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쿠라여? 사쿠라네! '신 사쿠라대전'
"사쿠라여? 사쿠라네!" 영화 타짜의 유명한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와 비슷한 이말. 약 14년 만에 돌아온 '사쿠라대전' 신작 '신 사쿠라대전'을 즐긴 기자의 이야기다. 그냥 처음 보기에 게임이 확 바뀌었으니 "이게 사쿠라대전이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먼저 '오! 나의 여신님'이 '블리치'로 바뀌었다. '사쿠라대전'은 '오! 나의 여신님'으로 유명한 후시지마 코스케가 원안을 그렸다. 소녀의 머리칼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의 그림체가 게임 안에도 그대로 구혔됐다. 시리즈를 경험해온 사람이라면 그의 그림이 당연히 익숙하다.
이번 '신 사쿠라대전'은 메인 캐릭터 디자인을 '블리치'로 유명한 쿠보 타이토가 맡았다. 게임 내 캐릭터 분위기가 전작들과 확연히 다르니 처음 캐릭터를 만나면 아무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가에서 새롭게 출발을 외친만큼 파격적인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 게이머 입장에서 하필 혐한 작가로 논란이 있는 쿠보 타이토라니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차라리 쉰 살이 넘은 아저씨의 사랑과 전쟁이 더 인간미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전투다. '사쿠라대전'은 크게 어드벤처 파트와 전투 파트로 나뉜다. 1편이 등장했을 때부터 이미 완성된 게임 시스템이다. 어드벤쳐 파트에서 주인공이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호흡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이후에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투 파트에서 SRPG를 버리고 무쌍식 액션을 도입했다. 어쩌면 캐릭터 디자인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 시리즈 '사쿠라대전'에서 별 의미도 없고 큰 재미도 없는 부분이 전투다. 다음 화로 넘어가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나마 좀 낫다.
게이머는 여전히 못생겼지만, '광무'에서 '무한'으로 이름도 바뀌고 성능도 좋아진 갑주에 올라타 다양한 적을 물리치는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SRPG를 벗어나 전투를 직접 실시간으로 진행하니 다가오는 느낌이 이전 시리즈와는 확실하게 달랐다.
물론 등장 캐릭터나 액션의 깊이와 공격 조합 등이 무쌍 시리즈와 비교하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드벤처 파트가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반대로 전투 파트의 전투의 재미가 살아났다. 여기에 애정도에 따라 공격과 방어력이 올라가는 등 기존의 시스템을 이번 작품에 어울리도록 준비했다. 합체 공격 시 왜 나오는지 모르는 연출도 여전하다.
두 가지 변화가 "이게 사쿠라대전이야?"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면, 게임의 메인인 어드벤처 파트는 "사쿠라대전 맞네"라는 느낌이다. 과거의 재미를 그대로 전해준다. 일부 측면에서는 더 발전했다.
먼저 2D 일러스트가 3D 캐릭터화돼 등장한다. 게다가 3D팀의 노력으로 3D 수준도 준수하다. 게이머가 선택한 선택지에 따라서 3D로 탄생한 캐릭터가 그에 맞는 표정이나 반응을 보여준다.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과거 경우 이미지 한두 장으로 정리되는 장면들을 더 풍부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 4개의 선택지와 응답 강도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지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렇다고 기존의 2D나 애니메이션 연출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이야기를 즐기다가 적당한 시점이나 시기가 되면 전체화면에 애니메이션 연출 등이 등장해 게임의 이야기를 전한다. 다만, 2D 애니메이션의 경우 엄청나게 뛰어난 수준은 아니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누군가 이야기한 것처럼 '사쿠라대전'은 플레이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사쿠라대전 시리즈는 대대로 초반 주요인물들의 이야기 펼쳐지고 최종화로 가면서 이야기가 합쳐지며 폭발적인 울림과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은 전작의 주인공들이 펼친 강마 대전 10년 후를 그린다. 전작의 주인공들을 보이지 않고, 스미레만 홀로 남아 화격단의 본거지인 제국 극장을 끌어가고 있다는 설정이다.
극장에는 악이 나타나면 적을 물리치는 화격단이자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주는 극단의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릴 적 신구지 사쿠라에게 도움받아 사쿠라의 뒤를 쫓아가고 있는 아마미야 사쿠라, 시원시원한 성격의 신사 소녀 시노노메 하츠호, 책에 파묻혀 사는 클라리스, 닌자 소녀 모치즈키 아자미, 비밀을 간직한 대배우 아나스타샤 등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여기에 상하이 화격단, 런던 화격단, 베를린 화격단이 자리한 세계 화격단 대전, 신구지 사쿠라를 꼭 닮은 외형을 가진 적 등 매력적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마련됐다. 게이머는 이러한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며 '신 사쿠라대전'이 가진 재미에 빠져들 수 있다.
다만, 일부 아쉬운 점은 있다. 5명의 히로인은 보통 하나의 화(話)에서 주인공으로 한 번씩 등장하는데, 특정 캐릭터는 이게 꼭 필요한 이야기 인가 싶기도 하다. 또한, 메인 히로인급 캐릭터임에도 주인공도 못 해보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이야기의 분배나 깊이 측면에서 조금 아쉬울 수 있다. 여기에 다음 작품을 위한 떡밥까지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이면 '신 사쿠라대전'은 '사쿠라대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다. '사쿠라대전'에서 빼놓으면 아쉬은 음악도 여전히 좋다. 내년에는 애니메이션도 본격적으로 방영되고 새 출발을 알린 '신 사쿠라대전'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마음은 최소 5번은 즐겨야하는 회차플레이로 달래보자. (2회차부터는 이미 본 이벤트는 스킵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