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곰 겜덕연구소] 세계 3대 RPG를 아십니까?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앤매직!
(해당 기사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네이버 포스트 게임동아 꿀딴지곰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꿀딴지곰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지식인에서 고전게임 전문 답변가로 활동하고 계신 꿀딴지곰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세계의 3대 RPG로 손꼽히는 울티마와
위저드리, 마이트앤매직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꼭 알아야 할 RPG 3대장들!]
꿀딴지곰 : 안녕하세요. 오늘은 드디어 세계의 3대 RPG를 알아보는 시간이로군요!! +ㅂ+
조기자 : 네에. 사실 하나의 분야에서 최고를 나열하는, 이른바 세계 최고를 비교하는 것은 시대를 넘나들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HOT 이슈' 거리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세계 3대 미녀', '세계 7대 미스터리', '세계 10대 자연경관', '세계 3대 판타지', '세계 4대 성인' 등 인물, 문학, 역사, 사물 심지어 자연 경관에 이르기까지 그 분야와 종목을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세계 최고 논란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요. 누가, 어떤 방식으로 기준을 정하느냐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무의미한 논쟁'이라는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한 가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가리는 것은 아직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현재에도 끝없이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꿀딴지곰 : 음.. 멀리서 생각할 것도 없이 일상 생활에서 아이돌 가수들 중에 누가 제일 멋있냐, 누가 제일 이쁘냐 이런 거 비교하는 것도 적용되는 것이겠군요. =ㅂ=a
조기자 : ㅋㅋ 그렇죠. 게임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세계 3대 RPG를 말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만, RPG의 태동에 큰 역할을 한 세계3대 RPG를 꼽아본다면 저는 ‘울티마’와 ‘위저드리’, ‘마이트앤매직’ 3개 게임을 꼽을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에야 게임업계의 '고대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게임들이지만, 하나 같이 RPG의 기틀을 세웠다고 평가받는 게임들이기 때문에 세계 3대 RPG라는 타이틀을 받아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꿀딴지곰 : 여담이지만… ‘파이널 판타지’가 들어가야 한다, ‘이스’가 들어가야 한다 등 JRPG들을 손꼽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뭐 조기자님 개인적인 추천이라고 하고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ㅂ=;;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거대한 저택에 주춧돌이 된 게임 울티마]
꿀딴지곰 : 1981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울티마는 '로드 브리티쉬' 리차드 개리엇이 개발한 RPG입니다. 1974년 등장한 보드게임 던전앤드래곤(이하 D&D)의 열혈팬이었던 19살 청년 리차드 개리엇은 D&D를 컴퓨터로 즐기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고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CRPG)의 기틀을 다진 '아카라베스'를 개발한 이후 영국 신화에서 많은 부분을 참조한 방대한 세계관과 더욱 진화된 게임 시스템을 연구한 결과 울티마를 제작하게 되었죠.
조기자 : 흐.. 새삼 리차드 개리엇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우주 먹튀가 생각나는군요. 희대의 전설이죠. 우주 먹튀..
꿀딴지곰 : 그.. 그렇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의 돈을 모아 모아서 우주 여행 다녀오신 그분이죠. ^^;;
조기자 : 중간에 끊지 않을 테니 주욱 얘기해주시죠 ^^
꿀딴지곰 : 험험.. 영국의 한 청년이 다른 차원의 세계 브리타니아로 넘어가 '아바타'라 불리며 모험을 다룬 ‘울티마’는 1~3편까지의 '암흑의 시대', 4~6편까지의 '계몽의 시대' 7~9편까지 아마게돈 시대 등 총 3개의 시리즈로 나뉘어 출시돼 자그마치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게이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울티마가 RPG 장르에 미친 영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죠. ‘울티마’ 시리즈의 서막을 연 ‘울티마1’의 경우 독자적인 스토리라인과 함께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가 도입되어 기존 게임과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전설의 시작)
(울티마 1.. 지금 보면 조악하지만, 당시에는 꿈과 모험의 세계로 인도하는 멋진 그래픽이었다)
조기자 : 확실히 당시에는 약간의 그래픽만으로도 상상력을 발휘해서 게임을 즐기던 시절이니까요. 오히려 지금의 자동전투가 판치는 시절보다 훨씬 감성적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꿀딴지곰 : 원래 RPG라는 것은 기술 구현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책상 위에서 말로 하고 다들 머리 속으로 상상하던 거 아니겠습니까. 특히 80년도는 단편적인 액션이나 슈팅 등이 막 발전하고 있던 시기인데요,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더 강해지고 더 넓은 영역으로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캐릭터 성장에 대한 부분은 '울티마3'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기존의 게임들이 하나의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했어야 했던 것과는 달리 여러 캐릭터를 성장시켜 함께 싸울 수 있는 '파티' 시스템을 선보여 당시의 RPG 흐름에 판을 바꾸어 놓기도 했었죠.
