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장막이 걷히다, 한국 게임사들의 전략은?
현재 게임업계는 글로벌 전쟁이 한창이다. 스마트폰 게임시장이 열린지 10여 년, 급격한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체질 개선을 끝낸 각국 게임사들이 앞 다투어 해외로 진출하면서 국경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당장 국내만 해도 한국과 중국 게임사들의 대결이 숨막힐 듯 치열하다.
하지만 시대가 또 변하면서 게임업계는 2차 쇼크를 눈앞에 두고 있다. PC와 모바일이 융합하고, 넷플릭스같은 기간제 서비스가 흥하고, 스팀같은 글로벌 통합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게임업계 글로벌 전쟁은 현재와 같은 국지전 수준이 아니라 세계대전 급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라지고 있는 게임의 장벽, 또 한번의 쇼크를 앞두다
국가별 장막이 걷히고 있다. 애플과 구글로 인해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통합이 현실화된 후, 이제 PC 게임 및 콘솔 게임 분야도 글로벌 전쟁의 포성이 울려퍼지고 있다.
우선 PC 게임 시장은 모바일과 실시간 연동되기 시작하면서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모바일에 비해 PC 게임은 비교적 출시 국가가 구별되던 형태였지만 모바일과 플랫폼 통합이 되어가면서 장벽이 무너질 기세다.
당장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NC))의 '리니지2M'이 본격적인 PC와 모바일의 융합 시대를 열었다. 게이머들은 PC와 모바일 통합 플랫폼인 '퍼플'을 활용해 PC와 모바일 어느 하드웨어든 상관없이 들어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후 엔씨(NC)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리니지M'에 퍼플이 대응되고, 자회사인 엔트리브(대표 이성구)의 신작 3종(트릭스터M, 팡야M, 프로야구H3)이 모두 퍼플을 통해 출시된다고 발표되면서 PC와 모바일 게임의 융합은 본격화되어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넥슨의 'V4', 그라비티의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 등 타 게임사들도 '동일한' 게임을 PC와 모바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형태의 HTML5 게임들도 PC와 모바일이 동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PC와 모바일 게임의 융합이 현실화되면 이제 게임사는 PC 게임이든 모바일 게임이든 '원빌드'로 출시해버리면 된다. 출시 전에 언어만 대응해서 넣으면 순식간에 세계로 판매할 수 있다. 각 권역별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할 필요는 있겠지만 서비스는 즉시 진행가능한 구조가 되는 것이다.
다만, 구글이나 애플에 수수료를 제공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구글이나 애플은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플랫폼 제공료로 30%의 수수료를 떼어가고 있는데, PC 게임까지 확장되면서 PC쪽 과금도 30%의 수수료를 부과시키느냐의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PC게임 입장에서는 모바일게임과 서버가 연동된다는 점만으로 30%의 수익을 떼주는 게 불만일 수 있고, 반면에 구글이나 애플도 당장은 30%로 고집을 피우지만 향후 PC쪽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해 독점 등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어 그대로 유지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쉽사리 풀리진 않겠지만, 대세가 PC와 모바일의 융합으로 가는 현재 다양한 협의를 통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PC와 모바일의 융합에 이어 PC와 콘솔 게임에 있어 스팀과 게임패스 등의 글로벌 통합 서비스의 발달도 국가별 장벽을 약화시키는 역할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넷플릭스처럼 기간제로 등록된 게임 전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패스 서비스는 MS의 최대 승부수다. 일정 금액만 내면 PC와 콘솔 게임 모두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타 국가로 쉽게 전환할 수 있어 국가 장벽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국가만 바꾸면 해외 게임들이 쏟아지고, 그 게임을 즐기면 해외 게임사로 돈이 들어가는 구조다. 반대로 해외 게이머들도 국내 게임을 자유롭게 즐기며 돈을 지불한다.
글로벌 통합 플랫폼인 스팀 또한 마찬가지. 즉, 게임사들은 이러한 통합 플랫폼에 '원빌드'로 게임을 출시하면 전세계에 제한없이 서비스하고 또 전세계 게이머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일 수 있다.
일례로 스팀의 경우 각 국가별로 게임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게이머들은 같은 게임을 가장 싸게 파는 국가가 어딘지 파악해서 해당 국가에서 구입하는 등 국가 장벽이 없는 형태의 소비 형태를 이미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장원 동명대 디지털공학부 교수는 "이제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도 전세계 게이머들을 상대로 판매할 수 있고, 반대로 전세계 모든 게임사가 경쟁상대가 되는 본격 경쟁 체제가 완성되고 있다."며 "각 국가별로 마련되어있던 게임법은 막강한 힘을 가진 글로벌 플랫폼 앞에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장막이 걷히다, 한국 게임사들의 전략은?
