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0] 강력한 퍼블리셔로 변신한 카카오게임즈, 올해는 상장하나?
카카오게임즈의 2018년 다소 암울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의 게임 사업 부분을 모두 가져오면서 매출 규모는 대폭 늘어났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선보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가져온 배틀그라운드가 LOL에 이어 PC방 2위 자리를 차지하긴 했지만,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으며, 블레이드2, 창세기전:안타리아의 전쟁 등 공격적으로 선보였던 모바일 게임들도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우량 기업에게 주어지는 패스트 트랙을 적용받아 예비 심사를 손쉽게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추진을 하지 못한 것은, 예상보다 길어진 감리 문제도 있었지만,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좀 더 확실한 성과가 필요했기 때문이라 분석된다.
상장 추진 연기 발표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에서 시작된 카카오게임즈의 2019년은 2018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3월말 출시했던 미소녀 게임 프린세스 커넥트:리다이브가 구글 매출 3위까지 뛰어오르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미소녀 게임 시장을 겨냥해 야심차게 선보였던 뱅드림:걸즈 밴드 파티와 앙상블 스타즈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착실한 운영으로 미소녀 게임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6월에는 검은사막의 국내 서비스를 펄어비스로 반환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보인 패스오브엑자일이 또 한번 대박을 터트렸다. 해외에서 이미 6년 전에 출시된 중고 신인이고, 3개월 단위로 리셋되는 시즌제 게임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PC방 순위 5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전까지 for kakao가 붙은 게임들은 믿고 거른다는 뜻으로 믿거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프린세스 커넥트:리다이브와 패스오브엑자일 이후 갓카오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길 정도였다.
하반기에도 도전적인 시도였던 모바일MMORPG 시장 진출이 성공을 거뒀다. 테라 클래식은 아쉽게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뒤이어 선보인 달빛조각사는 대작들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전까지 공격적인 퍼블리싱 전략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 외에 별다른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지만, 2019년에 꾸준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간판 게임이 3개나 추가되면서 드디어 대형 퍼블리셔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가 기록한 2019년 매출을 살펴보면 긍정적이다. 비상장 회사인 만큼, 본사 카카오가 발표한 게임사업 부분 연결 매출을 통해 짐작해 보면 1분기 940억, 2분기 984억, 3분기 990억, 4분기 1059억원으로, 총 3973억을 기록했다.
지표만 보면 2018년에 기록한 4208억보다 감소했지만, 그 이면을 봐야 한다. 주요 게임이었던 검은사막 국내 서비스가 펄어비스로 반환됐고, LOL을 위협했던 배틀그라운드 PC방 점유율도 전성기의 절반 이하로 하락했으며, 리니지 등 대작들에 매출이 집중되면서 카카오게임즈의 주요 수입원인 채널링 게임 수익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호재 만큼이나 악재도 많았다. 특히, 타 게임사에 비해 자체 개발 비중이 낮아 영업이익률에서 약점이 있는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끔찍한 한해가 될 수도 있었다. 일찍부터 위기를 감지하고 매출 다변화에 힘쓴 전략의 승리라고 봐야 한다.
다만, 상당한 투자가 이뤄졌던 카카오프렌즈 IP 프로젝트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프렌즈게임즈로 통합되기 이전에도 많은 자금이 투입됐으며, 프렌즈게임즈 통합 이후에도 110억 투자 유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비하다. 2018년 프렌즈 레이싱에 이어, 2019년에도 프렌즈타운, 올스타 스매시 등의 게임을 출시했지만, 여전히 프렌즈팝콘의 뒤를 이을만한 게임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 시장 분위기상 캐주얼 게임들이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게 쉽지 않다는 핑계가 있을 수 있으나, 브롤스타즈, 그리고 쿠키런:오븐브레이크는 캐주얼 게임이 아니었나? 그들보다 실력이 부족하고, 간절함도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아직 공식 발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분위기를 계속 이어진다면 그동안 미뤄왔던 상장을 올해, 늦어져도 내년에는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 상장 추진 연기 발표를 했을 때보다는 확실히 분위기가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사실 연 매출이 4000억에 달하는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기업가치가 얼마로 인정받는지가 문제이지, 상장 성공 여부를 신경쓸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가 기대하는 수준만큼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올해도 퍼블리싱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미 자리를 잡은 배틀그라운드와 프린세스 커넥트:리다이브, 달빛조각사는 올해도 안정적인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패스오브엑자일도 2편 서비스까지 확보했으니, 성적 상승을 기대해볼만 하다.
