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곰 겜덕연구소] 전국구 덕후들이 말한다! 8~90년대 동네 게임샵의 추억들!
(해당 기사는 지난 2019년 6월 13일 네이버 포스트 게임동아 꿀딴지곰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꿀딴지곰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지식인에서 고전게임 전문 답변가로 활동하고 계신 꿀딴지곰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여러 덕후분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전국에 있었던 동네의 게임샵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동네 게임샵들]
조기자 : 안녕하세요 꿀딴지곰님. 이야~ 또 굉장히 추억에 젖는 주제가 나왔습니다.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동네 게임샵이라니요. 지금은 아재들의 마음 속에만 있는 그런 내용 아닌가요?
꿀딴지곰 : 그러게요.. 예전에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이런 표현이 나왔었죠. ‘직업의 멸종’ 이라고요. 옛날에는 그래도 각 지역 동네에 한두 개씩은 게임샵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동네 게임샵은 거의 멸종했다고 할 만큼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히나 예전부터 꾸준히 게임샵을 해오신 분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새 시대에 밀려 다 사라져버린 것이죠.
조기자 : 사실 저희 어렸을 때에는 인터넷도 없었고 그냥 각자 사는 곳 근처에서 오락실이나 게임샵 정도만 다녔었던 것 같아요.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도 않았고 또 행동반경도 좁았죠. 기껏해야 버스타고 다른 학교 오락실 평정하러 다니던 것 정도…
당연히 게임샵도 다니던 곳만 다녔었죠. 나중엔 아주머니와 너무 친해져서 가게를 맡기는 적도 생길 정도였고요..
꿀딴지곰 : 맞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게임샵에 대한 추억! 꿀딴지곰에서 한 번 다뤄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각 지역의 덕후분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동네 게임샵의 추억들을 끄집어내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다만, 이런 추억들을 끄집어내는데 문제가 있더군요.
조기자 : 음.. 무슨 문제인가요?
꿀딴지곰 : 일단 사진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ㅠ_ㅠ 사진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다보니 게임샵 사진이라는 게.. 예전 80년대 잡지 광고 외에는 거의 없더라구요. 그리고 또 하나는 많은 분들이 30년 가까이 전이라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없거나 혹은 추억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모쪼록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기자의 어린시절, 동네 게임샵에 대한 추억들]
조기자 : 교수님, 저도 여러 지인분들께 물어보면서 사진을 찾아봤는데 마땅히 가지고 계신 분들이 없더군요. 과거 게임잡지에서 유명했었던 정태○ 기자님이나 응가맨(이응○)님 등 다양한 분들께도 연락드려 봤었는데 가지고 계신 분들이 없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지금처럼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죠.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안되길래.. 많이 서글퍼지더군요. 그 시절의 소중한 자산이 거의 없다는 게 좀 씁쓸했네요.
저희 포스팅이야 뭐 잡지 광고나 동아일보 사진DB를 찾아서 어떻게든 떼우겠지만.. 실제로 옛날의 추억을 실제로 보지 못하는 점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꿀딴지곰 : 네에. 왜 우리는 예전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은 거였는지.. 뼈저리게 후회가 됩니다. 그리고 포스팅 얘기를 조금 더 해보면, 일단 저와 조기자님 얘기를 좀 하고.. 그 뒤에는 다른 몇몇 덕후분들의 얘기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기자 : 일단 제 얘기부터 간단하게 해보겠습니다. 저는 국민학교때 양재역 쪽에서 살았는데요. 아쉽게도 당시에 양재역 주변에는 게임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로 재학하면서 배정받은 중학교가 대치중학교여서 , 매봉역을 지나 대치역 쪽으로 가서 그쪽 게임샵을 자주 드나들었죠. 매봉이나 대치역 쪽에 사는 친구들 따라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자주 가던 곳이 바로 청실상가에 있던 게임샵과 그랑프리 백화점 1층에 있던 게임샵이었습니다.
꿀딴지곰 : 오 청실상가와 그랑프리 백화점이군요. 저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남부터미널 역 쪽 근처에 살았거든요. 말씀하신 곳도 한두 번 씩 가보곤 했었죠.
조기자 : 89년이나 90년쯤 되었을 것 같아요. 그랑프리 백화점 1층에 게임샵은 약간 마르신 사장님과 덩치가 건장한 형님 2분이 운영하고 계셨었는데요, 처음엔 굉장히 무뚝뚝하셨었는데 얼굴이 익은 후에는 많이 깎아주기도 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셨었습니다.
이곳이 메가드라이브2와 메가CD2 게임에 좀 강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세가 계열 게임기를 주로 여기서 구입하고 또 게임도 돈을 더 얹어서 자주 교환하기도 하고 했었죠.
특별히 생각나는 기억이라면.. 당시에 메가CD2도 어댑터를 잘 못 꽂아서 게임기를 태워 먹어서 수리를 맡겼던 기억이라든가.. (수리비가 4만원 수준으로 싼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또 여기서 메가드라이브와 메가CD를 즐기다가 나중에 통으로 3DO 신품으로 교환했던 기억도 나고 그렇습니다.
꿀딴지곰 : 오.. 현역 시절에 메가드라이브라면 몰라도 메가CD라니.. 거기에다 3DO 리얼을 신품으로 구입하셨던 건가요? 알고보니 조기자님 있는 집 자식이었군요~
조기자 : 아.. 절대 아닙니다. ㅎㅎㅎ 용돈도 적었고.. 나름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최대한 돈을 벌어서 다 게임으로 쏟아부었었죠. ㅠ_ㅠ 불쌍한 청년이었어요. 오락실에서 대전 격투 게임을 잘하게 됐던 이유도.. 사실 돈이 없어서 였습니다. 남들을 잡아먹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던 시절이에요~
꿀딴지곰 : 그렇군요~ 또 다른 지역인 청실상가는 어떻던가요?
조기자 : 저 청실상가도 제 추억이 아련히 묻어있는 곳이죠. 저 청실상가 1층 중간 쯤에 매장이 있었고 반지하에는 오락실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자주 드나들던 곳이죠. 저기에서는 주로 게임보이나 게임기어 게임들을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닉’이나 ‘샤이닝포스’ 게임기어 버전을 구입해서 엄청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었죠. 나중에 저희 동네에서 세가새턴이 가장 먼저 들어온 곳도 여기였어요. 세가새턴이 일본에 출시되고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은 때 였는데, 당시 가격으로 새턴과 버추어파이터를 100만 원을 부르셨는데.. 정말 쉬운 가격은 아니었죠. ㅠ_ㅠ
꿀딴지곰 : 새턴이 100만원이라니… 확실히 극 초창기에는 새턴이 플스보다 비쌌었죠.. ㅋㅋ 그외에 기억에 남는 추억 같은 건 없나요?
