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중국시장, 한국 게임 진출은 여전히 요원하다

"열려야 열리는 거죠. 중국 시장 열린다고 기대했던 게 벌써 3년째에요. 이젠 믿지 않아요. 안 열립니다."

최근 만나본 한 중소 게임사 대표. 그는 한국 게임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속 긍정적이다, 열린다 이렇게 희망 고문만 주고 있을 뿐, 예전처럼 자유롭게 서비스가 가능한 시기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옆자리에 앉은 또 다른 게임사 대표도 "흡사 판호가 풀린다 해도 극히 제한적이며, 웬만한 한국 개발사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답변을 더했다.

중국 국기 사진
중국 국기 사진

이처럼 꽉 틀어막힌 중국 게임시장에 대해 국내 게임업계의 불만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 해 두 해 동안은 희망도 품어보고 기대도 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꽁꽁 묶인 중국 시장에 자조섞인 낙담만 더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과 함께 길이 열리나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한 폐렴이 퍼지면서 기대심리마저 사라지는 모양새다.

사실 그동안 긍정적이라는 분위기라는 소식은 전달됐어도,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을 담보하는 요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에 모든 중국 및 글로벌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해 상반기에 일부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에는 판호를 내주었으나 끝내 한국은 판호를 제한했다.

문제는 국내 IP를 사용하고 중국 개발사가 게임을 개발하는 '내자 판호' 형태까지도 철저히 막고 있다는 점이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들은 2018년 중국 판호 강화 이후 내자판호 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SNK의 게임들이 연이어 판호가 나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판호가 1년째 정체기에 접어들자 그라비티는 아예 중국을 제외한 타 글로벌 서비스에 집중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

또 일찌감치 중국 게임사들과 협력하며 중국 내자판호를 기대하던 YJM 등의 게임사들도 아직까지 조용히 지켜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국내 게임회사가 개발해서 내놓는 외자 판호 방식은 더 상황이 어렵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이 판호 신청이 되어 있고 또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게임으로 꼽히지만, 이들 게임이 단시간 내에 정상적으로 중국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문화총국에서 중국 게임사들도 1년에 판호 몇개 라는 식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만약 시장이 개발되더라도 중국 퍼블리셔가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자기가 확보한 판호를 포기해야한다. 그만큼 한국 게임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결국 국가적인 이슈로 넘어와 외교로 풀어야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18일에 있었던 '건강한 게임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현장에서, 한국 게임학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수 차례 국내 외교부에 중국 시장 개방 관련 요청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며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해 12월23일 한중정삼회담에서도 끝내 판호 발급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게임회사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이후 규제 철회에 한가닥 희망을 품었으나, 이마저도 최근 발병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로 물거품이 될 위기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판호 재발급도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현규 한국모바일 게임협회 수석 부회장은 "사드 사태 이후로 판호가 막히고 중국 시장이 뚫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안타깝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며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는 '2019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를 통해 2019년에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16억5737만 달러(약 2조 원)를 벌어들였다고 발표했다.

반면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들의 대(對)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지역 수출 비중은 2017년 60.5%에서 2018년 46.5%으로 1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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