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게임 시장의 현황
시장조사 업체 뉴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세계 게임 시장은 1,460억 달러(한화 약 179조 650억)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는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 19’ 판데믹(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 이전에 작성된 보고서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3월 이후 세계 게임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매년 시장 보고서를 내놓는 분석 업체들은 일제히 코로나 사태 이후 게임 시장의 규모가 최소 5%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뉴주의 경우 2020년 글로벌 게임 시장이 1,593억 달러(191조 7,972억)가 될 것이라고 상향 조정했으며,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 슈퍼데이터 역시 2020년 게임 시장을 1,248억 달러(한화 약 150조 2천)로 예측했으나 더욱 상향될 것이라는 추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중 가장 극적인 성장을 거둔 분야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된 이후 각국의 정부에서 감염의 흐름을 막기 위한 강제 격리 조치와 외출 제한 등의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정책을 시행하며 취미생활을 즐기기 어려워진 이들이 대거 모바일 게임을 즐기며, 사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센서 타워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극심했던 1분기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의 다운로드가 2019년 3분기 대비 20억 건 이상 증가한 130억 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중 앱스토어의 다운로드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30억 건에 달했고, 구글플레이는 38% 증가한 103억 건으로 증가해 분기 역대 최대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바일게임의 사용자 이른바 ‘모수’가 늘어난 만큼 매출 역시 함께 상승했다. 본격적으로 다운로드 수가 급증한 3월 모바일 게임은 전월대비 8% 증가한 58억 달러의 매출이 집계되었고, 4월의 경우 이보다 10% 증가한 64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지표로, 신작 게임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3월 보다 4월의 매출이 높은 것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일어난 현상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非 게이머’들의 게임 시장 입문이 급속도로 이뤄졌던 2010년대 이후 두 번째로 새로운 유저층이 등장한 셈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노년 층의 게임 플레이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퓨처소스 컨설팅’은 이른바 50세 이상의 게이머를 일컫는 이른바 ‘grey gamer’(회색 게이머)가 상승했고, 이중 상당수는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퓨처소스’는 직장에서 은퇴한 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면서 모바일 게임에서 친구 혹은 지인을 만나는 경우가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포커, 퍼즐 맞추기 등 캐주얼 게임의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10~30대가 주를 이루는 모바일 게임 시장은 RPG, MMORPG, 슈팅, 액션 등의 장르가 강세였지만, 4월 한달간 ‘마법의 정원’(Gardenscapes)은 3,770만 다운로드, 피쉬돔(Fishdom)이 2,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등 간편하고, 직관적인 캐주얼 게임이 기존 장르를 뛰어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존 게임들의 성장이 둔화된 것도 아니다. 센서 타워는 4월 한달간 텐센트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왕자영요(해외명 Honor of King)는 각각 ‘2억 2,222만 달러’와 ‘1억 5,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한달 간 두 게임만으로 무려 3억 7,622만 달러(한화 약 4,529억 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여기에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와 릴리스 게임즈의 ‘AFK 아레나’, 소니의 ‘페이트/ 그랜드오더’ 등의 기존 인기 게임 역시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리니지M은 한국 시장이 주요 타겟임에도 4월 구글플레이에서 상위 매출을 올린 10개 게임에 이름을 올렸고, 이중 리니지2M은 1분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게임으로 기록됐다.
현재 전세계 정부 곳곳에서 코로나 대책 완화를 추진하며, 1분기에 나타난 급격한 성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은 이전보다 더 큰 폭을 기록할 모양새다. 시장조사 업체 뉴주는 올해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26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센서타워는 2024년까지 760억 건에 달하는 모바일게임의 다운로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2/5 이상이 스마트 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진입 장벽이 낮아 많은 이들이 쉽게 게임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더욱이 코로나의 추가 유행에 따른 ‘포스트 락다운’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성장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만만찮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콘솔 & PC게임 이른바 ‘비디오 게임’ 역시 코로나 사태 이전과 이후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을 예정이다. 2020년 콘솔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6.8% 성장한 452억 달러(한화 약 54조 4,208억)로 예측된다.
