌 서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협력 개발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게임의 진행 방향에 대해 경영진과 협업을 하고, 실무를 분담하는 등 상호 컨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항해시대가 워낙 방대한 세계를 다루고 있어 원작의 고증이 매우 중요한데, 코에이에서는 오랜 시간 프로젝트를 맡아온 사람이 많아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잡아주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로 대항해시대에는 당근이 보라색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15세기 당시는 당근은 개량하기 전이라 정말 색이 보라색이었습니다. 이런 아는 사람만 아는 그 나라의 문화와 당시 분위기를 잘 잡아 내주기도 했죠”
고증과 함께 현대 시각에 맞는 재해석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원작 함대전의 스타일을 그대로 지니고 있지만, UI와 캐릭터 및 함선 디자인이 모두 모바일에 맞추어 재해석했다. 여기에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시나리오나 출발위치가 달라지지만 유럽 중심으로 구성된 전작과는 달리 한국 캐릭터로 거상 김만덕이 등장하는 다른 문화권에도 초첨을 맞춘 것도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특징 중 하나다.
여기에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전혀 경험한 적 없는 현시대 게이머들을 위해 직접 원작을 모르는 대학생 친구에게 플레이하게 한 뒤 받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선해 나가며 조정을 해 원작을 아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원작을 모르는 이들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오는 2020년 대항해시대 시리즈 30주년에 맞추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이득규 대표는 모티프는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만들자는 일념 아래 게임을 만들고 있으며, 원작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아직은 회사를 키워가며, 배우는 스타트업의 입장이지만, 저희 모티프는 그릇된 정보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게임 내에서 녹여내,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게임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통해 첫 발걸음을 내딛는 회사인 만큼, 우리와 함께 뜻을 같이하며 꿈을 키워나갈 인재들도 많이 저희 회사를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