조기자 : 특별히 재미있던 일화는 없었는데, 이 청실상가 매장에 아주머니는 정말 빠꼼이였어요. 만만하신 분이 아니었죠. 몇 번이나 바가지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당시에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테이프도 판매를 하셨었는데.. 그건 지금도 다시 구하고 싶은 물건들입니다. ‘오렌지로드’ 라거나 ‘란마’, 아니면 각종 게임 OST들이 게임 테이프로 만들어졌고 이것에서 싹 다 쓸어다 구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없어요 ㅠ_ㅠ
꿀딴지곰 : 아 저 테이프~ 장난 아니죠. 저도 완전 추억이 있는 테이프에요. 가지고 싶어서 침이 흐르는군요… 그런데 조기자님의 주력이었던 MSX는 저 매장에서 취급하지 않았던 건가요? MSX 얘기가 없으시네요.
조기자 : 아, 그렇죠. MSX는 별도로 세운상가 쪽에 가기도 했고, 또 친척이 있었던 관악구에서 주로 거래했습니다. 관악구 서울대입구 역 근처에 관악 프라자가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주로 MSX 팩이나 디스켓을 복사하곤 했었죠.
양재역 쪽에 살았기 때문에 289-1인가 -2를 타고 관악구 쪽으로 이동하여 몰아서 MSX 게임을 구하곤 했습니다. 저 관악 프라자 3층인가에서 열심히 디스켓을 복사해서 룰루랄라~ 그때의 설레이는 기분이란~~ ㅋㅋ 디스켓 게임을 PC 게임 포함해서 한 천 장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꿀딴지곰 : 크아~ 천 장.. ㅋㅋㅋ 멋집니다. 80년대 후반부터 다니셨을텐데 관악프라자도 꽤 오래된 건물인가보네요.
조기자 : 네에. 이상하게 당시에는 MSX 게임은 그냥 복사가 안되고, 그 매장의 특수 기기를 써야 복사가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파일 복사가 아니라 이미지를 통째로 복사하는 방식이었구나.. 싶긴 합니다만 당시에는 그 자체로 너무 신기했었죠. 이스2라든가 샤크, 프레이 등 MSX의 명작들은 대부분 이때 복사로 구했던 기억이 납니다. 불법 복제였습니다만 어린 시절에 그런 개념이 정립되어 있진 않았네요.. (-_);;
꿀딴지곰 : 그렇긴 하죠; 당시에 MSX 게임 팩들도 대부분 정품 같아보였지만 정품이 아니었으니까요. 하물며 디스켓 복사는 정품일리 없고, 게다가 돈주고 복사해오는 건데 당시에는 정당하다고 생각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꿀딴지곰 님의 게임샵 추억, 파파상사]
꿀딴지곰 : 자 이번에는 제 얘길 해보죠. 저는 주로 파파상사에 다녔었어요. 먼저 파파상사 ‘고속터미널점’ 입니다.
꿀딴지곰 : 저 사진만 봐도 아련해지네요. 중간에 보이는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파파상사가 있었죠. 사실 파파상사는 제 가정용 게임기 인생이 처음 시작된 장소입니다.
아는 분을 통해서 파파상사를 소개받고 처음으로 8비트 컴퓨터인 아이큐2000을 구매한적이 있었는데 당시 제 동생이 파파 상가에서 게임 하나를 카피 해온 거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죠. (재차 말씀드리지만 뭐 당시에는 MSX게임의 정품 게임 구입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인지라.. 이해를.. ^^; )
카피해온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그 이후로 제가 직접 해당 가게를 오가곤 했었는데요.. 덕분에 제가 지금의 꿀딴지곰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 셈이죠. 어쨌든 파파상사는 당시 고속터미널 상가에 그 근원지를 두고 있는 일제 게임기의 메카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수시로 일본을 드나들며 새로 나온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들을 사다가 판매하셨던 대한민국 대표 보따리상 중에 한 분이셨구요, 주인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씀드리면 죄송하지만, 당시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코묻은 돈을 챙기신 대한민국의 대표 장사꾼이셨습니다. ^^; 뭐 그 시절 동네 게임가게에서 이런 추억들이 하나쯤 있으셨을 겁니다. 저도 코묻은 사탕을 수도 없이 빼았겼죠.
조기자 : 뭐.. 다들 털리면서 배우고 큰 거죠 (-_); 인생의 쓴 맛을 느낀다고 할까..;;
꿀딴지곰 : 사장님 말로는 고속터미널 말고도 대치동점과 서초점도 있었다는데 서초점은 제가 살던 동네라서 자주 갔었지만 대치동점은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군요.. 근데 이름만 빌려주신 거지 관계는 전혀 없는 가게라고 하더라구요.
그나저나 파파상사의 이름이 왜 파파인지.. 아시나요? 그 가게에는 아들이 하나, 딸이 하나 있었는데 막내 딸 이름이 "파파"였습니다. ㅋㅋㅋ 진짜 본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따님 이름을 따서 가게이름을 지은 거더라구요.. 제가 기억하는 파파는 앞니가 빠져서 이제 막 날려고 하는 철부지 꼬마 여자아이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들은 당시 참 부러웠던 게, 갖고싶지만 너무 비싸서 손가락만 빨았던 PC엔진 CD롬롬이를 가지고 스트리트 파이터 1편을 이식한 작품인 '파이팅 스트리트'를 당시에도 재밌게 즐기고 있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집이 게임가게이니 덕분에 수많은 기종의 게임기와 소프트를 수도 없이 만져볼 수 있었었던.. 축복받은 아이였죠.. 제 눈에는 적어도 그랬습니다. ㅠㅠ
파파상사의 특징이라면,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흥정을 상당히 잘 하신다는 점이었죠. 비싼 돈도 돈이지만 당시에는 정식으로 돈을 전부 주고 새로나온 게임기나 게임 소프트를 구하기란 학생이었던 저로서도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고 소프트 몇개와 추가금을 더해서 교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기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이런 거래시엔 아주머니의 밀당 기술이 장난아니셨죠..
어떻게든 게임팩을 하나라도 지킬려고 하는 아이들과 아주머니의 싸움이.. -_-; 덕분에 저는 적당히 튕기며 거래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가 강하게 나오실 경우엔 저도 몇 번 튕겨줘야 아주머니가 응해주신다는 방법을 몸소 깨달은 거죠.. 단지 순진한 소년이었던 제가 말입니다.
