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는 달라도 가장 원작에 가깝다. 크래프톤 야심작 테라 히어로
배틀그라운드로 세계적인 개발사로 떠오른 크래프톤이 자사를 대표하는 테라 IP를 활용한 신작 테라 히어로를 선보였다.
테라 히어로는 불멸의 전사로 유명한 레드사하라가 크래프톤 연합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선보인 신작이다. 기존에 등장했던 테라 IP 게임들은 원작과 동일한 MMORPG 장르로 등장했지만, 이 게임은 원작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웅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장르로 변신했다.
테라 원작은 부분유료화 전환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지금까지도 꾸준한 팬층을 자랑하는 게임이었지만, 모바일로 등장한 테라 IP 게임들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크래프톤 연합인 스콜에서 개발한 테라M과 테라 오리진, 그리고 란투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중인 테라 클래식까지 모두 서비스 초반에만 반짝 하고,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지는 못했다.
테라 IP 게임으로 세 번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테라 히어로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테라 IP가 계속 강력한 IP로 남기 위해서는 리니지M과 2M, 그리고 로한M과 에오스 블루처럼 강력한 한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테라 히어로를 처음 시작하면 기존 테라 IP 기반 모바일 게임들과 전혀 다른 모습에 놀라게 된다. MMORPG였던 원작과 달리 수집형RPG 장르라서, 한명이 아닌 여러명의 영웅들로 팀을 구성해서 싸우게 되며, 오픈월드가 아닌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레드사하라의 전작인 불멸의 전사 시리즈에 더 가까운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를 계속 하다보면 과거 원작에서 즐겼던 파티 플레이의 추억이 강하게 떠오른다. 장르는 다르지만, 기존에 테라 IP 기반 모바일MMORPG 보다 더 원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임을 시작하면 세명의 영웅들로 팀을 구성하게 되며, 전투 중 실시간으로 조작하는 영웅을 바꿔가며 적들과 상대하게 된다. 가장 보편적인 탱딜힐 조합으로 파티를 구성하면, 먼저 창기사로 적의 돌진을 막은 후, 원거리 딜러를 선택해 후방에서 안전하게 광역 공격을 퍼붓고, 창기사의 체력이 줄어들면, 힐러를 선택해 체력을 채워주는 식이다.
원작에서 3인이 하는 역할을 혼자서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이 좀 바쁘기는 하지만, 원작의 파티 플레이에 가장 근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자동 전투를 지원하기 때문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도 되긴 하지만, 자동 전투는 MMORPG 특유의 장판 공격을 잘 피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조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수집형RPG의 경우 퀘스트 등 모든 조작이 메인 화면에서 터치로 이뤄지지만, 테라 히어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성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NPC를 직접 만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NPC가 있는 곳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으나, 이점 때문에 원작의 느낌이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성장은 여러 종족과 직업을 가진 영웅들을 수집하고, 그들의 장비를 계속 업그레이드해가면서 파티 전체 전투력을 올리는 것이다(영웅들은 프리미엄 등급과 일반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아무래도 프리미엄 등급이 더 성장폭이 크다).
재미있는 것은 수집형RPG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뽑기가 없다는 점이다. 캐릭터를 수집할 때 필요한 영입권은 모두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쓰지 않은 사람들도 모든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다. 대신 고급 장비 획득은 뽑기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지만, 게임 플레이로 얻은 낮은 등급 장비를 합성해서 상위 등급 장비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같은 직업은 장비를 공유하기 때문에, 캐릭터별로 장비를 맞춰야 하는 부담감을 덜었다. 요즘 모바일MMORPG는 과금 유도가 굉장히 심하다는 불만이 많지만, 테라 히어로 개발진들은 이용자들의 과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시나리오 모드 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로 MMORPG 장르만큼 충실히 갖췄다. 다양한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요일 던전, 전투력을 시험하는 환영의 탑, 강력한 보스와 싸우는 보스 레이드 등 다양한 형태의 던전이 존재하며, 요즘 유행하는 방치형RPG처럼 오프라인 사냥 모드도 지원한다. 특히 1인당 2명의 캐릭터, 총 12명의 캐릭터가 힘을 합쳐 도전하는 보스 레이드는 테라 히어로가 지속적인 인기를 얻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테라 IP의 본가가 만든 게임답게 가장 원작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서비스 초기인 만큼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어이 없는 자동 전투 AI 때문에 초반 성장이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적의 장판 공격을 전혀 피하지 못하기 때문에 권장 전투력보다 훨씬 높은 전투력임에도 불구하고 미션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장비 뽑기가 주요 수익원이다보니, 일반 전투에서는 장비가 잘 떨어지지 않아서, 뽑기 운이 좋지 않고서는 보스레이드 등 핵심 콘텐츠가 열리기 시작하는 중반부까지 도달하는게 쉽지 않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초반부에 이탈할 확률이 대단히 높아보인다.
또한,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고, 육성하는게 가장 큰 재미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원정대를 구성해보면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 어차피 탱딜힐 조합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으며, 패시브 스킬의 종류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원정대 구성 인원수를 더 늘리는 것은 조작 효율성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개발진이 예전에 발표한 것처럼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는게 시급해보인다.
현재 테라 히어로의 매출 순위를 보면 구글 매출 14위로, 다른 대작 게임들처럼 출시하자마자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다른 수집형RPG처럼 캐릭터 뽑기 요소를 도입했더라만 다른 결과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래 준비한 게임답게 기본기는 탄탄하게 갖춰졌으니,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얼마나 제대로 선보이는가가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라 히어로가 테라 IP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