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한 컨커러스 블레이드, 거칠지만 매력은 있다
다양한 모바일 게임으로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넷이즈가 이번에는 모바일이 아닌 PC온라인 게임을 선보였다. 대규모 공성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컨커러스 블레이드다.
중국 개발사인 부밍 게임즈가 개발한 이 게임은 원래 스팀에서 얼리엑세스로 판매되던 게임으로, 이번에 시즌2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부분유료화로 전환하고, 한글 번역까지 추가하면서 한국에 정식 진출을 선언했다. 별도의 홈페이지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팀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면, 스팀 라이브러리에서 게임을 등록하고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사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중국에서 개발된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수준이 낮은 양산형 게임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 소개된 중국산 온라인 게임들은 한국 인기 온라인 게임들을 어설프게 따라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무협 장르에만 치중되어 있다보니,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이런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컨커러스 블레이드는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중세 세계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공성 병기가 등장하는 1500대1500 대규모 공성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은 한국은 물론, 서구권까지 포함해도 흔치 않으니 말이다.
컨커러스 블레이드를 시작하면 전군을 지휘하는 대장군이 아니라 한 부대의 지휘관이 되어 전장에 참여하게 된다. 장판파에서 홀로 조조군을 막아낸 장비나 유비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단기필마로 조조군을 돌파한 조운 같은 일기당천의 장군들도 있겠지만, 이 게임에서는 장수 한명의 힘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부대원을 잘 이끌고 함께 전투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
실제 전투를 즐겨보면 제법 손이 바쁘다. 본인의 아바타인 장수의 조작 뿐만 아니라, 부대원의 움직임, 그리고 아군과 적군의 병력 배치 상황까지 고려하며 이후 행동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수를 직접 조작해서 여러 가지 스킬을 써가며 적들을 학살할 수도 있고, 궁병들을 지휘해서 적의 본진에 화살비를 내릴 수도, 기병들을 이끌고 돌진해서 적진의 허리를 끊을 수도 있다. 해외 유명 전쟁 게임인 마운트 앤 블레이드와 일본 코에이의 대표작 진삼국무쌍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특히 공성추, 공성탑 등 다양한 공성 병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공성추를 밀고 적의 성문에 돌진하거나,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기어올라 적들과 싸울 때는 진짜 전쟁에 참여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15:15로 많은 인원이 전장에 참여하기 때문에, 아군과의 협동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성문 앞에서 어영부영하다가 몰살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대규모 전쟁을 통해 습득한 경험치와 자원을 가지고 장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아바타가 선택할 수 있는 무기, 그리고 스킬 종류가 대단히 많고, 지휘할 수 있는 부대도 등급별로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상위 등급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원 수급을 위한 많은 반복 전투를 해야 한다. 물론 부분유료화 게임이니 적당한 결제로 그 과정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길드 개념인 가문에 가입한 후 본격적인 영토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 영토전은 고레벨 이용자들까지 참여해서 보다 본격적인 전투가 펼쳐지는 곳으로, 높은 등급의 장비를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
이렇게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본격적인 공성전 콘텐츠를 특징으로 내세운 덕분인지, 전세계적이 많은 이용자들이 이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넷이즈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스팀 얼리엑세스를 시작한 이후 전세계에서 백만명의 이용자가 이 게임을 즐겼으며, 이번에 부분유료화 전환 후에는 글로벌 동시접속자가 2만명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이렇게 독특한 게임성이 주는 매력은 인정할만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 넷이즈는 자체 개발 엔진인 카오스 엔진을 쓴 사실적인 그래픽이라고 자랑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최신 게임의 그래픽과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이며, 실제 전장의 긴박감을 느끼기에는 타격감이 너무 밋밋하다.
또한, 중세 배경의 공성전 게임이라고 하고 있지만, 고증이라는 것은 아예 머리 속에서 지웠는지, 온통 배경만 중세이고, 중국풍의 캐릭터에 중국 무기들, 중국 병사들만 잔뜩 등장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럴거면 그냥 삼국지로 출시하지, 왜 중세라고 포장했는지 모르겠다.
특히, 중국 관련 병종이 너무 강해서 밸런스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며, 중국인 위주의 운영정책과 중국 이용자들이 많은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핵 문제로 인해 불만이 계속 커지는 중이다. 현재 스팀 평가를 보면 55% 이상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나름 틈새 시장을 잘 파고들었지만, 마무리가 아쉽다.
다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과거 스팀 얼리엑세스 초창기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 있었으며, 사실적인 공성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많이 어려운 게임도 아니고, 해외 시장에서 마니아도 많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사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던 중국 게임사가 글로벌 출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2편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어 버렸지만, 무려 16년 전에 킹덤언더파이어 더 크루세이더즈 같은 게임을 만들었으니, 국내 게임사들도 마음만 먹으면 이보다 더 멋진 게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PC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곳도 찾기 힘들어지긴 했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곳들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