이후 제가 다 커서 성인이 되어 용산 관광터미널 상가 거리에서 잠시 게임장사 하시던 모습을 마지막으로 뵌 적이 없네요. 당시 정말 오랜만에 뵈었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조기자 : 교수님 말씀에 아련함이 베어져 나옵니다.. 고속터미널에 이어 파파상사 서초점은 어땠나요?
꿀딴지곰 : 아~ 파파상사 ‘서초점’에도 추억이 정말 많습니다 ^^
꿀딴지곰 : 파파상사가 고속터미널 본점 말고도 대치동과 서초동 지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 글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죠.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소림파에 숭산 소림사 외에도 북파소림과 서역소림사가 있었다는 둥 갑자기 삼류 무협지스러운 이야기가 나올 듯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당시엔 이렇듯 잘나가는 가게의 이름을 빌려쓰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더군요. 부산쪽에서도 정컴이라든가 호키포키 등 전국체인처럼 이름이 동일한 가게들이 존재했답니다.
메가드라이브로 ‘스트라이더 비룡’이 막 발매되던 무렵이었죠 아마 90년도 쯤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살던 집이 방배동에서 서초동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우연찮게도 동네에서 파파상사를 발견했습니다. 서초 파파상사, 파파상사라는 이름은 같았지만 이름만 빌려쓰실뿐 관련은 전혀 없으시다고 하더군요.
당시엔 상당한 미모의 누님 한 분과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 이렇게 두 자매가 운영중이었는데, 장소는 서초동 아파트촌의 중심가인 신동아 상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가까웠죠. 걸어서 10분 정도? 암튼 엄청나게 가깝다는 메리트가 있어서 고속터미널 파파상사를 안다니고 이쪽으로 단골집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뭐 워낙에 가게 주인 아주머니와 누님이 친절하셔서 전 그냥 단골이 되버리고 말았죠.. =ㅂ=
꿀딴지곰 : 기억으로는 200개는 넘는 게임 소프트나 게임기를 여기서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네 샵이라 가격은 용산보다 비쌌을지 몰라도 모자란 부분은 언제나 상냥한 아주머니의 친절 한보따리로 채워주셨습니다. 항상 가면 커피나 음료수를 반드시 주셨구요.
단골이 되면서 제가 가끔 일을 도와드리기도 했는데, 일본 잡지에 적혀있는 게임소프트 발매일정 등을 알려드리기도 했고, 요즘 어떤 게임이 재밌고 잘 팔릴만한 소프트인지 정보를 드리기도 했죠. 그랬더니 그게 고마우셨는지 제가 찾아가면 매달 1권씩 패미콤 통신 잡지를 주셨어요.. 아직도 그렇게 받은 고마운 잡지들이 집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
물론 나중에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게임기를 안사게 되고, 가게에서도 게임기나 게임소프트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 및 장난감이나 유희왕 카드 등을 판매하는 등 변해가더군요.. 참 서글펐습니다. ㅠㅠ 제가 성인이 되서도 가끔 놀러가곤 했었지만 결국 가게 그만두셔서 지금은 자리에 없죠. 이런 동네 게임 가게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ㅁ;
조기자 : 정말 아련한 추억입니다. 하나씩 사라져가는 추억들이여 ㅠ_ㅠ
꿀딴지곰 :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다니던 곳이 바로 구반포 아파트 및 상가인 ‘으뜸소프트’입니다.
꿀딴지곰 : 으뜸소프트는 당시 MSX용 ‘악마지대’를 제작하고 판매했던 곳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어떤 분들은 게임개발사로 알고 계시는 분도 계시던데 알고보면 게임을 판매하던 게임샵이었습니다. MSX 게임 같은 것도 복사해주는 곳이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위치는 구반포 상가였는데 도로 앞쪽이 아닌 뒤쪽으로 들어가야 하는지라 길가다가 발견할 수 없는 그런곳이었죠. 아는 사람만 갈수 있는 비밀상점 같다고 해야 할까요?
항상 들어가면 땝질 하고 있는 아저씨가 보이구요 한 켠에는 팩껍데기로 보이는 것들이 잔뜩 쌓여있고, 그옆에 칩으로 뭔가를 구워내는 기계가 있었죠. 그때는 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롬라이터였던거 같아요.. 결국 롬라이터로 대량의 롬을 구워서 팩에다 심어서 판매를 하셨던 거죠.. 재믹스용 불법 복제팩을 파셨던.. ^^;
꿀딴지곰 : 아저씨 인상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 나는게 수염이 약간 덥수룩하고 안경을 쓰셨는데. 놀러가면 그래도 친절하게 이거저거 말씀해주셨습니다. 특히 당시 ’악마지대’를 제작중이셨을 때 기억이 나는군요 고등학생 한 명하고 같이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이 게임 어떻냐 재밌을 거 같냐 등등 의견을 물어보셨죠.
MSX2용 게임이라서 관심이 있었는데 딱 보는 순간 그래픽이 악마성을 베낀 것처럼 생겨서 대놓고 뭐라 할 순 없었고 그냥 재밌어 보인다고만 말씀드렸습니다. ^^;
조기자 : 헐.. 혹시 제가 아는 그 ‘악마지대’ 맞나요? 지금은 굉장히 레어한 게임인데!!!
꿀딴지곰 : 지금 생각해보니 판매하실 때 한두 개 정도 살 걸 그랬어요.. 그땐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약간 후회가 되네요 ㅋㅋㅋ 나중에 세월이 지나 성인이 되고 난 후 용산 쪽에서 으뜸소프트를 또 본적이 있는데 가게를 새로 내서 장사를 하고 계시더군요. 간만에 찾아뵙고 인사드렸는데 아저씨도 기억을 하시더라구요.. 다만 이후의 행보는 저도 알 수가 없네요..
[잠실, 그곳에서 복사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다]
조기자 : 이렇게 교수님의 멋진 이야기를 들었구요, 이번에는 잠실 쪽에 계신 한 덕후 분의 일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분은 박사 학위까지 따시고 국내의 모 공기업에 연구원으로 재직하시던 분인데요, 어렸을때 잠실 중앙상가에 있던 게임샵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고 하네요.
