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래프톤의 새로운 도전 미스트오버, 이것은 캡사이신의 매운 맛이다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키며 전세계적인 개발사로 떠오른 크래프톤이 이번에도 스팀 및 콘솔로 새로운 신작을 선보였다.
이번에 출시된 미스트오버는 크래프톤이 자체 개발한 게임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흔치 않은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대부분 모바일 게임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PC와 콘솔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게다가 전세계적으로도 마니아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로그라이크 장르를 선택했다는 것은 더욱더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확률형 뽑기로 가득한 국산 게임에 질려서, 해외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개성있는 게임을 바라던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로그라이크 장르는 입장할 때마다 바뀌는 던전으로 인해 매번 긴장감 넘치는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마다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죽으면 그 던전에서 획득한 모든 아이템과 경험치가 사라지거나, 여러 파티원이 함께 하는 게임인 경우에는 한번 죽으면 다시 부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게이머들의 정신을 파괴하는 장르로 유명하다.
미스트오버는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존재 환수들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은 인류가, 환수들을 물리치기 위한 비밀을 찾아 던전으로 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8가지 종류의 캐릭터(클래스)들로 팀을 구성하고, 전략적으로 던전을 탐험해야 하며, 던전은 매번 변하는 것은 물론, 재액의 안개로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고 동시에 식량이 점점 줄어드는 등 각종 위험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기본 전투 방식은 턴제 전투 시스템이며, 조사대원은 최대 13개의 다양한 스킬을 배울 수 있으므로 탐험을 떠나기 전에 효율적인 스킬을 세팅하여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 효율적인 진형을 짜게 될 경우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협력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나, 적들도 온갖 상태 이상을 동원한 위력적인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한 턴이라도 실수하게 되면 파티원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또한, 던전 탐험 결과에 따라 인류의 멸망까지 남는 기간을 보여주는 멸망의 시계가 움직이기 때문에, 던전 안에 몬스터는 물론 보물상자까지 완벽하게 탐험을 해야만 인류 생존의 비밀을 알아낼 때까지 멸망의 순간을 늦출 수 있다.
던전에서 움직일 때마다 줄어드는 배고픔 수치와 시야,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서 여러가지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함정과 몬스터, 그리고 이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까지. 미스트오버는 한국판 다키스트 던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꽤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무장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의욕만 앞섰을 뿐, 완성도는 그에 못 미친다는 것이 문제다. 콘솔 패드를 사용하도, 키보드를 사용해도 불편한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편함만 느끼게 하는 어설픈 난이도 조절이 도전의식 대신 짜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스트오버를 플레이하다보면 초반부터 엄청나게 빨리 줄어드는 배고픔 수치와 시야 수치, 그리고 각종 상태 이상 때문에 각종 대비 아이템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던전 탐험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던전 탐험을 끝내고 나면 비싼 돈을 들여 준비했던 아이템들이 모두 원래 가졌던 능력치에 한참 못 미치는 오염된 아이템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식량의 경우 배포픔 수치를 160 올려주지만, 오염된 식량으로 변하면 달랑 40만 올려주며, 각종 상태 이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출혈 상태 이상의 경우, 초반에는 대처할 마법이 없기 때문에 붕대가 필수적인데, 충분히 대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염된 아이템을 사용하다가 출혈이라도 걸려 버린다면,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시체가 되어 버린다. 아무리 로그라이크 장르라고는 하지만, 게임 초반부터 소모 아이템 사느라 가계가 휘청이는 게임은 미스트오버가 처음인 것 같다. 세이브 기능이라도 있으면 심기일전해서 다시 도전할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자동저장 시스템이라서 한번이라도 던전 도전에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인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멸망의 시계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멸망의 시계는 던전 탐험 성취도에 따라 남은 시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개념인데, 던전 탐험 성취도는 그렇다 하더라도, 파티 권장 레벨보다 낮은 레벨의 던전의 경우에는 완벽하게 클리어해도 멸망의 시계가 줄어든다. 난이도가 높거나, 파티원 사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경우 노가다를 통해 충분한 대비 후 도전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RPG에서 전투 후 파티원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파티원의 마법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이것도 안된다. 비전투 상황에서는 파티원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으며, 파티 리더를 교체하면 리더 스킬이라는 단 하나의 마법만 사용할 수 있게 해뒀다. 그리고 배고픔 수치가 떨어지면 그마저도 사용 불가다. 여러가지 문제 상황을 주어진 능력을 활용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마다 아이템, 마법 등 미리 답을 정해두고, 없으면 죽으라는 느낌이다.
이렇듯 미스트오버는 아예 독창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국내에서는 드문 장르인 로그라이크 장르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응원을 해줄만한 게임이긴 하다. 하지만 로그라이크 장르이기 때문에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게임의 방향성을 빗나가게 만든 느낌이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청양고추를 넣은 시원하고 깔끔한 매운 맛이 아니라, 캡사이신으로 억지로 만든 인위적이고 고통스럽기만 한 매웃 맛이다.
게이머들이 다크소울, 다키스트 던전 같은 어려운 게임에 열광하는 것은 어렵긴 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난이도 덕분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한번 출시하고 끝나는 시대가 아닌 만큼, 어려움과 불편함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을 해서, 아직은 미완성 상태인 미스트오버를 게이머들이 바라는 형태로 완성시켜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