이러한 성장폭은 1분기 시장에서 거둔 ‘비디오 게임’의 성과에 기반한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 업체 NPD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 3월 한달 간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 수익이 2019년 대비 34% 증가한 7억 7,500만 달러(1조 7,759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판매량 역시 급격히 상승했다. 게임인터스트리 비즈는 3월 16 일부터 3주간 50개국의 게임 시장에서 총 460만 개의 게임이 판매량을 올렸으며, 이중 디지털 다운로드(DL)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오프라인 판매점을 방문할 수 없게 되자 ‘DL’을 선택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서비스 중인 ‘콜오브듀티: 워존’은 1 분기 매달 평균 4억 3천 4백만 명의 게이머가 접속하며, 사용량이 급상승했다. EA 역시 ‘스타워즈: 폴른 오더’의 평균 이용자가 천 만명에 달하는 등 자사의 인기 게임의 매출이 크게 증가해 1분기 14억 달러(한화 1조 6,856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거둔 곳은 닌텐도다.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무려 1,350만 장 이상 판매된 ‘동물의 숲’과 ‘링피트’와 같은 타이틀을 출시한 닌텐도는 1분기 영업이익 3천523억 엔(약 4조 61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무려 41.1% 증가해 손에 꼽을 만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게임 서비스 플랫폼의 사용자 수도 급증했다. 트위치는 4월 한 달간 전세계 시청자들이 약 14억 4천만 시간 동안 게임 스트리밍을 시청했으며, 스팀(Staem)의 경우 3월에만 무려 2천만 명이 넘는 동시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비디오 게임 시장의 성과는 의외로 국제기구의 협력도 한 몫 했다. 국제평화기구(UN)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에 사회적 격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비디오 게임'을 적극 추천한 것이다.
지난 4월 유엔 서유럽 지부는 비디오 게임은 손 위생과 예방 습관을 촉진하여 코로나 바이러스 질병의 확산을 막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개발사 모장(Mojang)과 협력한 모금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유엔 난민기구의 코로나 대응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AC 밀란의 골키퍼 아스미르 베고 비치와 바이에른 뮌헨의 알폰소 데이비스가 ‘eFootball PES 2020’(위닝 2020)로 대결을 펼치는 온라인 매치에 약 9,000유로(한화 약1,214만 원)의 기금이 모인 것을 집중 조명하며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3월 WHO의 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개인 SNS인 트위터를 통해 '투게더앳홈(#TogetherAtHome)'을 태그로 걸고 "우리는 집에서 함께하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또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글을 남기며 게임 플레이를 권장했다. 다만 이 게시물의 경우 많은 이들이 WHO가 지난해 게임질병을 공식 질병코드로 등재한 것을 언급하며, “질병을 질병으로 막는 행위”라는 비아냥을 보내는 것은 피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움직임에 게임사들 역시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베데스다 스튜디오가 코로나19 극복 기금에 백만 달러를, 40여 개의 게임사가 세계 보건기구(WHO) 기금에 천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한 것은 물론, 게임 타이틀의 수익 혹은 게임 내 아이템의 판매 금액을 기부하는 다양한 활동이 게임 속에서 진행됐다.
이렇듯 국제적인 재난 속에서 보여준 게임사들의 선행과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많은 외신들은 “정상적인 취미생활을 못하는 너드(Nerd)들의 문화”라는 게임 산업의 부정적인 시선이 점차 희석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오는 11월부터 돌입하는 미국의 연말 세일 시즌에 차세대 콘솔 기기인 ‘Xbox series X’(엑박 시리즈X)와 플레이스테이션5(PS5)의 출시도 예정되어 있는 상황. 이에 비디오 게임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클라우드를 비롯한 멀티플랫폼 기능이 강조된 차세대 콘솔 기기의 등장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의 극적인 변화 역시 예측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받은 e스포츠 시장의 경우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시장 조사 업체 뉴주는 e스포츠 리그의 온라인 전환 등 다양한 방안이 효과를 발휘하며, 10억 달러(1조 2,040억 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 이하 WEF)은 코로나 사태가 게이머들에게 e스포츠 리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WEF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은 e스포츠 리그가 무관중 혹은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운영되었으며,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모든 활동이 전면 중단된 전통 스포츠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낳았다고 말했다.
특히, 야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의 리그가 대거 취소되자, 많은 방송국에서 ‘시간을 채우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e스포츠 리그를 방영하는 횟수가 늘어났으며, 이는 광고주 및 방송 관계자들에게 e스포츠 리그의 상업적인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수익의 약 75 %가 광고 및 방송에서 발생하는 e 스포츠의 특성상 오프라인 이벤트와 관련된 매출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리그가 정상 운영됨에 따라 피해가 최소화되어 코로나 사태 이후 변수가 가장 적어진 스포츠 종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e스포츠 리그를 진행 중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경우 중국 지역 대회인 ‘LOL 프로페셔널 리그’(이하 LPL)의 시청자 수가 지난해 300억을 돌파했으며, 올해 진행된 미드 시즌 컵(MSC)에서 역시 만만치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대회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지며,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 e스포츠 산업이지만, 전통 스포츠의 부진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리그의 상업적인 파급력은 여전히 지니고 있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