꿀딴지곰 : 오 중앙상가라면 잠실 5단지 지나서 2단지 있는 곳이군요. 롯데월드 맞은편에서 안쪽으로 주욱 들어가면 있는…
조기자 : 아니 교수님 여길 어떻게 아시나요;;
꿀딴지곰 : 친구들 중에 그쪽에 사는 친구들이 있어서 가본 적이 있어요. ㅎㅎ
조기자 : 네에 교수님 말씀대로 이 중앙상가는 롯데월드 근처에 2단지의 4거리에 위치한 곳입니다. 지인분이 중학생때부터 거기 2층에 있는 게임샵을 출입했다고 하네요. 이분이 84년도에 중학교 2학년이었다고 하니 대충 연배를 짐작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구요…
처음에 그 게임샵은 게임 전문이 아니라 금성사 가전제품 매장이었다고 하는데요, 냉장고 세탁기 외에 MSX 컴퓨터도 취급하던 곳이라.. 그곳에서 지인분이 아버지를 졸라서 금성 FC80를 구입하는 등 추억을 쌓았다고 합니다.
꿀딴지곰 : 이야~ 금성 MSX로 테크트리를 타신 거군요. 그런 분이 많지는 않을텐데.. 특이하네요 ^^ 보통 대우로 테크트리를 타는데..
조기자 : 뭐 이분도 보통 덕후님이 아닌지라.. 하하. 재미난 점은 그 샵에 TV도 있고 가전제품도 있었는데, 장사가 잘 안된 건지 84년도부터는 컴퓨터 쪽에 올인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분이 중고등학생이 되니 금성 컴퓨터가 MSX2를 개발하지 않고 MSX 사업을 접었고요, 이 샵은 결국 매장을 1층으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패미콤 복사기기 등 게임 복사기기를 파는 곳으로 타락?했다고 합니다.
꿀딴지곰 : 허어. 업종을 변경한 것이로군요.. 금성 가전제품 매장에서 컴퓨터 전문으로.. 그리고 복사 게임기기 전문으로..;;
조기자 : 네에. 당시에 이 가게에서 파는 패미콤은 생긴 게 오리지널과 완전히 똑같았고 닌텐도 마크만 없었다네요. 가격은 12~15만 원 선.. 싸진 않았구요. 재미난 점은 이 게임샵 사장님이 어느 순간부터 이 지인분에게 ‘재믹스 팩’ 복사 아르바이트를 시켰다고 합니다.
꿀딴지곰 : 아 그래요? 이쪽에 또 복사에 능통한 사장님이 계셨던 건가요 ㅎㅎ
조기자 : 네에. 보통 아주 오랫동안 거래를 하고 친해지다보면 가게 좀 봐달라.. 이런 주문이 들어오기 마련인데요, 그렇게 대학교 1-2학년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게임기도 팔고, 팩도 카피해주었다고 합니다.
재밌는 점은 누가 롬팩을 들고오면, 그 롬을 덤프를 받아서 테이프에 돌아가게 프로그램을 수정했고.. 그 뒤로는 그 테이프도 복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먹었다고 하네요.
꿀딴지곰 : 아.. 이런.. 80년대 90년대 창조 경제네요. ㅎㅎㅎ
조기자 : 또 하나 재미난 점은, 이분이 고등학교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공부했었다고 해요. 이분이 고3때 대우 X2를 손에 넣었다고 하고요, 당시에 일본에서 살다가 들어온 친구가 ‘이스2’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 ‘이스2’가 너무 하고 싶어서 며칠을 밤새서 아주 성능이 좋은 복사 프로그램 만들었는데, 학력고사를 보고 세운상가에 가보니 자기의 프로그램이 죄다 퍼져있더라고 합니다. 세운상가에서도 한참 복사가 유행했었으니까요.
꿀딴지곰 : 오.. 그분.. 세운상가 복사 활동에 혁혁한 공?을 세우신 분이군요… ;;;
조기자 : 네에. 그런 과정을 거쳐 공기업 연구원이 되신 거라는… 하하하.
[부산, 겜돌이들의 애환이 섞인 서면 정컴]
조기자 : 자아 이번에는 부산쪽으로 한 번 가 볼까요? 부산에서도 많은 게임샵이 있었지만, 제일 유명한 곳이 바로 서면의 정컴이라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꿀딴지곰 : 저도 지금 부산에서 근무를 해서 이곳 덕후분들과 서면 정컴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었죠. 당시에 전국의 보따리상들이 일본에서 게임 물품을 사서 국내에 실어날랐다고 하는데요, 그 많은 보따리상들이 첫 물건을 푸는 장소가 서면 정컴이었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1차로 거른 다음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라 서면 정컴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품목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카운터를 제외하고 3-4명만 들어가면 비좁아서 박작거리는 가게였기 때문에 항상 줄을서서 대기해야했다고 들었네요.
또 그 아주머니의 장사수완이 보통이 아니어서,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는 ‘마귀할매’라고 불리웠다고 합니다. 용돈을 털어가는 마귀할매… 덜덜..
조기자 : 네에 메가드라이브와 패미컴이 아니라 PC엔진이나 희귀한 소프트가 가득했던 곳! 최고의 핫 플레이스였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여기도 초기엔 정품 팩만 취급하던 곳이었는데, ‘플스1’이 나오고 개조가 되면서 부터는 복사CD가 유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는 분이 또 이 서면 정컴을 오래 거래하다가, 이곳에서 알바를 하셨다고 들어서 자세히 내막을 들어봤었습니다. ^^
설명하자면 그 지인분이 당시에 재미삼아서 친구랑 같이 플스1 개조칩을 달아보다가 정컴 사장님의 연락으로 그곳 2층에서 케이스 갈이와 더불어 플스1 개조를 하면서 알바를 했었다네요.
매번 보따리상들이 게임을 많이 들고오기 위해 CD 케이스를 버리고 CD와 속지, 사이드만 챙겨왔었다고 하는데요, 그곳에서 새 음악시디 케이스를 털어서 거기에다 게임CD와 속지 사이드를 끼워주는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플스1 개조까지 더해서 날개 돋친듯 팔려나가는 시절이었다고 하더군요.
중간에 정컴 사장님의 남편이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바로 인근에 컴퓨터 매장을 차렸는데....말 그대로 폭망;; 그래서 정컴 사장님이 거기도 작업장으로 인수해버렸고, 남편 분은 또 플스방같은 것을 다시 부전동 근처에 차렸지만 그곳도 폭망;; 그래서 거기도 정컴사장님의 복사CD 작업장이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복사CD의 작업장이 하나씩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꿀딴지곰 : 복사CD 제작소가 그런 식으로 늘어났던 거였나요;;; 당시 부산 쪽 복사CD 수요는 다 여기서 책임졌었나보군요;;
조기자 : ㅎㅎ 당시에 정품을 파나 복사CD를 파나 마진이 비슷했을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얘길 풀어나가다보니.. 참 국내 게임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보게 되네요.. ㅠ_ㅠ
하여튼 이렇게 복사CD 장사를 하시다가… 어느 시점에서 위기감이 오게 되고 정컴 사장님은 정품 위주의 판매로 다시 사업방향을 전환했다고 합니다. 그 사장님이 상당히 눈치가 좋았던 것 같아요. 치고 빠지는 시기를 적절하게… 또한 가게는 정품 유저들로 또 문전성시를 이루게 됐다고 합니다.