(파티 시스템으로 혁신을 맛보여줬던 ‘울티마3’. 아미가 컴퓨터 용 게임화면)
조기자 : 혼자서 모험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모험을 떠난다는 것. 상당히 도전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꿀딴지곰 : 그렇게 ‘울티마’ 시리즈는 꾸준히 발전해나가기 시작했는데요, 시리즈 사상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울티마4'는 각 도시별로 등장하는 8대 미덕을 바탕으로 한 '명성시스템'을 도입해 게이머가 어떤 미덕에 맞는 조건에서 적들을 쓰러뜨렸는지를 게임 속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이들 8대 미덕은 모두 ‘울티마’의 세계관과 어우러져 등장하기 때문에 세계관과 시스템을 모두 완벽히 이해해야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었죠.
스토리를 따라가고 전투를 즐기는 것을 넘어 게임 속의 도덕적 철학과 윤리를 완벽히 이해해야만 게임을 완료할 수 있는 심오한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져준 셈입니다.
조기자 : 이런 부분은 정말 요즘 개발자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스토리는 그냥 날로먹는 거라 생각하는 게임사들이 많은데 ‘울티마’ 같은 초창기 RPG의 발전 방향을 보면서 스토리와 몰입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네요.
꿀딴지곰 : 특히 북미 게이머들을 보면 ‘게임의 세계관’을 엄청나게 중시하고, 어떻게든 난관을 극복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데 희열을 느끼더군요. 배경, 캐릭터, 움직임 등 하나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대해 중요시하게 된 건 이런 ‘울티마’ 시리즈의 영향이 어느정도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두근두근.. 모험이란 늘 설레는 것 / 울티마 4 게임화면)
꿀딴지곰 : 특히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라인은 ‘울티마’ 시리즈의 백미이며, 역시 게이머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충분했습니다.
악의 마법사와 그의 부하들과의 전투를 다룬 1~3편과 악의 마법사와의 전투로 인해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벽한 미덕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아바타의 모험을 다룬 4~6편, 그리고 절대 악을 상대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다룬 7~9편까지 하나의 시리즈에서 벌어진 일이 다음 시리즈에 영향을 미치는 다차원적인 스토리라인을 통해 게임의 흥미를 높인 것이 ‘울티마’ 시리즈의 특징이죠.
조기자 : 음.. 9편은 좀 문제가 많지 않았나요?
꿀딴지곰 : 아.. 그렇죠. 1996년에 출시된 ‘울티마9 : 승천’은 평가가 아주 좋지 못했죠. '명작의 횡포'라고 불리우는 수모를 겪기도 했구요. 당시에 저도 당연히 구매했습니다만, 엄청난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 사양과 수많은 버그로 인해 당시 최신형 컴퓨터를 구매한지 1개월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게임이 버벅대는 사태를 겪으며, 엔딩을 보지 못해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조기자 : ‘울티마’ 시리즈에 대한 간단한 발전과 다차원적인 스토리 외에 또 다른 의미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꿀딴지곰 : ‘울티마’ 하면 RPG의 효시격인 타이틀이라는 점 외에 MMORPG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ㅂ=)b
1997년 등장한 '울티마 온라인'은 혼자만의 세계라는 개념을 넘어 멀티플레이를 통해 보다 넓은 세상에서 게이머들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은 물론, 게이머들의 손으로 세계를 창조하고 다양한 직업, 스킬, 사냥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등 지금의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의 기틀은 잡은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죠.
조기자 : 아! ‘울티마 온라인’!!
(울티마 시리즈 발전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울티마 온라인’)
꿀딴지곰 : 뭐.. ‘울티마 온라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만, 그런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요, 이러한 ‘울티마’ 시리즈의 세계관 확장은 이후 온라인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에버퀘스트’, ‘에이지오브카멜롯’, ‘리니지’ 등의 MMORPG에 기틀이 되기도 했으며, 인터넷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인 패키지 상품의 판매와 월 정액 이용권을 판매하는 등 지금의 온라인 게임의 상품화에 모델을 제시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조기자 : 확실히 ‘울티마’ 시리즈는 여러 RPG들에 대단한 영향을 미쳐왔네요. 패키지 시절부터 MMORPG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안 미친 곳이 없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네요.
