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VR 게임으로 꼭 나왔으면, '데스 스트랜딩'
올해 최고의 괴작(怪作)이다. 코지마 프로덕션에서 개발한 '데스 스트랜딩' 이야기다. '데스 스트랜딩'은 '메탈기어 솔리드'로 유명한 게임 제작자다. 코나미 퇴사 이후 그의 이름을 내건 코지마 프로덕션을 설립했고, 소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게임을 개발했다.
먼저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동시에 보기 힘든 배우들을 대거 활용했다. 주인공 샘 역할에 '워킹데드'의 노먼 리더스를 시작으로 '007 스펙터'의 본드걸인 레아 세이두, 칸 영화제 남우 주연상에 빛나는 매즈 미켈슨,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까지 게임 내 캐릭터로 등장한다.
코지마 프로덕션은 영화사 못지않은 장비로, 배우의 세세한 표정까지 게임에 그대로 그려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 황혼기에 등장한 작품인 만큼 게임의 시각적인 측면도 최고 수준이다.
'데스 스트랜딩'은 개발 과정에서 해외에서 열리는 게임쇼를 통해 정보를 공개해왔다. 하지만,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됨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은 “도대체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게임이란 반응을 보여왔다. 출시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도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배송'임이 알려졌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배송'이 게임의 핵심으로 자리했다. 잠입 액션의 대가가 배송을 게임의 중심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개발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게이머들은 오죽했을까?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영화 못지않은 멋진 광경과 연출이 펼쳐진다. 앞서 언급한 배우의 연기도 적절히 어우러진다. 영화 같은 연출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순식간에 빠져들기 충분하다. 컷씬 하나하나 분석해 본다면 매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기자는 사정이 있어 게임 초반부 3~4시간 정도를 두 번 플레이했다. 확실히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플레이할 때 느낌이 달랐다. 좋은 영화를 볼 때마다 보는 장면과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이 말이다.
게임의 핵심인 '배송'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듯하다. 이걸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도 난감하다. 게임은 A라는 장소에서 물건을 받아 B로 나르는 단순 작업의 반복이다.
다만, 배송 과정에 재미를 위해 게임 내에는 이동 자체가 쉽지 않은 지역이 많다. 특히, 등에 짐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양쪽의 무게 균형까지 맞춰서 걸어야 한다. PS4 기준으로 L2와 R2 버튼을 계속 누르면서 이동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길, 내리막길 등 다양한 구간을 빠르고 안전하게 주파하며 배송 물품을 안전하게 전해야 한다.
물론 게이머를 방해하는 것도 많다. 앞서 이야기한 자연환경은 물론 짐을 노리는 적도 존재한다. 이들을 요리조리 피하거나 때로는 정면 돌파해서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 게임의 설정한 미지의 존재처럼 등장하는 'BT'를 피하는 과정은 코지마 히데오의 전공과목인 잠입 액션 못지않게 그려져 긴장감도 넘친다.
그래도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배송'에 적응되고 지겨운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같은 일의 반복은 아무리 재미있는 액션 게임을 즐겨도 지루하기 마련이기 말이다. 이때 코지마 히데오의 영리함을 확인할 수 있다.
게이머들이 지겨워질 때쯤 새로운 이야기나 시스템을 던져준다. 걸어 다니던 길을 바이크나 자동차를 타고 오가며 배송을 더 쉽고 편하게 한다. 배송을 마치며 레벨을 올릴수록 시스템도 하나씩 오픈된다. 새로 열린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또 다음, 그리고 또 다음이다.
전투 시스템도 비중은 작지만 알차게 준비됐다. 단순한 주먹 액션부터 아이템을 활용한 동작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다양한 제작 시스템도 준비됐다. 게임의 핵심이 '배송'이기에 여기에 맞춘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오픈 월드 게임이나 RPG에서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이기에 재미를 보충하는 측면의 콘텐츠로서 가진 가치가 크게 부족하지 않다.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게이머가 남겨둔 구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척박한 돌길에 다른 이용자가 설치해둔 사다리나 앵커가 있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는 여러 게이머가 힘을 모아 국도까지 건설해 편리하게 배송을 진행할 수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배송까지 등장한다.
물론 다른 게이머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말 필요했던 자리에 필요한 구조물이 있다면 혼자이지만, 함께하고 있다는 기분을 전하기 충분하다. '좋아요'를 통해 자신의 고마움을 전할 수도 있다. 연결이나 소통이 게임의 핵심이라는 코지마 히데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 방식도 그러하고 말이다.
게임을 즐기는 동안 “아 좀 지겨운데?”라는 생각이 들 때쯤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 하나씩 열려 새로운 재미를 전해줬다. 사실상 튜토리얼에 가까운 초반 10시간을 플레이하는 내내 계속해서 새로운 팁이 열리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샘의 이야기와 게임 내 또 다른 핵심인 'BB'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고 전개된다. 제법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다.
개인적으로는 코지마 히데오의 이름값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데 크게 한몫했다고 본다. 그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떨어져 나갔을 게이머도 많았을 거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이름 모를 김 PD의 작품이었다면, 시작하고 30분에서 길어야 1시간 이내에 포기를 생가했을지도 모르겠다. 코지마 히데오라는 이름값을 보고 왔기에 앞서 설명한 다양한 장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 게임이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이 아니었더라고 큰 재미를 느꼈을 게이머는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 게이머를 위해 코지마 히데오가 게임을 꼭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면서 즐기는 실감형 VR 게임으로 만들어 줬으면 한다. 그래도 게임이 재밌다면, 직업을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