특히나 보따리상들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보니 ‘파이날판타지7’ 정품이 서울에선 20만원 전후일 때 서면 정컴에서는 10만원 대로 판매를 했다는군요. 그래서 전국에서 ‘파이날판타지7’을 사러 서면 정컴에 줄을 선 일화는 굉장히 유명합니다. 당시에 이 사장님이 게임사업의 순수익이 10억 원쯤 된다고 해요.
꿀딴지곰 : 매출이 아니라 순수익 10억 원이면.. 후우. 돈의 가치가 지금보다 5배~10배는 더 되는 시기였을텐데 말이죠. 적어도 50억에서 100억으로 봐야겠군요..
조기자 : 거기다가 서면 정컴은 이후 인터넷이 슬슬 떠오를 직전 사업을 접고 핸드폰 가게로 전환하여.. 또 엄청나게 떼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임산부 아주머니가 재미삼아 게임샵을 차려서, 복사CD 활황기에 엄청 팔고.. 정품도 엄청팔고.. 핸드폰 가게도 대박이 나고.. 백억 대 자산가가 되는 기적! 그것이 가능한 나라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서면 정컴에 대한 또 다른 추억]
꿀딴지곰 : 사실 제 주변에도 서면 정컴에 대해 추억을 가지신 분들이 많죠. 그런 분들 중에서 한 분이 직접 글을 써서 보내오셨습니다. 그분의 추억을 소개해보도록 하지요. 주욱 읽어보세요 ^^
고등학교 여름방학! 패미컴, 메가드라이브 게임에 너무너무 질려가던 어느날 동생놈이 새로운 정보를 물어온다. 서면에 못 구하는 게임기가 없다고 소문난 정컴퓨터라는 매장이 있다고 하는 소문이었다.
그래서 평상시 흠모해왔지만 구할 엄두도 내지못했던 PC엔진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매번 잡지에서 보던 시커먼 PC엔진 듀오! 대충가격을 20만원 언저리에 정해서 용돈을 탈탈 털어본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1-2달 형제의 용돈을 다 합치고 쫄쫄 굶는다면 도전해 볼만한 가격이었다!. 혼자가기에 뻘쭘해서 친구놈과 같이 버스를 타고 서면에 도착해서 정컴퓨터에 도착했다. 한적한 동내 게임샵과는 다르게 입구 앞에 서성이는 놈들이 많았다. 머뭇거리다 겨우겨우 들어가서 살펴보려고 하니 얼굴에 파우더를 잔득 바른 여사장님이 날카로운 억양으로 질문을 하신다.
“뭐 필요한거 있니?!!!“
“P...PC엔진사려고.......”
“응? PC엔진 듀오? 롬롬이? 어떤 거?”
“그... 시디롬하고 휴카드하고 같이 되는 거요....”
*제대로 조사해본다는 것이....정보력이 부족했다. 갑자기 롬롬이가 나오다니....그땐 허연 놈을 그리 부르는 줄 몰랐다. 흥정은 시작되었고 여사장님은 어떻게 내 호주머니속의 금액을 아셨는지 딱 맞게 털어가셨다. *
“그럼 거기서 잠시만 기다려~”
“넵!”
여사장님은 어디론가 연락하는듯했다. 피시엔진 가격을 물어보더니 당장 하나 가져오라는 식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그때부터 나의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바로 옆이 오락실이라서 기다리며 잘 하지도 못하는 격투, 슈팅게임을 하면서 기다렸지만 ‘오늘은 안되겠다. 낼 다시오렴...’ 라는 말만 듣고 집으로 돌아갔다.
*전화를 하면 ‘오늘은 올테니 일단 와라....’ 매번 이 소리만 듣고 서면 정컴으로 찾아가길 2주일째.... 짜증이 슬슬 밀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선금은 지급했고 아주머니에게 따져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3주차에 접어들 때 연락이 왔다. PC엔진 듀오 찾아가라고... 너무나도 기뻤지만 마음 한 켠엔 불쾌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날 손에 쥐어든 건 PC엔진 듀오와 바람의 전설 제너두.... *
*그리고 군대 입대 전.... PC-FX를 구매할 때 이 짓을 한번 더하게 되는데...(이땐 다행히 2주만에 구매했음 ^^;;;;) 새턴과 메가드라이브 패미컴을 가지고 있던 난 군대가기 전 PC-FX가 너무나도 하고싶어서 입대 앵벌이를 시행한뒤 잔금을 털어 모든 게임기를 정리하고 막 발매된 드퀘3 SFC리메이크판과 PC-FX와 ‘여신천국’으로 교환을 시도했다. *
꿈에 그리던 머신과 ‘드퀘3’를 하니 그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입대 후 일병휴가 14박 15일... 기쁜 마음으로 부산에 돌아오니 동생놈이 죄다 정리하고 다시 플스1과 ‘파이날 판타지7’, 스파ex로 소프트를 바꿔놓은 것이다. 그것도 다시 서면 정컴에다......
그당시 ‘파판7’이 좀 비싼 건 알았지만 나의 PC-FX와 견줄 순 없....응? 이거 재밌네?.... 등신같이 그대로 ‘파판7’ 60시간 정주행을 해서 12박 13일 휴가기간 동안 ‘파판7’ 엔딩보고 수집할 거 다하고 남는 시간은 스파 ex 기술 연습을 하면서 폐인처럼 지냈다. 그리고 복귀 후 고참들에게 풀 썰이 게임 밖에 없어서 근무 내내 얼차려를....흑흑.
뒤로는 1년동안 게임하느라 빵구 난 학점 계절학기로 메꾸고 광역인터넷 두루넷으로 넘어가면서 온라인 게임으로 변질.. 정컴과는 작별하게 되었다…
꿀딴지곰 : 하핫. 어떻습니까? 딱 부산의 한 고등학생 게이머 이야기 같지 않습니까?
조기자 : 음.. 교수님.. 군대에서 14박15일 휴가나와서 ‘파이널판타지7’ 다깨고 복귀하는 얘기는 너무 하드코어한 거 아닌가요? (-_);;;
꿀딴지곰 : 뭐.. 이 바닥이 다 그렇죠;;
[어느 덕후의 용산 이야기]
조기자 : 자아.. 또 게임샵 하면 용산을 빼놓을 수 없지요.