꿀딴지곰 : 그리고 앞서 조기자님이 언급하셨던… 리차드 게리엇의 이후 행보도 유명한데, 엔씨소프트에서 개발자로 근무한 뒤 희대의 온라인게임 '타뷸라 라사'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이후 엔씨소프트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여 보상금으로 우주여행을 다니는 등 국내 게이머들에게 '우주 먹튀'로 불리기도 했었죠. 하지만 최근 킥스타터를 통해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의 개발을 전하고 있고 킥스타터 모금 1천억 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우는 등 아직도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조기자 : 자아 소개 끝으로 3개 게임의 동영상을 올려놓을 테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클릭해보세요 ^^
울티마 1 : https://www.youtube.com/watch?v=ucexpOu4Rvc&list=PLQPAZnhDKPmHHSeqXr8vqEM_5olll-0RS
울티마 4 : https://www.youtube.com/watch?v=UfvVvvgY5h0&list=PLQPAZnhDKPmFkRIdJ8b8yz1sD4ej6y4sk
울티마 온라인 : https://www.youtube.com/watch?v=xs_lXtk50QQ
[시작은 미국이었으나 일본 RPG의 대부가 되어 버린 게임 위저드리]
(위저드리. 이 화면만 보면 설레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꿀딴지곰 : 1981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위저드리’는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당시에 학생의 신분이었던 앤드류 그린버그 와 로버트 우드 헤드가 개발한 ‘위저드리’는 D&D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이를 풀어낸 것은 물론, 드래곤퀘스트, 파이널판타지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RPG에 큰 영향을 미친 게임으로 유명하죠.
당시 서양 롤플레잉 게임들 대다수가 그랬듯이 ‘위저드리’도 D&D의 요소를 컴퓨터로 구현한 CRPG의 형식으로 등장했는데, 상대에게 주는 대미지와 방어도를 육각면체 주사위로 정하는 '내성 굴림'이 등장한 것은 물론, 사망 시 교회에서 부활하는 시스템과 전사, 도적, 마법사 등의 파티가 1인칭 시점으로 등장하는 등의 독창적인 게임 콘텐츠로 크게 환영받았습니다.
조기자 : 아하~ 학생 신분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꿀딴지곰 : 특히 ‘위저드리’는 사망 시 특정 장소에서 부활하는 시스템이나 파티별로 특성이 다른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RPG 임에도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 플레이는 이후 드래곤퀘스트, 파이널판타지, 여신전생 시리즈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기자 :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류의 RPG가 한두 개씩 나오고 있기도 했고, ‘위저드리’가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꿀딴지곰 : 저는 ‘위저드리’만의 던전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밀하게 구성된 던전에 숨겨진 함정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몬스터, 어떤 캐릭터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난이도와 다양한 보상 등 지금의 던전 플레이의 기초를 세운 게임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더욱이 시리즈를 거듭함에 따라 직업 시스템과 던전 시스템, 그리고 세계관이 점점 확장되어 80년대 중반까지 다른 RPG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기를 얻기도 했고요.
조기자 : 특히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죠?
꿀딴지곰 : 네 그렇습니다. JRPG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죠. 'JRPG'는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따라 주인공을 성장시켜 악을 무찌르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큰 틀을 지니고 있는 RPG를 말하는데요, 이는 드래곤볼, 타이의 대모험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소년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방식의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는데, 이는 높은 자유도를 보장하는 서양 RPG와는 완벽히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죠.
여담입니다만.. 이러한 JRPG의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에닉스(지금의 스퀘어 에닉스)에서 개발한 ‘드래곤퀘스트’인데요, 1986년 5월에 닌텐도의 패밀리 컴퓨터용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드래곤퀘스트’는 난이도가 높은 D&D룰을 따르는 서양의 RPG에 비해 룰을 최대한 간소화했고, '마왕에 맞서싸우는 용사의 이야기'라는 단순하면서도 흥미넘치는 스토리를 선보여 발매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누린 바 있죠.
(위저드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는 드래곤 퀘스트)
꿀딴지곰 : 그런데 그렇게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일본에서의 큰 반향으로 인해 이후 ‘위저드리’는 다른 서양 RPG와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걷기 시작하게 되죠. 일본에서의 인기를 토대로 한 시리즈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2001년 등장한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인 '위저드리8'을 마지막으로, 시리즈 대부분이 일본에서만 출시되거나 일본 풍의 게임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게임의 판권이 2006년 이후 일본의 게임회사 아에리아IPM에게 넘어간 것도 한 몫했겠습니다만 말이죠.
