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플레비 퀘스트, 9년만에 약속을 지키다
게임을 출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멋진 기획과 개발인력 확보, 그리고 완성할 때까지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들. 넘어야 할 산이 엄청나게 많다.
살짝 보여준 자그마한 희망을 보고, 몇 년째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는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개발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몇백억이 투입된 게임들조차 엎어지는 일이 많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그들이 오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넘어야 했을 엄청난 고난을 단순히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말로만 설명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일(9일) 네오위즈가 스팀에 출시한 플레비 퀘스트:더 크루세이즈를 바라보면서 감회가 새로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랜 기간 이 게임을 개발한 파이드파이퍼스 개발진 뿐만 아니라 무려 9년이나 이 게임을 기다려온 후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려 14년이나 걸린 듀크 뉴켐 포에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0년을 꽉 채운 위메이드의 이카루스, 블루사이드의 킹덤언더파이어2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네오위즈의 이름으로 스팀에 발매됐기 때문에 대형 게임사의 신작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게임은 지난 2012년 파이드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가 아미앤스트레테지:십자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한 인디 게임이다. 당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으며, 2013년 2월 목표 금액의 387%인 약 1천9백만 원 모금을 달성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종료했다. 전쟁, 경제, 외교까지 모두 포함한 깊이 있는 전략 플레이, 그리고 국산 게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개성 넘치는 그래픽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기 때문이다.
다만, 성공적인 펀딩에 이어 2014년 인디 게임의 등용문인 스팀 그린라이트까지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출시 소식이 없어, 많은 이들이 또 하나의 텀블벅 먹튀 사례가 되는 것 아닌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대형 게임사도 아니고 인디 개발사가 아무런 수익원 없이 오랜 기간 하나의 게임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스팀 그린라이트 통과 후 2015년 부산인디게임페스티벌에서 주목을 받고, 2016년 4월 넥슨 캐발자 컨퍼런스에서 시연 버전이 공개됐으며, 2018년 제8회 게임창조오디션에서도 top10에 들어가는 등 가끔 소식이 들리기는 했다. 하지만, 출시일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환상의 인디 게임으로 남게 될까봐 많은 이들이 불안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 2018년 네오위즈를 통해 갑작스러운 소식이 발표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아미앤스트레테지 개발사인 파이드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가 네오위즈 산하 개발 스튜디오로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개성 있는 인디 게임사가 대기업에 인수된 후 개성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많기에 모든 이들이 반긴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 산하의 안정적인 환경에서 게임의 문제 없이 개발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뒤로도 2년이나 더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정식으로 출시할 수 있었으니, 네오위즈 합류를 선택한 결정이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파이드파이퍼스 개발진은 게임 출시와 동시에 9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준 텀블벅 후원자들에게 정성이 담긴 패키지 버전을 배송하고 있다. 패키지에는 게임 내 여관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미니게임의 실물이 담겨 있다.
출시 첫날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소감들이 많이 올라오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초기 반응은 긍정적인 상태다. 해외 유명 게임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개성있는 그래픽과 중세 시대를 경험하는 듯한 짜임새 있는 전략 플레이 덕분에 이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인 크루세이더 킹즈과 비교되면서 ‘순한 맛 크킹’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9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킨 플레비 퀘스트:더 크루세이즈가 스팀에서 한국을 대표할만한 또 하나의 인기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결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