꿀딴지곰 : 그렇습니다. 동네 게임샵을 돌다가, 심심하면 한 번씩 용산으로 향하곤 했었으니까요. 돈이 한 푼도 없어도 각 매장에 틀어놓는 게임들을 보려고 가기도 했었고 마냥 좋아서 가기도 했었습니다.
조기자 : 저도 한 번씩 갔었는데요, 그 예전에 말씀드린적 있지 않습니까. ‘용급생’!! 게임 동급생과 용산을 합친.. 용급생… 왜 그리 갑자기 만나게 되는 분들이 많았는지.. ^^;;
꿀딴지곰 : ㅋㅋㅋ 용급생 ㅎㅎ 너무 딱 맞는 표현입니다 ^^
조기자 : 이런 용산에서 ‘꼬물오락기’라는 분께서 제보를 해주셨는데요, 슈퍼컴보이에 있던 ‘슈퍼마리오월드 알팩’과 관련되어 충격적인 사실을 말씀해주시더군요. 잠깐 들어보시죠.
*1993년 서울 용산의 선인상가 라인에 매직게임프라자라는 샵이 있었습니다. 제 첫 슈퍼패미컴은 현대전자의 슈퍼컴보이 였는데... 슈퍼패미컴과 달리 슈퍼컴보이는 패드를 1개로 줄이는 대신, 슈퍼마리오월드 알팩을 번들로 줬었죠^^ *
제가 이 ‘슈퍼마리오월드’가 넘 좋아서 이걸 곽팩을 사고싶은데... 당연히 국내엔 아무도 이걸 곽팩으로 유통하지 않더군요 ㅠ_ㅠ 사실 이렇게 누구나 있는 팩은, 게임샵에서 교환도 안받아주는 게 당연한 시기였으니...
그래서 단골 샵이던, 매직게임프라자에 이 사연을 호소했더니... 뭘 그런 걸 갖고 고민하냐며! 옆에 종이상자들이 가득 쌓인 곳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서 접어주는데...그게 바로 ‘슈퍼마리오월드’ 곽이더군요...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현대전자판 정발 ‘슈퍼마리오월드’의 종이곽이 엄청난 양이 제작되었었고, 이게 이렇게 용산바닥에서 접히지도 못한 체로 쌓여있었던 겁니다!
그때 몇 개 더 얻어올 것을.. ㅠ_ㅠ 지금까지 잘 간직했다면, 레어가 되었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저도 이사중에 유실해버렸고 지금 제 손에 없습니다 ㅠ_ㅠ
또 다른 에피소드라면, 1994년 겨울 용산의 게임샵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서, 전자랜드 신관에 상당수의 게임샵이 이전해서, 건물 전체가 게임샵 천지가 된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슈패의 화제작 ‘슈퍼동키콩 컨트리’가 발매되었고, 이게 아마 단골 샵에서 9만8천 원정도 했던 거 같은데... 전자랜드 신관을 구경하다가, 어느 이름모를 게임샵에 ‘슈퍼동키콩’의 데모가 돌고 있길래, 이거 얼마에요..? 라고 물었더니 터무니없이 싼 가격(대략 반 값에 가까운)을 부르더군요..
그래서 다시 물어봐도 같은 가격이길래 달라고해서 구매했고, 고봉산업으로 기억하는 심의필 딱지도 붙어있는 정품이더군요... 혹시 복팩이면 안사려고 했었기에...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당시에도, 왜 이걸 반값에 팔았는지는 이유를 몰랐으나, 아마도 추측컨데, 이런 쪽에 지식이 많지 않은 알바가, 당시 GB버전과 가격을 착각한 게 아닐까..? 유추만 해봅니다.
꿀딴지곰 : 헐.. ‘슈퍼마리오월드’ 곽팩!!! 인쇄는 해놓고 안준 거였단 말인가요?! 아 지금 정발 ‘슈퍼마리오월드’ 곽팩이 유통될 수 있었다는 건데.. ㅠ_ㅠ 그리고 또 용산에서 흔히 할 수 없는 득템 상황도 말씀해주셨군요..
조기자 : 네에. 나름대로 충격적인 얘기더라구요… 사실 명작은 곽팩으로 보관해야 맛이죠…
꿀딴지곰 : 참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ㅠ_ㅠ
[어느 용산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
조기자 : 자아 그리고 이번에 포스팅을 정리하면서, 용산에서 게임샵 아르바이트를 했던 분에게 제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살아있는 생생한 정보를 남기고 싶어서, 그분의 글을 그대로 삽입해봅니다.
꿀딴지곰 : 오 당시에 게임샵 아르바이트생이라면 당시의 게임샵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시겠군요. 기대가 됩니다.
조기자 : 아, 참고로 아래 이야기는 위의 사진과는 아무 관련없는 이야기입니다. 당시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사진을 몇 장 추가했을 뿐이니 오해하지 마세요. ^^
그리고 거의 소설처럼 글이 기니.. 양해부탁드려요. 당시 사진이 없어서 주욱 글로 이었습니다.
<1> 용산에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
처음 게임샵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곳이 용산이었는데, TV에 새턴게임 ‘윙암즈’를 데모로 틀어놨을 때니 95년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터미날상가에서 두꺼비 상가로 넘어가는 구름다리 밑이 예전에는 컨테이너 박스와 반반 섞여 있는 주차장 겸 창고였는데 처음 들어가서 창고에서 중고 게임기를 청소하는 걸 배웠었지요.
사수되는 사람한테 어디 어디 부분을 중점적으로 닦아내야 하고, 어디 부분은 뭘로 닦아야 하고 등등 포인트 되는 부분을 교육받았는데 이유가, 당시에는 상당한 고가였던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새턴을 중고로 매입하여 새 걸로 다시 포장해서 팔기 위해서였죠... 예전에는 일본 게임과 물품이 불법으로 들어오던 시절이라, 박스 등은 현지에서 버리고 게임기만 국내로 들여왔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사업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세뇌교육(?)을 받은 이후로 저는 아직도 전자제품에는 돼지털 브러쉬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해당 업체들은 폐업한지 오래되었으므로 지금의 용산 게임샵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2> 어마어마했던 물량들
그 당시에는 용산에 포장마차를 쳐놓고 게임을 팔정도로 게임가게가 상당히 많았는데, 그만큼 모든 게임 물류가 용산에 집중되어 있었고 용산에서 지방의 게임샵으로 포장되어 나가는 물량이 컨테이너로 하루에 두 번을 왔다갔다 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일주일에 2번인가 3번을 오전 7시까지 출근해야 했는데, 미리 주문받은 물건을 포장해서 택배 콘테이터 차량이 서있는 곳 (지금 선인상가 주차장자리)에 가서 접수를 시키고 매장에 와서 지방에서 올라온 사장님들 상대로 주문받은 물건을 챙겨주는 게 일이었죠. 지금으로 따지면 동대문 새벽시장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영업시간이 끝나고 그날 주문받은, 지방 갈 물건을 포장해서 한번 더 택배차량에 가져다 주면 진짜로 하루일과가 끝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 차량앞에서 10분 이상은 줄을 서야 접수가 가능했고 늦으면 다음 차를 기다려야 했으니 당시 정식수입이 되지 않은 게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양이 유통됐다는 거죠.. 사진이 없다는 것이 상당히 아쉽군요.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불법물 대량 유통 증거 사진이 되는 건가...
