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에 걸쳐서 조금씩 위로, 게임 '로블록스'가 압박해온다
근 1-2년 전만해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로블록스'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임이었다.
'좀비고등학교', '마인크래프트'와 함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긴 했지만, 매출 순위 50위 권에도 못 올랐고 그래픽이나 게임성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주류 게임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로블록스'의 진가가 나오고 있다. '로블록스'는 몰래 접근하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순위를 높여가더니, 어느덧 국내 매출 순위 21위까지 올라왔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20위권 안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 게임이 2004년에 서비스를 시작하여, 올해로 16년에 이른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저력이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로블록스'는 샌드박스 게임이자 오픈월드 게임을 표방하며 시작됐지만, 이제는 글로벌 전 지역에서 하나의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이머들은 '로블록스'가 매력적인 이유로 활발한 '게이머 창작'을 꼽는다. 게이머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게이머들이 그것을 즐기는 방식인데, 서비스 시간이 긴 만큼 '로블록스' 안에는 일반 RPG 외에도 FPS(1인칭 슈팅), 탈출, 레이싱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 백만 개가 집결되어 있다.
게이머들은 '로블록스' 안에 들어온 후 '스팀'처럼 게임을 골라잡아 플레이 하면 된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게임들도 많지만, 주요 인기 작품들은 완성도도 높고 동시접속자도 몇만 명에 이른다.
레고 비슷한 4각형의 단순한 캐릭터와 엉성한 그래픽에 첫 인상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여기에 모인 게이머들에게 그런 건 큰 상관이 없는 듯하다. 어차피 게이머들이 만들었다는 판단 아래 즐기는 게이머들도 눈높이가 높지 않다.
더불어 스마트폰과 PC 모두 동시에 실시간 멀티 플레이가 지원되고 다양한 게임을 함께 골라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전세계 초등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은 '매드 시티' 등의 게임으로 슈퍼 히어로와 도둑, 경찰 등으로 나뉘어 경쟁하고, '입양하세요' 등의 게임으로 육성을 즐기며, '피기' 게임 등으로 협력해서 탈출을 도모한다. 이 게임 했다가 저 게임 했다가 하는 모습이 흡사 과거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오징어냐 술래잡기냐를 하는 듯한 느낌 마저 든다. 일종의 디지털 놀이터인 셈이다.
더욱이 점점 더 전세계적으로 게이머들이 몰리면서 '로블록스' 속의 게임들도 돈을 벌기 시작했고, 더 자신들의 게임 완성도를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로블록스' 개발사가 만들어놓은 판에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앞 다투어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알아서 가꿔주고 거기에 반해 게이머들이 더 모여든다.
거기에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가 합류하여, 매일 수십 수백 개의 새로운 '로블록스' 동영상이 만들어지며 다시 수많은 게이머들을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됐다.
16년에 이르는 꾸준한 서비스와, 전세계 게이머들이 알아서 진행중인 게임 개발. 타 게임사들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만큼의 분량과 재미로 게임순위 상위권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로블록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로블록스'가 약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 또한 평가는 비슷하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로블록스'도 계속 완성도를 높이며 게이머들을 흡수해나갈 거라는 것. 시간은 '로블록스'의 편이라는 의견이다.
윤장원 동명대 미디어공학부 교수는 '로블록스'에 대해 "'배달의 민족'처럼 플랫폼 시장은 승자 독식 구도를 띈다."며 "대세 플랫폼이 된 '로블록스'는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로블록스'에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개발사가 과연 있을까."라며 '로블록스'의 저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