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GTA2 감성을 지닌 듀랑고? '아메리칸 퓨지티브'
게임은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는 전설의 용사가 될 수도 있고, 우주에서 싸우는 군인이 될 수도 있으며, 판타지 세계에서 영웅이될 수도 있다. 이 중에서도 실제 생활해서 진짜로 했다간 곧바로 삼시 세끼 나라에서 주는 밥을 먹게 되는 범죄를 소재로 한 게임들은 인간의 욕망이 가장 여실히 투영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커브 디지털에서 개발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아메리칸 퓨지티브’는 이러한 범죄를 게임 속에서 여실히 즐길 수 있는 신작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지난 6월 11일 H2인터렉티브를 통해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한글화 출시된 이 게임은 보이는 건물을 모두 털 수 있는 자유도 높은 플레이로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게임의 스타일은 과거 GTA2를 연상시키는 탑뷰 방식의 플레이로 진행된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는 보이는 모든 건물에 침입할 수 있고, 길에 움직이는 모든 차를 훔칠 수 있고, 방문하는 모든 상점에서 협박으로 돈을 갈취할 수도 있다.
다만 게임 미션과 무관하게 범죄를 저지르다간 마을에 존재하는 경찰들과 무장한 민간인들에게 잡히거나 사망하는 댓가를 치루게 되며, 보안 시설이 설치된 건물에 잘못 진입했다간 경찰이 순식간에 출동하기 때문에 안되겠다 싶으면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차를 훔쳐 운전할 경우 마을 곳곳에 위치한 타임 트라이얼 및 스턴트 점프에 도전할 수 있으며, 지하 범죄 세계의 건수에 가담하거나, 부패한 경찰이 존재하는 등 풍부한 즐길거리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는 것도 이 게임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이러한 콘텐츠를 지닌 만큼 처음 이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는 오픈월드 게임과 흡사하게 느껴졌지만, 플레이를 진행할수록 게임의 분위기는 액션 어드벤처에 가까운 모습으로 흘러간다. 게임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주요 미션이 지속적으로 주어지며, 메인 미션을 해결할수록 캐릭터의 성장도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게임 진행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GTA 시리즈와 달리 이 게임은 길에 포장도 안된 80년대 미국 시골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털 수 있는 집이나 숨을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고, 경찰들의 순찰과 감시가 의외로 촘촘하기 때문에 막무가내 식 플레이는 진행하기 매우 어렵다. 때문에 자유로운 플레이를 지원하지만, 여타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비교하면 플레이할 수 있는 테두리가 정해져 있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이러한 범죄를 소재로 한 게임이 수위가 너무 강하거나 단순 범죄자의 삶을 그리는 작품이라면 거북할 수도 있으나 아메리칸 퓨지티브는 스토리를 통해 게임 플레이에 설득력을 부여한 모습이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윌 라일리는 평소 소원하던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급히 아버지의 집으로 갔으나 싸늘한 주검이 된 시신을 확인하고, 마침 들어닥친 경찰에 체포되어 친족 살해 혐의로 감옥에 간 인물이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밝히고자 탈옥을 감행한 탈옥수라는 점에서 빈집을 털면서 자금을 모으고 경찰의 수사에 벗어나야 하는 설득력을 제공한다.
또한, 80년대 미국 시골이라 보니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무고한 시민을 해치는 플레이도 사실상 진행하기 어려워 자유도 높은 게임들이 보여주는 거북한 플레이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움직임과 사물 액션 및 전투가 묘하게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는 넥슨의 모바일 게임 '듀랑고'와 흡사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게임에서는 숲에 있는 버섯을 먹어 체력을 회복할 수 있고, 다양한 도구를 조합하여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데, 게임의 그래픽이나 캐릭터 모션 그리고 그래픽 질감이 듀랑고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더욱이 맨손 전투의 경우 딜레이가 존재하고, 달리기 등의 행동에 제약이 있는 것도 매우 익숙하게 다가와 플레이 중간마다 “아 차라리 듀랑고가 이렇게 나왔으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을...”이라는 말을 절로 내뱉을 정도.
이렇듯 아메리카 퓨처티드는 다양한 재미요소를 지닌 수작이었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우선 차량을 운전하는 드라이빙 액션의 경우 차의 스피드에 비해 마을 길이나 사물이 너무 좁게 이어져 있어 걸핏하면 건물에 부딪쳐 드라이빙 액션의 재미는 느끼기 어려웠다.
여기에 스위치 버전의 경우 화면 비율이 너무 높아 캐릭터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전투 액션이나 물건이 파괴되는 효과는 좋았지만, 게임 플레이 대부분이 은신 혹은 도주를 중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몇몇 미션을 제외하면 액션 플레이의 재미를 느낀 경우가 드물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러한 몇몇 단점이 존재하지만, ‘아메리칸 퓨지티브’는 게임이 지켜야 할 선은 적절히 지키며, 흥미로운 스토리와 오픈 월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자유도 높은 콘텐츠 등 생각 이외의 수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휴대가 가능한 스위치 버전으로도 출시된 만큼 링피드와 동물의 숲에 질려 한 동안 스위치를 내던진 게이머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