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부족에 한정판 나올때마다 몸살..게임 분야 되팔이 '어이할꼬'
"여친이랑 어제 밤새 줄서서 구한 게임 패키지입니다. 55만 원씩 2개 판매합니다."
정가 36만 원에 출시됐던 한 게임 패키지, 부족한 수량으로 전국 마트에 밤샘 줄서기 행렬을 만들고 온라인에서도 2분 내 품절 사태를 불렀던 이 패키지는 이튿날부터 중고 거래에 웃돈을 얹은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소위 되팔이(사서 비싼 값에 다시 파는 사람)들의 타겟이 된 것으로, 통화가 연결된 한 되팔이는 "하룻밤 고생하면 14~19만원의 마진이 생긴다."며 "지인과 함께 가서 밤새 수다도 떨고 돈도 벌 수 있어 일석 이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게임업계에 되팔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돈을 10~15만 원이라도 더 주고도 게임 한정판을 찾는 매니아들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게임 패키지 구입이 전문 용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이렇게 되팔이들이 활개치는데는 적은 물량에 높은 수요라는 시장법칙이 통용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생산 차질로 물량이 적게 들어오는 현실과 함께 국내 콘솔 게임사들 또한 별도의 한정판 수량을 500개 미만으로 발매하는 전략이 맞물리면서 매니아들을 타겟으로 한 되팔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가면 닌텐도에서 내놓은 '스위치 동물의숲 패키지'가 50만원~ 55만원 상당에 올라와 있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당근마켓 등에서도 비슷한 가격의 패키지를 볼 수 있다.
또 스위치 링피트, 동물의숲 2DS 패키지 등도 고질적인 수량 부족으로 정가보다 10만 원 정도 중고 거래가가 비싼 상태가 3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고, 또 최근에 240장 한정으로 출시됐던 엑스박스원엑스 용 '오리와 도깨비불' 한정판 패키지(4만9천원 대)의 경우 중고 거래가가 15만 원까지 치솟았다. 다른 500개 수준의 콘솔 패키지 한정판도 상황은 다 비슷하다.
문제는 이같은 되팔이 행태가 수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똑같이 나타나는데다 별다른 뾰족한 방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PS4 '5억대 에디션', '몬스터헌터', '스파이더에디션를 비롯해 500대 한정으로 출시된 '재믹스 미니' 등 품귀 현상이 나타낼 때 마다 되팔이들이 기승을 부려도 현재 판매구조 상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 판매자가 실구매자인지 되팔이인지 판매자가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되팔이가 개인간 거래이며 소규모로 국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점, 그리고 판매자에게 손실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육지책으로 게임 쇼핑몰 등에서 되팔이 방지를 위해 수령인, 주소지, 연락처 변경 요청 등을 막고 같은 주소나 연락처가 중복으로 있을 경우 하나만 남기고 취소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전부다.
여기에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크로(자동 입력) 기능을 활용해 전문 되팔이들이 물건을 매점매석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어 향후에도 게임을 즐기기 위해 구매하고 싶은 게이머들의 피해는 누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레트로 장터를 운영하는 이승준 씨는 "기본적으로 수요가 높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시장 경제인 건 맞다. 하지만 차액을 노리고 전문적으로 되파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실 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윤장원 동명대 미디어공학부 교수는 "'사기 제보'를 막는 방식처럼 되팔이 신고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겠지만,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 그런 니즈가 있을리 없고, 또 패키지 판매 업체 입장에서도 물건을 다 파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되팔이 이슈를 방관한다"며 "결국 실수요자인 게이머들이 눈치껏 잘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