조기자 : ‘위저드리’가 초창기의 일본 RPG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것은 물론, 오히려 뒤로 갈수록 ‘위저드리’가 일본 RPG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 않나요?
꿀딴지곰 : 그렇죠. 실제로 ‘위저드리’ 시리즈 곳곳에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콘텐츠가 다수 등장합니다. 서양식 엘프가 뛰놀고 주사위 굴림을 굴려 대미지를 정하는 등의 게임 세계에 난대 없이 닌자가 등장한다든가, 사무라이가 핵심 직업으로 등장하는 등 일반적인 서양 RPG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콘텐츠가 등장하기도 했죠.
(위저드리 시리즈에 등장한 닌자)
비록 다차원 세계라는 세계관을 통해 닌자와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해놨지만, 서양식 세계관에 맞지 않은 분위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에게 반항을 불러일으켰다. 흔히 말하는 ‘호불호’ 라고 할까요. 세계관 파괴냐 새로운 시도냐 얘기는 많습니다만 말이죠.
또한, ‘위저드리’의 MMORPG 버전이 일본에서 출시되기도 했는데, 기존의 ‘위저드리’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일본풍의 캐릭터들과 빈약한 세계관으로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한 것은 물론, 일본 단독 서비스가 결정되는 등 여러모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마케팅이 먹히는 하나의 시장에만 집중해 '명작'이라는 칭호를 스스로 내려놓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조기자 : 대자본의 입김을 통해,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명작 게임이 망쳐지는 것은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만 명작 ‘위저드리’ 마저 그렇게 되었다는 건 좀 마음이 아프네요.
위저드리 1 : https://www.youtube.com/watch?v=zYLn_ij5G10
위저드리 MMORPG : https://www.youtube.com/watch?v=CJYzb8BhMok
[RPG 팬들에게는 문명보다 무서운 게임 마이트앤매직]
꿀딴지곰 : ‘마이트앤매직’은 위에서 소개한 3대 롤플레잉 중 가장 늦은 1986년 등장한 게임입니다. 초창기 ‘마이트앤매직’은 ‘위저드리’의 시스템에 ‘울티마’의 세계관을 접목시킨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이후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단순히 이들 게임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보다 독창적인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선보여 세계 3대 롤플레잉이라는 타이틀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꿀딴지곰 : ‘마이트앤매직’ 시리즈의 가장 독특한 점은 턴제와 리얼타임을 오가는 전투 시스템과 직업 시스템이죠. 게이머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전투를 턴제 혹은 리얼타임으로 진행할 수 있음은 물론, 하나의 직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엄청난 시나리오와 콘텐츠를 만날 수 있어 RPG의 향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게임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기자 : 오.. 저는 솔직히 ‘마이트앤매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는데.. 턴제나 리얼타임을 선택할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각종 취향의 게이머들을 다 잡아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군요.
꿀딴지곰 : 역시나 ‘마이트앤매직’의 강점도 스토리입니다. 직업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는 큰 매력인데요, 하나의 직업은 숙련자, 전문가, 대가로 나뉘는데, 직업 등급을 올리려면 직업 숙련도를 높여야 하는 것은 몰론, 등급을 높여줄 수 있는 '선생', 즉 NPC를 만나야 하는데… 이들 'NPC'는 한 군데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닌 모두 다른 마을에 위치해 있어 일일이 찾아가 기술을 배워야 다음 등급으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대가의 경우 위치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특별 퀘스트를 통과해야 승급시켜 주기도 해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조기자 : 헐.. 강제 스토리 몰입 시스템 같은 거네요.
꿀딴지곰 : ㅋㅋ 그렇죠. 심지어 당시에는 인터넷도 발달하지 않았던 무렵이어서 공략집이나 게임 가이드를 구입하지 않는 이상 마을에 등장하는 NPC의 위치를 모두 기록하여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오프라인 만남이 흔히 일어날 정도였지요. 때문에 엄청난 퀘스트와 이동 거리, 그리고 어마 무시한 직업 시스템까지 제대로 게임을 플레이하여 엔딩을 보기까지 과도할 정도의 많은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어, RPG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시간여행기'라고 불리는 게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조기자 : ‘풋볼매니저’는 이혼제조기라고 불리우고.. ‘마이트앤매직’은 시간여행기로 불리우는.. 역시 매력적인 게임들은 뭔가 달라도 다릅니다. 하하.
