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 취업문 닫고 구조조정..규제 일변도에 산업계 '다 죽을판'
"국내에 내로라하는 대형 게임사들 전부 인원 축소에 나선 상황이에요. 진짜 이직할 곳이 없어요. 올해 들어 갑자기 확 힘들어졌네요."
게임산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늘어나는 마케팅 비, 치열해지는 경쟁, 밀려오는 해외 게임사 등으로 만만치 않게 변모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중소 게임사들은 물론 대형 게임사들까지 움츠러들면서 시장에 빨간불이 켜지는 모양새다.
< 허덕이는 게임사들..이직할 곳이 없다>
30~40명 규모의 중소 게임사인 S사에 다니는 A(40)씨는 2개월 연속 급여가 연체되자 서둘러 이직할 곳을 찾았지만, 1달이 지나도 마땅한 이직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아온 클라이언트 개발자인 그는 3N사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 조차 거의 취업자를 뽑지 않는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으며, 잘 알고 지내던 개발자 동료들 조차 추천을 커녕 자기 목이 언제 날아갈지 모른다며 하소연하는 것을 보고 업계가 심상치 않음을 실감했다.
실제로 국내 게임 시장은 점점 시장 상황이 악화되어 30~40명 단위의 중소 개발사들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운좋게 살아남은 업체들 또한 급여 체납 현상을 보이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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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ame.donga.com/92332/
어떻게든 매출 상위권에서 버티던 대형 게임사들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부터 회사 매각 이슈가 있던 넥슨은 신규 직원 채용이 홀드된 채 지난 16일부터 22개의 신작 프로젝트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또 수 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게임빌이나 YJM게임즈에 투자받은 액션스퀘어의 개발자들 또한 언제 정리가 될 지 모르는 상황이며, 넷마블 또한 주 52시간 도입 등 체질 개선에 대한 영향으로 1년에 신작 게임 2개 나오기가 어려울만큼 신작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또한 신규 프로젝트가 여러 개 접혀 개발자들이 갈 곳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게임사들의 영업이익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선데이토즈나 넷마블 등은 비교적 양호한 매출 실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료나 IP 비용 등의 증가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 '리니지M' 등으로 굳건히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조차 영업이익률이 30%대에 머무는 등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영업 이익률 저하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새로 출시한 게임이 소위 매출 5위권 안에 드는 '대박'을 쳤지만, 폭등한 마케팅 비 및 외부 IP 비용 등으로 인해 출시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손익분기 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시장이 극도로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 개선되지 않는 환경.. 질병화로 규제 폭탄 예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게임사들의 불안감이 향후 더 심해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게임 시장의 여건이 나아질만한 부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반면,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사업환경은 더 열악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업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WHO의 '게임 질병코드' 등록 이슈다. 게임이 질병이라고 선언한 WHO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방침과 함께 어떻게든 게임을 질병화하겠다는 각오다.
이렇게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되게 되면 게임업계의 타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취업하려는 인재들이 게임 쪽을 꺼리게 되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고, 또 게임 종사자들 또한 질병유발자 취급을 받는 등 전반적인 산업 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지어 학교 교육 과정에서도 게임은 정신병이라는 논리로 학부모에게 불안감을 고조시켜 잘못된 인식과 함께 전방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시민단체들로부터 게임세 신설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안그래도 생존이 어려운데, 매출 1%를 상납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 분야 종사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라에서 미래의 주된 먹거리이자 수출의 역군인 게임 분야를 장려해도 모자를 판에 왜 게임을 사회악으로 만들어 구속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하나, 질병 코드와 더불어 외교적인 문제도 게임업계를 옥죄는 요소다. 몇 년째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진출은 불가능한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 게임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현 상황은 반드시 해법이 나와야할 이슈로 지목된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국내 게임사들이 어느정도 중국 게임사들을 견제할 수 있었지만, 대자본을 바탕으로 밀고들어오는 중국 게임사들에게 올해는 유독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게임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면 활로가 펼쳐질 수 있지만 중국 정부에서 한국 게임을 엄격히 막고 있어 외교적인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게임 투자 자체가 씨가 말라 신작 게임 프로젝트가 생성되기 힘든 점, 5G나 클라우드 등의 신기술에 대한 대응이 대두되는 점, 그리고 뽑기 같은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에 지친 게이머들이 국산 게임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국내 게임사업 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체질 개선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장원 동명대 디지털미디어 학부 교수는 "지금이 국내 게임업계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평가하며 "대폭적인 정부 지원과 함께 중국시장 개방 등의 진흥책을 꺼내놔야 게임업계가 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또 "정부가 지금처럼 각종 규제 일변도로 간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