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고치 썸 메르헨, '다마고치 한글로 즐겨보니 애정도 두배'
알에서 깬 애완 몬스터를 키우는 다마고치를 처음 손에 잡았던 것은 10여년 전.
단순한 흑백 그래픽과 조악한 시스템 구성에 크게 실망한 후 그동안 시리즈가 계속 나와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지만, 지난 10월에 반다이에서 내놓은 다마고치 썸 메르헨 버전이 최초의 한글화에 총천연색 칼라 그래픽을 갖췄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가 동했다.
(패키지 구성. 핑크, 블루, 화이트, 퍼즐 4가지 색상중에 퍼플을 골랐다)
사진만 봤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구입해서 손에 쥐어보니 썩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고급스러운 재질과 함께 마감도 좋았고 한 손에 쏙 쥐어지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케이스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서둘러 다마고치를 켰다.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뒷판을 아래로 내려야 건전지를 넣을 수 있다)
건전지를 넣고 실행하니 이름과 성별 등을 입력하라고 하고, 입력을 하면 바로 시작된다. 배고프고 애정이 없어서 울기 시작하는 아기 몬스터. 얼른 유아식을 먹이고 인형놀이를 시켜주니 금방 웃음을 되찾았다.
버튼은 총 3개인데, 가장 왼쪽 버튼이 메뉴 + 메뉴이동이며 가운데 버튼이 선택, 그리고 오른쪽 버튼이 캔슬이다.
(아기 다마고치가 태어났다)
시스템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식사 게이지가 줄어드는데, 한 번씩 밥을 먹이고 응가가 나오면 치우고 가끔 놀아주면 된다. 워낙 간단한데다 한글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구성이고, 보통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면 인간 기준으로 보면 아기에서 청소년으로, 그 뒤에 청년으로 다마고치 몬스터가 커지게 된다.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는 취침모드)
가끔 레스토랑에서 맛난 것을 먹이거나 혹은 놀아주는 도구를 사주려면 돈이 필요한데, 돈은 몬스터를 진화시켜도 생기지만 백화점으로 이동해서 미니게임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미니게임은 버튼을 연타하는 파도타기 미니게임과 돌고래로부터 상자를 받는 미니게임 2가지. 1회 성공하면 200 달러를 주고 중간에 실수하면 140달러정도를 준다. 몇 번이고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어느정도 귀찮음만 감안하면 돈을 무제한 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돈을 모아서 VR기기도 사주고 하모니카도 사주고 그림판도 사주고 비빔국수도 먹여주고 우동도 먹여주고..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키우는 몬스터에 대한 애정도 늘어나는 느낌도 대폭 늘어난다.
(다마고치들..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재미난 것은 이 다음. 이번 다마고치에는 결혼 시스템이 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다양한 친구 다마고치들과 마주치는데, 마주치는 회수가 늘어나면 아는사이-> 친구->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또 일정 시간이 지나서 몬스터가 나이를 먹으면 반지같은 액세서리를 구매할 수 있게되고, 다시 호텔로 가서 프로포즈를 통해 결혼할 수 있다.
(프로포즈를 하니 놀라는 상대 다마고치의 모습)
(결혼하고 모두에게 축복받는 모습)
이렇게 결혼을 하면 기존에 키우던 몬스터는 부모님이 되고, 플레이어는 다시 새로운 아기 다마고치를 키우게 된다. 자신이 키운 몬스터가 어엿한 부모님이 되었다는 기쁨과 함께 새로운 육아를 시작하면서 '어떤 녀석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보통 1대의 몬스터를 키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2~3일 정도. 그렇게 1대부터 5대까지 키워보았는데, 매번 엄마 아빠 다마고치로부터 융합형태의 새로운 다마고치가 나와서 새로운 몬스터를 키우는 맛이 솔솔했다.
(결혼을 하고 새로운 쌍둥이 다마고치를 얻은 모습)
(공원에서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처음에는 호텔과 공원 밖에 떠돌 수 없었지만, 무대 테마를 구입하면서 갈 수 있는 곳도 대폭 늘어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것도 이번 다마고치 썸 메르헨 버전의 장점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다른 다마고치를 가진 분을 찾지 못해서 통신 기능을 확인할 수는 없었고, 액세서리류는 아이템을 구매해도 종종 없어지는 버그가 있어 구매에 주의를 요한다.
(5대에 이르러 노란색 쌍둥이 다마고치까지 키워보았다)
결론적으로, 이 다마고치는 성인 남성들을 위한 기기는 아니다. 보름정도 열심히 가꾸어 5세대 다마고치까지 키워본 감상은, 여성들에게 쥐어준다면 엄청 기뻐할 수 있는 기기라는 점이다.
간단한 조작, 귀여운 다마고치들의 동작들, 귀엽게 먹고 귀엽게 놀면서 크는 모습들 모두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외형이 고급스럽고 손에 쥐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다는 점도 타겟층이 명확하게 만드는 부분이라는 느낌이다. (반대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 녀석에게 보여주니 별반 관심이 없었다.. 'PC나 폰 게임이 훨 재밌어요' 라는 답변이...)
다만 좀 애매한 것은 가격. 3만원 선이면 모를까 5만원대 중반의 가격은 '장난감'으로 가져놀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라고 본다. 선뜻 지갑이 열리긴 어렵다고 본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간만에 또 다른 아이를 하나 키우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190에 가까운 키를 가진 본인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다마고치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이는 게 살짝 창피한 느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름 가까이 충분히 애정을 쏟았고 다양한 다마고치를 키워냈다는 부분은 상당히 기분이 좋았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한글이어서 애정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를 소중히 하는 시간.. 그런 경험을 주는 느낌이라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아이들에게 하나쯤 선물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앞으로도 새로운 다마고치 시리즈가 나온다면, 예전보다는 훨씬 관심있게 지켜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