꿀딴지곰 : ㅋㅋ 얼마나 재미있으면 시간여행기로 불리우겠습니까. 타임머신 같은 거죠.
시리즈 별로 보면 약간은 다른 게임의 벤치 마킹 식으로 진행된 1~2편에, 전성기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3~5편이 있고요. 전성기인 6~8편, 내리막의 9편, 오랜만의 재기작인 10편으로 나눌 수 있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외전 격인 ‘히어로즈 마이트앤매직’이 훨씬 더 엄청난 성과를 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여러 시리즈가 있지만 ‘마이트앤매직’의 전환기를 맞은 시리즈는 바로 6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히어로즈 마이트앤매직'과 ‘마이트앤매직’으로 나누어 출시하던 게임을 이 6편에 이르러 이들 게임의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합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본편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던 히어로즈 마이트앤매직)
꿀딴지곰 : 특히, ‘마이트앤매직6’는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데, 국내 최초로 정식 출시된 시리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설과도 같이 내려오는 그 번역 '왈도체'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90년대 당시 해외 패키지 게임 중 한글화가 된 작품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한글화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한 일이었긴 합니다만, 이 ‘마이트앤매직6’의 한글 번역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어서 '파워 리치'를 'Power(힘쎈)', Lich(이끼)로 해석하여 '힘쎈 이끼'로 번역하거나, 상위 마법사라는 뜻인 'Arch Mage'(아크 메이지)를 오타로 잘못 인식해 Archer(궁수) Mage(마법사)로 해석해 '궁수 마법사'로 번역하는 등 판타지 마니아라면 기가 찰만한 번역이 곳곳에서 등장하게 되죠.
(안좋은 번역의 예시로 지목되고 있는 마이트앤매직6의 왈도체)
조기자 : 아 그 왈도체가 여기서 나오는 왈도체였군요;; 지금은 너무 유명하죠. 게임성이 아니라 번역 수준으로…
꿀딴지곰 : ㅋㅋㅋ 이는 당시 처참한 수준이었던 번역기의 수준과 판타지 장르에 대해 문외한인 번역가, 그리고 감수 따윈 전혀하지 않은 회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광범위한 오역인지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게임 캐릭터 ‘왈도’의 대사로 인해 '왈도체'라는 하나의 문어체로 통칭되기도 했던 것이죠.
그래도.. 이런 번역과는 별개로 ‘마이트앤매직6’는 광범위한 맵과 신으로 불리며 테라포밍을 통해 식민지를 확대하려는 고대인과 외계(!)에서 넘어와 이 고대인들을 막고자 하는 외계인 세력 크리건의 암투와 음모 그리고 반전을 흥미롭게 그려내 시리즈 중 손꼽히는 명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용과 각종 몬스터가 등장하는 전통 RPG 이야기를 하는데 왠 외계인이냐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마이트앤매직’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후반부에 돌입하면 기계들과 우주선 그리고 우주와 차원을 넘나드는 중세 시대의 SF 판타지라는 기괴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었으니 유저분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스토리이긴 했습니다.
꿀딴지곰 : 더욱이 이러한 SF 요소는 8편까지 이어지면서 절정에 달했고, 9편에 이르러 이러한 SF 요소 보다는 RPG 본연에 충실하려 대대적인 스토리 수정에 나섰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그래픽과 난해한 시나리오 그리고 부족한 콘텐츠 등의 이유로 참패를 면치 못했었지요.
이러한 ‘마이트앤매직9’의 실패를 시작으로 3DO는 파산에 이르게 되었고, 이 ‘마이트앤매직’과 형제 게임인 ‘히어로즈마이트앤매직’ 시리즈의 판권을 유비소프트에서 가져가게 되죠. 2002년 발매된 9편 이후 ‘마이트앤매직’은 무려 10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이렇다할 소식이 없어 그대로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가 했는데요, 2013년에 갑자기 ‘마이트앤매직10’의 홈페이지가 등장한 것에 이어 각종 게임쇼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 기대감을 높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2014년 '마이트앤매직10: 레거시’가 정식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이제는 3DO의 로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게임성이나 시스템 등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긴 하지만 유비소프트에서 내놓은 첫 ‘마이트앤매직’ 시리즈라는 점과 그 어떤 변화도 없는 그 때 그 시절 ‘마이트앤매직’의 모습을 그대로 선보였다는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시리즈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응원하고 있습니다!