<3> 단속이 잦았던 음비법 시절
김영삼 대통령 때였던가, 아마 한일 관계가 최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비법(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일본 미디어물에 대한 단속이 심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디 어디에 양복 떴다 하는 소문이 돌면 게임 매장의 막내들이 뛰어다니며 다른 매장으로 전파하는 일을 했습니다. (핸드폰이 대중화 된 시절도 아니었고 몰래몰래 전파하느라 전화도 안씀)
그러면 매장에 남아있던 일본 게임/음악시디 등을 한 명이 모두 챙겨 어딘가로 도망갔다가 다시 매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아예 매장에 게임물을 가져다 놓지 않고 카탈로그를 만들어서 주문하면 창고에서 가져다주는 방식도 생겼죠. 단속이 나오면 학생들 소지품 검사하듯이 모든 매대의 서랍장들을 열어 검사를 받았는데 이때 하나라도 나오면 벌금이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이 개인적으로 듣던 아무로나미에 음악CD가 나와서 벌금을 받은 매장도 있었습니다.
심할 때는 대부분의 매장을 다 검열할 때도 있었는데 이런 날은 장사 접고 사장님들과 모여서 낮부터 술마셨습니다.
<4> 불량 청소년들 이야기
용산에 게임 사러온 학생들 삥뜯는 불량 청소년들이 좀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문제가 많이 생겨서 용산 사장님들이 순찰을 돌고 그랬죠. 신용산에서 용산 넘어오는 지하터널, 터미널상가에서 넘어오는 구름다리, 전자랜드 주차장 쪽에 많이 나타났습니다.
어느날 사장님이 울고있던 애들 두 명을 데리고 왔는데 어떤 형들한테 방금 산 게임을 뺐겼다고 하더라구요. 아이스크림 사먹이고 달래주고 있었는데, 어떤 학생 두 명이 게임을 팔려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 두 명이 울던 애들을 삥뜯은 학생들이었습니다. 바로 잡아다가 혼내줬는데 경찰에 넘기지는 않고 벌 좀 세우다가 매장 청소를 시켰습니다. 이는 주말만 되면 2~3건씩은 목격되는 문제였고 용산 사장님들도 최대한 해결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5> 동네 게임 매장 알바를 하다
용산에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동네에 있던 게임매장에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사장님이 게임매장을 3군데를 가지고 있었고 지방 도매까지 하시던 분이라 매장을 혼자 관리했는데 동네 매장이라 어린아이들이 많이 놀러왔습니다. 그때 동네 매장의 주수입이 게임 교환과 시간당 천원을 받고 하고 싶은 게임을 틀어주는 것이었는데 아예 부모님이 애들을 맡기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학생일때는 패미콤 게임을 주로 틀어줬었는데, 제가 아르바이트 하던 때는 오락실에서 네오지오 격투게임이 최고의 인기를 끌던 시절이라 천 원에 한시간동안 무제한으로 친구들과 대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라 생각합니다.
다만 동네매장이다 보니 네오지오 게임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신작을 가져다 놓을 이유가 없다 보니 손님을 끌기 위해 오락실 주인이 기판을 사듯 내가 신작 네오지오 게임을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아서 샀습니다. 그때 알바비는 한시간에 2000원 받던 시절이라 네오지오 게임을 사면 한달 월급이 그대로 날아갔습니다. ㅠ_ㅠ
‘킹오파97’이 묘하게 동네 여중생들한테 인기가 좋아서 게임매장에 여학생들이 가득한 때도 있었습니다. (쿄와 이오리, 야시로가 인기 좋은건 이해하는데 쉘미가 인기가 좋았던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음)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매장 매대 한 쪽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악세사리나 사진으로 채워지던 것이...
<6> 인싸가 되기 위한 노력
그때는 전화선 모뎀을 이용한 나우누리 하이텔과 같은 PC통신이 유행이었는데 지금의 인터넷 상황과는 조금 틀린 게 동호회 활동들이 굉장히 폐쇄적이었습니다. 이른바 친목질은 기본이고 게시글과 친목을 통한 언론플레이/ 광고는 기본이었죠. 통신이 편하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위주가 될 수 밖에 없었고 모여서 게임 이야기나 정보교환/ 거래 등이 활발했었던 시기입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체험판을 받아서 게임 구매전에 플레이해본다던가 유튜브 등에서 트레일러를 보고 게임을 구입할지 판단을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고 신작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게임매장(특히 한가한...)의 직원과 잘 알고 지낸다는 건 상당히 메리트 있는 일이었죠.
용산 매장은 지방으로 나가는 물량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신작게임이 나오면 최소 수량이라도 어떻게든 들어오는데 동네 매장은 특별히 손님이 찾는 게임이 아니면 들여다 놓지 않기 때문에, 동네 게임매장 알바생으로써는 그룹안에서 이른바 인싸... 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신작 게임이나 게임기 등을 자기돈을 들여서라도 구입하는 게 대부분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저는 사장님이 직접 지방도매를 하시던 분이라 신작게임이 자주 들어오는 편이어서 일단 기계만 제돈으로 구입하면 게임소프트는 걱정이 없었습니다.
닌텐도64 발매 했을때 그 좁은 매장에 열 몇 명이 넘게 와서 구경하고 갔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그때 통신게시판에다가 보고 싶으면 영업시간 이후 몇 시에 와라 하고 공지도 했었고 ‘마리오카트64’가 상당히 인기가 좋았는데 온라인이 되는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통신으로 알게 된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과 같이 모여서 한게임을 같이 즐긴다는 것이 저에게는 매우 즐거웠던 추억이 되서 지금도 '마리오 카트'를 즐겨 하고 있습니다. 그때 추억과 같은 게임의 즐거움은 여전하지만, 온라인 대전으로는 그 당시의 흥분과 즐거움만큼은 안 느껴지는 게 탈이긴 합니다.
