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논란의 후보가 만든 블랙기업, 과도한 몰아가기 정당한가
최근 정의당 비례후보 1번이 된 류호정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펄어비스가 블랙기업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당선이나 다름없는 비례대표 1번이라고는 하나, 아직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가 특정 기업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잘못이 있었다고 하나 이를 확대 해석해,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회사에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블랙기업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더욱 더 정당하지 않은 처사다.
류호정 후보는 펄어비스의 평균 근속연수와 기간제 노동자 비율을 증거로 제시하며, 펄어비스를 블랙기업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매우 부족한 근거다. 펄어비스는 아직 설립한지 10년도 안된 회사이며, 2017년 상장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그때부터 매년 50% 이상 급격하게 직원수를 늘려오고 있는 만큼,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짧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연매출 5000억, 직원수 700여명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게임사로 거듭났지만, 북미, 유럽에서 검은사막이 인기를 얻기 전인 5년전만 하더라도 매출 200억원, 직원수 150여명이었던 신생 기업이었다. 엔씨, 넥슨, 넷마블 등 오랜 기간 시장을 장악해온 다른 게임사들과 비교하며 고용 안정성이 열악하다고 비난을 퍼붓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류호정 후보가 펄어비스의 평균 근속 연수가 짧다고 비난하는 근거 중 하나인 계약직 노동자 비율 역시 허점이 있다. 다른 게임사들의 경우 로컬라이징 업무나 고객 대응 업무를 자회사나 외주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펄어비스는 본사에서 직접 계약 직원들을 뽑아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컬라이징 업무나 고객 대응 업무는 게임 서비스 상황에 따라 인원이 매우 유동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개발 업무 등 필수 직군의 평균 근속 연수와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다.
또한, 펄어비스는 이번 논란이 있기 전에는 다른 게임사 직원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과감한 복지 정책으로 화제가 되던 기업이다. 직원들에게 매월 50만원씩 주거비 지원, 아이 1명당 매월 50만원의 양육지원비 지급은 게임 업계를 넘어 어떤 산업군에서도 보기 힘든 파격적인 혜택이다.
이번에 류호정 후보가 공개한 사례에는 갑작스런 권고 사직으로 인해 주거비 지원이 끊겨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는 제보도 있었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사시스템으로 인한 오류 상황이지,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압박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다른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주택자금 대출 지원 정책이 존재하지만, 퇴사 후에도 지원되는 사례는 없다.
펄어비스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지난해 고용노동부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고,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게임사라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냉혈한 블랙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물론, 직원들의 생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당일 권고 사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펄어비스의 미성숙한 인사 시스템은 분명한 문제이고, 이를 바로 잡는 것은 복지 문제를 넘어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2017년 상장 이후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성장통을 겪고 있는 펄어비스가 앞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미성숙한 회사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확대 해석해, 아직 성장중인 회사를 블랙기업이라고 낙인 찍는 것은 누가 봐도 정당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류호정 후보는 최근 대리게임 이력서 취업, 해고 노동자 수식어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는 만큼, 이번에 아직 후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펄어비스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강도 높은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류호정 대표는 게임업계 노동자들을 대변해 건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대리 게임 등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류후보가 어떻게 게임업계를 대변할 수 있나며,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게임업계 대표 노동 조합인 넥슨 노조도 24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 노조는 민주노총과 화섬식품 노조로부터 특정 정당 지지나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은 바 없고 혹여나 그러한 일이 생겨도 거부할 것을 약속한다"며 "앞으로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다수의 신작을 공개하며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었던 펄어비스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굉장히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당일 권고 사직 등 이번에 논란이 된 인사 시스템은 분명한 문제이고, 회사가 더욱 크게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성장통으로 삼아 더욱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