올해 출시 예정 작품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공개된 게임 중에서는 크래프톤에서 개발 중인 에어의 비중이 가장 크다. 에어는 리니지, 아이온으로 유명한 김형준 PD가 총괄하고 있는 대형 MMORPG로, 공중 전투를 특징으로 내세워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어는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퍼블리싱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카카오게임즈 해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검은사막의 이탈을 대비해 무조건 성공시킬 필요가 있는 게임이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계약 연장을 원하지만, 이미 해외 자체 서비스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펄어비스 입장에서 계약 연장이 필요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검은사막 계약 연장이 최우선이 되겠지만, 이탈을 대비해서 에어가 검은사막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성과를 내주는게 중요하다. 만약 한국 서비스와 달리 검은사막의 북미, 유럽 서비스 계약이 연장된다면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두 개의 카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에어는 크래프톤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타이틀이고, 양사가 지분 관계도 있는 만큼,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가 아니라 운명 공동체 수준으로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에어는 두 번의 CBT를 통해서도 아직 게임성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식 서비스 때는 CBT 때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최근 게임업계를 놀라게 한 엑스엘게임즈 인수 발표는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입장을 봤을 때 굉장히 전략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2018년에 달빛조각사를 계약하면서 먼저 투자했던 100억, 그리고 이번에 1181억원 투자까지, 약 1300억원이라는 금액을 들여 52.97%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과한 투자라고 보일 수도 있다. 달빛조각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고는 하나,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아키에이지를 성과를 낸 2014년만 하더라도 매출 531억,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하면서 잘 나가는 개발사였지만,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2018년에는 매출 327억으로 줄어들었으며, 자기자본도 –25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카카오게임즈는 엑스엘게임즈의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주 인수에, 신주 발행까지 하는 작전을 짜서 엑스엘게임즈에 긴급 자금 수혈을 진행했으며, 송재경 대표 등 경영진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카카오게임즈 유상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천재 개발자 송재경 대표의 이름값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 현재 엑스엘게임즈의 시장 가치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미래를 봤을 때 충분히 가치가 있는 투자다. 당장 달빛조각사만 하더라도 개발사가 한식구가 됐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상승한다. 또한, 엑스엘게임즈는 대표작인 아키에이지를 통해 대형 PC MMORPG 개발력을 입증했으며, 아키에이지를 64개국에 서비스하면서 글로벌 시장 노하우도 쌓았다. PC MMORPG 장르에 목말라 있는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국내 개발사 중에서는 최상의 카드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19년에 북미/유럽에서 동시접속자 5만명, 매출 60억 정도를 기록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키에이지는 에어와 마찬가지로 혹시 모를 검은사막의 이탈을 대비할 수 있는 존재이며, 만약 에어가 실패한다면 아키에이지2라는 새로운 카드도 꺼낼 수 있다. 엑스엘게임즈에서 달빛조각사 다음으로 PC MMORPG 신작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MORPG 쪽은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하면서 어느 정도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캐주얼 장르는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엑스엘게임즈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여유 자금이 많지는 않겠지만, 해외로 시선을 돌려 참신한 인디 게임사를 찾아보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카카오프렌즈 IP 등 캐주얼 라인업을 전담하고 있는 프렌즈게임즈가 분발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그들만 믿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넷마블이 카밤을 인수하고, 펄어비스가 CCP게임즈를 인수한 것처럼, 인수를 국내 개발사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는 이미 성공적인 해외 서비스 경험을 갖춘 강력한 유럽 지사를 보유 중이다. 해외 게임사의 참신한 생각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프렌즈게임즈에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남궁훈 대표가 새롭게 시도하는 신사업 라이프엠엠오도 슬슬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라이프엠엠오는 아키에이지 IP에 위치 기반 기술을 접목시킨 아키에이지 워크(가칭)을 2020년 서비스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렇듯 조계현 대표가 주력 사업인 퍼블리싱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하고, 프렌즈게임즈와 라이프엠엠오 등 개발 조직을 전담하고 있는 남궁훈 대표가 새로운 영역에서 성과를 내면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에 성공하는 것이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에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작년 카카오게임즈가 선보인 게임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 한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며, “올해 역시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계획이며, 단순히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을 넘어, 카카오와 함께 하는 모든 분들의 일상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선도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