<7> 사게 만드는 스킬을 익히다
동네 게임매장이라 역시 어린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 대체로 어린 친구들이 혼자 왔다 하면 게임교환이나 매각 건이 주고 부모님과 손을 잡고 왔다 하면 게임기나 게임을 새로 구입하러 오신분들이 많거든요. 요즘이야 온라인으로 최저가 검색도 하고 용산같으면 바로 옆에 다른 게임매장을 가서 가격 비교도 해보고 하는데, 동네 게임매장은 비교 대상이 없어요. 백화점에 있긴 하지만 당연히 동네보단 비싸고, 정식으로 들어오는 게임기도 아니다 보니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사장님이 아침에 게임을 주면서 이 게임기는 12만원에, 게임은 6만원에 팔아야 돼 하고 말씀해주시면 일단 기계와 게임을 같이 구입하러 오신분이 계시면 19만 원을 부릅니다. 그러면 분명히 두개를 같이 구입하는데 깎아달라고 하던가, 아니면 비싸서 못 사주겠다 하고 아이를 설득하는 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시죠.
그럼 옆에 아이들은 시무룩해지거나 부모님을 조르거나 하는데, 여기서 오천 원 정도 깎습니다. 여기서 구입을 하시게 되면 악세사리를 추가해드린다던가 중고게임이라도 하나 더 드리던가 하는데 그래도 구입을 안하시겠다 하시면 세상 다 산 표정을 하고 화끈하게 만원 깎아드릴께요 하면 대부분은 구입을 하십니다. 그리고 애들도 좋아하죠 제가 뭔가 손해를 보면서 팔아줬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이 친구는 앞으로 게임을 교환할 때는 이 매장으로 다시 오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많이 깎아서 샀다고 자랑을 하죠.
그럼 다음에 누구누구가 얼마 주고 샀다고 해서 왔다 하고 다른 분들이 오게됩니다. 다만.. 이러한 장사법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끝나게 됩니다....
<8> 게임 교환을 유도하기위한 노력
동네매장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서, 그러니까 결국 동네 꼬마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혹할만한 인기게임으로 매대를 채워야 하는데 옆가게에서 빌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기게임을 용산에서 사온 다음 손해보면서 교환비 받고 교환해 줄 수도 없거든요. 그래서 결국 매장을 좋은 물건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동네의 꼬마들의 게임교환을 활성화시켜서 회전을 빠르게 시키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해서 동네 꼬마가 슈퍼패미콤의 인기 액션이나 슈팅게임을 교환하러 오면 표정은 안 비추지만 속으론 매우 흥분된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인기액션게임을 들고와서 인기없는 스포츠 게임으로 바꿔가면 나중에 교환할 때 차액을 더 지불해야 한다거나 교환이 안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가게 명함에 원래 교환해 갔던 게임이 뭐였는지 적어주던가 교환스탬프 등을 찍어줬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교환하러 올때는 명함을 같이 가져오면 기본 교환비로 또 다른 게임을 교환해갈 수 있는 거지요.
지금은 게임매장에서의 게임교환이 중고게임매각후 차액의 지불 이란 느낌인데 당시에는 진짜 교환이었어요. 이렇게 한매장을 계속 이용하게 해서 게임의 회전을 높이는게 중요했는데 명함을 잊어버리거나 했을경우 제가 얼굴을 기억하던가 하면 교환을 잘해줬는데 아니면 저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거든요. 어느날 제가 없고 사장님이 대신 가게를 봐주고 있을 때 꼬마애들 몇명이 명함없이 거짓말하고 게임을 바꿔갔던 것 같습니다. 그후로 소문이 나서 사장님 계실 때 와서 거짓말하고 게임을 바꿔가는 상습범이 많이 생겼습니다.
롤플레잉 게임으로 가득찬 매대를 보고 한숨 나오던 때가 있었네요. (동네게임매장은 롤플레잉 게임이 인기가 없습니다)
<9> PC게임의 몰락과 서글픔
이건 좀 다른 얘긴데, PC게임 시장이 거의 사라져가고 다마고치가 인기를 끌어서 많은 중국산 유사품들이 나오던 시절에 PC게임 유통으로 유명했던 동X게임채널 영업사원이 다마고치 유사품을 영업하러 동네매장을 찾아왔을 때는 눈물이 났습니다.
조기자 : 교수님 어떻습니까? 참 옛날 생각이 나고 공감이 되는 얘기죠?
꿀딴지곰 : 그렇습니다. 글 밖에 없는데도 글이 쏙쏙 들어오네요;; 당시 용산 매장에 대한 얘기와 게임샵에 대한 얘기를 점원의 입장에서 설명해주니 너무 정보가 되고 좋았습니다.
[게임샵, 애증이 가득했던 그 시간들이여]
조기자 : 자아.. 저희가 또 이만큼이나 진행을 했네요. 다시 생각해보지만, 게임샵이란 어린 시절의 저희들에게는 참 애증이 가득했던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빠꼼이였던 주인 아주머니와의 신경전, 어떻게든 돈을 뜯으려는 아주머니와 어떻게든 적은 돈으로 더 좋은 게임을 가져가려고 했던 아이들의 눈치싸움. 대부분은 아주머니가 이기셨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추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아는 분은 재믹스(MSX) 팩을 분해해서 그 안에 10원짜리 동전을 몇 개 테이프로 붙여놓고 ‘메가팩’이라고 속여서 더 비싼 팩으로 교환하려고 했던 적도 있다더군요;;
꿀딴지곰 : 허어.. 메가팩이 무겁다는 걸 노린 신박한 사기네요. (-_);; 엄연한 범죄인데 당시에는 어리다보니 철없이 그랬나보네요 이런..
조기자 : 그러게요. 하여튼 오늘은 이렇게 ‘추억의 게임샵’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교수님 어떠셨는지요?
꿀딴지곰 :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얘기를 듣고 제보를 읽는 동안에도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 것 같아서 좋네요. 다만 역시나 당시의 사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조기자 : 그러게 말이에요.. 그리고 오늘은 세운상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다루진 않았는데, 이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시죠. 세운상가만 해도 다음에 굵직하게 소개할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
꿀딴지곰 : 네에. 조기자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조기자 : 흐흐. 그럼 여기까지 하시죠. 그럼 교수님! 오늘도 수고하셨구요, 이번 시간에는 '추억의 게임샵’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