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0] '라그나로크' IP에 올인, 그라비티는 라그 왕국을 꿈꾼다
나날이 마케팅비가 치솟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현재, '게임IP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만큼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IP'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가장 글로벌 게임IP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게임사는 어디일까. PC온라인 게임 시절 글로벌 제왕으로 군림했던 '라그나로크' IP로 다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그라비티를 지목할 때 이의를 달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2019년에 그라비티는 새로운 '라그나로크' 게임의 출시와 확장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 '레퀴엠' 등 새로운 게임 IP를 찾으려고 발버둥치던 시절과 달리,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M'(이하 '라그M')의 눈부신 성공 이후 수많은 '라그나로크' 확장 게임들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던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 그라비티는 2019년에 매출 3,610억 원에 영업이익 490억 원을 달성하며 상장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018년 대비 매출 25.9%, 영업이익 45.5% 증가한 수치다.
매출 상승은 역시나 '라그M'이 주도했다. 2018년에 출시된 '라그M'은 출시와 동시에 6개월간 국내 오픈마켓 매출 최상위권에서 군림했으며, 순위가 다소 떨어진 2019년에도 빛과 그림자 시즌2 업데이트 이후 매출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지역 출시도 활발했는데, 2019년 6월5일에는 일본에, 10월16일에는 유럽지역까지 출시되면서 전 대륙에 상륙했으며,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등의 언어로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그라비티의 '라그M' 행보 중에 주목할만한 점은 '2019 라그나로크M : 영원한 사랑 음악콘서트'다. 4월 4일~6일간 중국 상해, 광저우에서 음악회 티켓이 2분만에 판매 완료가 되었으며, 이 후 4월 20일 태국 방콕, 4월 27일 필리핀 마닐라, 5월 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 음악 콘서트를 진행하여 성황리에 종료했다.
'라그M' 외에 다양한 기존 출시작의 활동도 주목할만했다. 우선 국내에서 출시된 신작 방치형게임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가 매출면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던브레이크xRO' 콜라보(1월29일), '라그나로크 크러시'에 이어 PC용 '라그나로크 온라인'도 다양한 개선 작업이 진행됐으며, '라그나로크 : 클릭H5' 게임처럼 HTML 게임 분야에도 시험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그나로크 제로' 또한 꾸준한 이벤트 등으로 평타 이상의 실적을 냈다.
신작인 '라그나로크 택틱스'가 2019년 10월에 태국 게임쇼에서 공개된 것도 이슈다. '라그나로크 택틱스'는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인기 순위 1위에 올랐으며, 매출 순위 또한 출시 첫날 앱스토어 2위를 기록했고, 구글에서는 12일 기준 4위를 기록하는 등 호재를 보였다.
이렇게 숨가쁘게 달려온 그라비티의 2020년 비전은 어떨까. 올해는 더 바쁘다. 지난 지스타 2019에서 발표한 8개의 신작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그라비티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지스타에서 발표된 8개의 타이틀은 신규 MMORPG인 '라그나로크 ORIGIN', '라그나로크X Next Generation', 'Ragnarok Crusade : Midgard Chronicles',과 SRPG 장르인 'Ragnarok Tactics(라그나로크 택틱스)', Story RPG인 'The Lost Memories : 발키리의 노래', 방치형 RPG인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2' 등이다.
그라비티는 이 8개의 신작 중 '라그나로크 택틱스'와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올해 출시한다.
'라그나로크 택틱스'는 전략 시뮬레이션 RPG 장르로, '라그나로크'의 몬스터를 이용해서 게이머가 직접 전투를 배치하고 전략을 짜서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국내 출시는 2분기 내로 확정됐다.
또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3분기에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라그M'의 뒤를 잇는 최고 기대작이어서 또 한 번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라그나로크' 쇼크를 불러 일으킬지가 관심사다. 이외에 다른 타이틀들은 아직 추가 개발 진행 중이며 출시 국가나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이렇게 '라그나로크' IP의 게임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나오는 부분에 대해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 등의 우려도 나오지만, 그라비티 측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일축한다. 라그나로크에는 캐릭터, 몬스터, 월드 등 다양한 방식의 게임들이 등장할 수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라그IP를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라비티의 한 관계자는 "라그나로크 IP의 정통성은 지키면서도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 국내외 게이머들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 생각한다. 장르적 부분도 MMORPG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그러한 작업이라 본다. 물론 신규 IP에 대한 노력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라그나로크 IP만큼 혹은 이를 능가하는 강력한 IP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또 하나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IP 게임들의 출시와 관련해 글로벌 전략을 확립한 모습이다. 그라비티는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환경 조사, 게이머 층이 원하는 것 등 꾸준히 학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그나로크 택틱스'가 태국에서 선런칭한 이유도 이에 기반한다.
이처럼 '라그나로크' IP를 통해 글로벌 도전을 해나가는 그라비티. 기존 작들이 건재하고 신작들도 여러 개 준비되고 있어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 있는 것 같지만 우려점도 존재한다.
당장 '라그나로크' IP가 언제까지 폭발적인 영향력을 낼 수 있는가이다. 실제로 2019년에도 '라그M'의 활동이 두드러졌던 1, 2분기에 비해 3, 4분기에 그라비티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라비티는 지스타나 마케팅 비용 때문이라고는 설명했지만, 그라비티 내부의 성과급도 200%에서 100%로 줄어드는 등 폭발력이 약해진 부분이 엿보였다.
'라그M'의 뒤를 잇는 대장격 게임인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현재 표류중이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중국 판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라그M'과의 확고한 차별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포스트 모멘텀 확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이외에 '라그나로크' IP 게임을 개발중인 회사들이 대부분 중국 게임사들이며, 글로벌 지역 진출을 위한 마케팅비가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그라비티를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