이렇게 국가별 장막이 걷히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게임사들도 다양한 형태로 저마다의 전략으로 글로벌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엔씨(NC)는 '퍼플'로 PC와 모바일 게이머들을 대거 자사의 플랫폼으로 집결시키고 있다. 게이머들은 퍼플에서 대화하고 퍼플에서 전략을 짜며 퍼플에서 정보를 얻는다. 이렇게 대응 게임을 늘려가면 '퍼플'은 점점 '글로벌 엔씨소프트 월드'로 커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글로벌 지역에 대한 선 준비인 셈이다.
또 엔씨(NC)는 해외 지역 개발사와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콘솔과 PC용으로 사전예약을 시작한 '퓨저'가 그 예로, '퓨저'는 엔씨웨스트가 퍼블리싱 하고, 미국의 음악리듬 게임 전문 개발사인 하모닉스가 제작한 신개념 인터랙티브 음악 게임으로 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PC 등 4개 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퍼즐 게임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는 주력인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글로벌 유명 IP(지적재산권) 확보로 테마를 잡았다.
실제로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초에 글로벌 애니메이션 채널 운영사인 터너와 계약을 맺고 카툰네트워크의 유명 IP 4종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파워 퍼프 걸',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더 어메이징 월드 오브 검볼', '위베어 베어스'라는 유명IP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 여기에 세계적인 아이돌 BTS와 라인의 유명 IP인 'BT21' 신작들도 가세한다.
이미 세계적인 IP인 '디즈니'를 활용해 제작한 '디즈니팝 타운'이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 큰 성과를 내는 등 선데이토즈의 글로벌 IP 사랑은 실적으로 보상받고 있는 상황이다.
넷마블은 글로벌 인수 작전이 멋지게 성공한 케이스다. 북미 자회사인 잼시티와 카밤이 19년 4분기에 북미 시장에서만 전체 매출의 30%를 올렸을 정도다.
잼시티의 경우 캐주얼 게임을 주력으로 하며 디즈니 게임 관련 스튜디오를 흡수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쿠키잼', '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테리', '디즈니 겨울왕국 어드벤쳐', '디즈니 이모지 블리츠' 등이 주요 작품이다. 카밤은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국내 서비스명 마블 올스타 배틀, MCOC)'가 대표작으로 19년 4분기에만 넷마블의 4분기 전체 매출 중 17%대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 기준으로는 3,147억 억 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신작은 '디즈니 미러 가디언즈'가 있다.
이외에 넷마블의 기존 인기작들도 출격한다. 지난 3월 '일곱개의 대죄 : 그랜드크로스'가 북미에서 인기를 얻었고,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국내 NO1. 게임사인 넥슨은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로 벌어들이는 1조 원에 가까운 돈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더해지는 상황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올해 글로벌 최대의 승부수다. 중국 진출 최대 걸림돌로 자리잡은 판호를 미리 받아놓은 것이 신의 한수다.
또 컴투스는 국내 모바일 게임 중 최고 히트작이라고 불리우는 '서머너즈 워'의 IP를 확장한 신작들에 올인하며, '서머너즈워 글로벌 e스포츠 대회 '서머너즈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을 개최중이다. 게임빌은 지난해 출시됐던 야구 게임 '게임빌프로야구 2020슈퍼스타즈'의 일본 진출이 최대 관심사다. 'NBA'와 '프로젝트 카스고' 등의 IP도 게임빌의 저력을 알릴 신작들로 기대가 높다.
여기에 펄어비스는 '플랜8', '붉은사막' 등 강력한 PC 신작으로 시장을 밀고 나가겠다는 계산이며, 네시삼십삼분은 글로벌에서 통하는 캐주얼 게임을 테마로 시장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는 PC '로스트아크'의 글로벌 출시와 함께 '에픽세븐'의 글로벌 성과를 극대화시키는데 정신이 없다.
위메이드는 20년 동력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 3종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계획이며, NHN은 일본 NHN플레이아트의 '라인디즈니 쯔무쯔무'와 '요괴워치뿌니뿌니', '컴파스' 등을 유지하면서 신작들을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도 '크리티컬 옵스:리로디드'가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을 모은다.
마지막으로 라인게임즈는 슈퍼 글로벌IP로 손꼽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과 함께 '테러맨', '신석기녀' 등의 IP를 활용한 '슈퍼스트링' 등으로 글로벌 시장 항해에 나서며, 카카오게임즈 또한 글로벌 시장에 저력이 있는 새로운 신작들로 성과를 내어 상장을 노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