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즐길게 너무 많아서 고민. 확장팩 더한 패스오브엑자일
2019년 카카오게임즈에게 갓카오라는 별명을 안겨준 패스오브엑자일이 한국에 상륙한 이후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군단 리그에 이어 9월에 역병 리그, 12월에는 대규모 확장팩 아틀라스의 정복자와 함께 돌아온 변형 리그가 시작돼 레벨업 경쟁이 한창이다.
3개월 단위 시즌제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시즌 초반에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번에 확장팩이 역대급으로 많은 변화를 담고 있었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지 6년이나 된 게임이고, 매번 같은 스토리를 반복플레이해야 하는 핵앤슬래시 장르이다보니, “뭐 크게 달라졌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번 확장팩은 정말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확실히 달랐다. 게임에 접속해보면 처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6월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이전보다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가 이번 시즌에서 크게 강조한 부분은 새롭게 추가된 변형 리그와 활 스킬의 개편, 그리고 새로운 최종 보스 정복자의 등장으로 달라진 아틀라스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변형 리그는 몬스터의 샘플을 모아 자신이 원하는 보스 몬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야수를 사냥해서 아이템을 생성할 수 있는 야수관 콘텐츠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의해 몬스터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그 난이도에 따른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반에 아무 생각없이 조합하면 정말 답이 안나오는 공격 패턴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레벨업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함정 콘텐츠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어느 정도 빌드가 완성된 후반부에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골라서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그래도 창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몬스터 샘플까지 추가되니 복잡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 채팅창에서 샘플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전 리그 콘텐츠보다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된다. 눈, 뇌, 폐, 간, 심장 등 샘플 거래가 너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끔 채팅창을 보다보면 이 게임을 처음 보는 사람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럽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새롭게 개편된 활 스킬 역시 좋은 반응이다. 쉽고, 빠른 네크로맨서 계열들이 여전히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시즌을 계기로 활 계열을 육성하는 이들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에는 회오리 사격(토네이도샷)이 대세였기 때문에 다른 빌드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회오리 사격이 너프되면서, 원소의 일격, 지뢰, 맹독성 비 등 다양한 빌드가 연구되고, 공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활 계열은 안정성이 부족해서 취향은 아니지만, 화끈한 손맛 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변신한 아틀라스 지도 시스템은 여전히 복잡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더 직관적인 느낌이다. 패스오브엑자일 특유의 불친절함 때문에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몇 번 해보면 감이 오긴 한다.
특히, 감시자의 돌을 자신이 원하는 슬롯에 배치해서 많이 열려 있는 지역의 지도 등급을 더 빠르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지도 수급의 압박이 덜한 느낌이다. 또한, 감시자의 돌을 하나씩 획득할 때마다 단계별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이번 개편이 패스오브엑자일2로 가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패스오브엑자일 이용자들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업데이트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이번 확장팩 추가를 통해 즐길거리가 대폭 늘어나면서, 이제는 무엇을 우선으로 즐겨야할지 고민이 필요할 정도로 콘텐츠이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이전 시즌에서 추가됐던 광산, 앗조아틀의 사원, 군단, 역병 등의 콘텐츠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몇몇 콘텐츠는 귀찮아서 손이 잘 안갈 정도다. 어차피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만의 빌드를 완성시켜주는 최고급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니, 자신이 선호하는 것만 즐기면 되는 일이지만, 초보자들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가 패스오브엑자일2를 발표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다만, 이번 확장팩으로 콘텐츠의 만족도는 더 올라가긴 했지만, 이전 시즌 때보다 더 불안해진 서버 상황은 아쉬운 부분이다. 접속이 활발한 시간대가 되면 너무 렉이 심해서, 갑자기 멈춰있다가 비명 횡사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콘텐츠를 대규모로 추가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창 더 올라갈 수 있는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렉 현상이 발목을 잡고 있어 아쉬움이 느껴진다. 패스오브엑자일2도 한창 개발 중인 만큼 여력이 부족하겠지만, 현재 패스오브엑자일 이용자들이 2편이 나올 때까지 남아있게 하려면 개발진들이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