조기자 : 영상을 빼먹을 수 없겠죠. 살펴보겠습니다.
마이트앤매직 : https://www.youtube.com/watch?v=9F_jifGaC3s
마이트앤매직6 : https://www.youtube.com/watch?v=fZFL_466x4I
[세계 3대 RPG를 본 후, 최초의 국산 RPG는?]
꿀딴지곰 : 자아 이렇게 세계 3대 RPG라고 할 수 있는, 정확하게는 현대의 RPG에 기틀을 잡아준 3대 RPG인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앤매직’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렇게 끝내긴 다소 아쉬우니.. 국내 최초의 RPG들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기자 : 아 좋네요. 이렇게 끝내긴 다소 아쉽다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 그런데 국내 최초의 RPG는 무엇인가요?
(최초의 PC RPG 신검의 전설)
꿀딴지곰 : 프로그래머 남인환씨와 우현철씨가 1987년에 '애플 2'를 통해 공동으로 개발한 '신검의 전설'은 국내 최초의 롤플레잉 장르를 선보인 게임으로 꼽히지요. 당시에 출시된 게임 대다수가 그랬듯 '신검의 전설' 역시 소수의 인원이 게임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래픽, 사운드, 프로그래밍 등 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만든 남인환 씨가 당시에 고등학생 신분이었다는 것이죠.
비록 현재는 구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일종의 '구전설화' 식으로 전해져 오고 있지만 '신검의 전설'은 리차드 개리엇의 대표 롤플레잉 게임 ‘울티마’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전형적인 용사가 세계를 구하는 '용사 이야기'를 다룬 게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초의 RPG였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요, 아마추어 개발자의 한계도 있었지만,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90년대 말에 출시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온갖 방식으로 불법 유통되며, 게임의 수명이 금세 끝나 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기자 : 아 저런.. 뭐 당시 국내 상황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저도 PC게임들.. 5.25인치 디스켙으로 엄청 복사해다 즐겼었어요. 죄의식 하나도 없이..
(GP WIZ를 통해 출시된 ‘신검의 전설 라이어’)
꿀딴지곰 :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게임을 개발한 이후 보여준 남인환 씨의 행보인데, 게임 개발을 잠시 접어둔 그는 유명 영화감독의 독립영화 데뷔작에 출연하여 잠시 배우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죠. 물론 이후 다시 게임업계에 복귀하여 '신검의 전설2', '에어리언 슬레이어' 등의 게임을 개발했고, 이후 2002년 이온소프트를 설립해 최초의 비행 MMORPG ‘프리프’를 선보이며 활발한 개발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조기자 : 아 저도 저 패키지는 가지고 있죠. 저 패키지가 출시된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꿀딴지곰 : 세월 참 빠르죠?
조기자 : 그러면 한국 최초의 온라인 게임은 무엇인가요?
꿀딴지곰 :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이자 가장 오랜 기간 서비스를 이어온 게임이죠. 넥슨의 ‘바람의 나라’입니다. 참고로 제주도의 넥슨 박물관에 가보면, 최초로 서비스됐던 1996년 그때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초기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또 넥슨이 ‘바람의나라 1996’으로 새롭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억해두세요. 18년이라는 적지 않은 역사를 지닌 ‘바람의 나라’의 과거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으니 즐겨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넥슨 박물관 홈페이지 발췌)
다운로드는 이곳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
http://www.nexoncomputermuseum.org/?mcode=0601
조기자 : 휴우.. 교수님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꿀딴지곰 : 네 그러시죠. 조기자님. 그런데 오늘은 부쩍 더 피곤해보이시는데.. 무슨 일 있으신지요?
조기자 : 제가 요즘 저녁때마다 ‘재믹스 미니’를 조립중이어서요. 참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벽까지 가내수공업 작업 중이라.. ㅠ_ㅠ 오늘 분량이 좀 적더라도 양해부탁드리겠습니다. ^^
(조기자가 밤마다 가내수공업중인 재믹스 미니)
꿀딴지곰 : +ㅂ+ 오오.. ‘재믹스 미니’ 박스들의 위용이라니.. 4월18일 출시라는 얘길 듣긴 했습니다. 아무쪼록 잘 마무리하시면 좋겠네요. 화이팅입니다!
조기자 : 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세계 3대 RPG인 울티마와 위저드리, 마이트앤매직'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 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 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 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