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해외 진출 방법. 어떻게 도전해야 하나
많은 게임사들이 생존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유명 IP를 활용해 만든 대작 게임들이 상위권을 장악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등 해외 게임사들도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면서, 중간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한국 게임사들에게 성장의 기회가 됐었던 중국 시장이 한한령으로 막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기업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신규 시장 개척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국내 시장 1, 2위를 장악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이번 1분기에 매출 7311억원, 영업이익 2414억원이라는 역대급 성적을 거뒀지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한 크래프톤이 매출 5082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오히려 앞선 모습을 보인 것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결과다.
다만, 그동안 해외 시장 진출의 가장 현실적인 답안이었던 모바일 게임 시장 개척도 예전 같지 않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다른 플랫폼보다 더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 신작 게임이 주목을 받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구글과 애플 마켓에 올려만 두고, 자연스럽게 다운로드 수가 오르길 기다리는 것은, 로또 1장 구입하고 1등 당첨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글로벌로 가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모바일 외의 방법도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가 됐다.
현재, 모바일 외에 글로벌 진출 방법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스팀이다. 과거에는 밸브 자체 개발 게임 중심의 다운로드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전세계 PC온라인 게임 시장을 장악한 거대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싱글 플레이 중심의 유료 게임들 뿐만 아니라, 인디 게임부터, 부분유료화 게임, 얼리액세스까지 다양한 방식에 대응하는 유연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스팀의 발표에 따르면 이미 2019년에 누적 가입 계정이 10억개를 돌파했고, 월 평균 사용자도 1억명에 육박한다. 전세계를 강타한 국산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스팀 얼리액세스를 통해 게임성을 가다듬고, 전세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새로운 유행을 만든 덕분이다.
전세계 다양한 게임사들이 많은 신작들 선보이는 글로벌 플랫폼이긴 하지만, 애플, 구글 마켓 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다. 전세계적으로 PC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이 많이 줄어들었으며, 모바일 게임보다 하드코어 성향을 지닌 PC 게임 이용자들의 특성상 게임별 쏠림 현상이 적기 때문이다. 어쌔신 크리드 같은 대작 게임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와는 와중에도, 국내 개발사에서 선보인 썸썸 편의점 같은 미연시 게임도 같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스팀의 강점이다.
특히, 미래 게임 산업이라고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VR 게임도 스팀에서는 스팀VR이라는 별도의 마켓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이미 많은 게임사들이 배틀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스팀 얼리액세스 방식으로 전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블랙스쿼드, 크리티카, 블레스 등 과거 인기 있었던 온라인 게임을 스팀으로 선보여 주목을 받은 경우도 있고, 네오위즈의 스컬, 메탈 유닛 등 인디 게임으로 도전해서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북미, 유럽 서비스에서 성공한 MMORPG로 자리잡은 검은사막도 스팀 버전을 추가로 출시하면서 이용자 층을 더욱 더 확대하는 효과를 얻었으며, 실험적인 작품인 액션 배틀로얄 섀도우 아레나도 스팀 얼리액세스로 도전 중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취향의 이용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은 특이한 시도도 무시당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이들이 배틀그라운드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도전이 계속 쌓여 회사 이름의 신뢰도를 높이면, 후속작을 낼 때 재산이 된다.
콘솔 게임 시장도 주목할 만 하다. 과거에는 플랫폼별 개발 특성이 많이 달라서 기기에 대한 노하우가 없으면 도전하기 힘든 시장이었지만, 멀티플랫폼 시대에 접어들면서 PC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을 손쉽게 콘솔로 옮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고성능 PC를 보유하는게 어려워, 콘솔 게임기로만 게임을 즐기는 국가들이 많은 편이다. 검은사막이나 배틀그라운드처럼 PC온라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도, 콘솔 플랫폼에 도전해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닌텐도의 신형 게임기 스위치다. 스위치는 Wii U의 계보를 잇는 거치형 게임기이면서, 휴대용인 3DS 영역까지 포함하는 멀티용 게임기로,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경쟁 게임사의 신형 게임기과 비교했을 때 기기 성능은 떨어지지만,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고, 그 기기를 들고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유연함 덕분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하다. PS5, XBOX 시리즈 X 같은 신형 게임기로 게임을 선보이려면 대형 TV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4K 해상도, 60프레임 같은 기술적인, 금전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기기 성능이 낮은 닌텐도 스위치는 모바일 게임에서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이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도전해볼 수 있다. 라인게임즈의 창세기전,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 등 몇몇 게임사들이 이미 도전장을 던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도전하는 게임사가 거의 없지만 닌텐도 스위치의 동작 인식 기능도 주목할 만 하다. 이번에 코로나19 사태 때 동물의 숲과 함께 닌텐도 스위치 품절 사태를 주도한 링피트처럼 동작 인식 게임 시장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VR 게임의 경우 컨트롤러 동작 인식이 기본이기 때문에, VR 게임에 도전할 수 있는 개발력을 갖추고 있다면, 링피트 같은 게임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닌텐도 스위치의 동작 인식은 기본 컨트롤러만 들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VR 게임 대중화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무겁고 불편한 HMD(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를 착용할 필요도 없다.
아직은 시작 단계인 클라우드 게임 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콘솔 기기나,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했지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면 디바이스의 성능과 관계없이,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모든 기기에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PC, 콘솔 게임 이용자와 모바일 게임 이용자층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지만, 클라우드 게임 시대가 도래하면 플랫폼에 상관없이 전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개발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하드웨어 성능에 상관없는 대신 빠른 데이터 처리가 필수인 클라우드 게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같은 대형 게임사들만 도전하고 있는 분야이긴 하다. 다만, MS, 구글, 애플 등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준비중인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며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그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남들보다 빠르게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