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화려한 코스닥 입성, 이제 결과로 실력을 증명해야
올해 코스닥 기대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및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1479대1로 코스닥 최고 기록을 경신한 기업답게 화려한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10일 상장 첫날부터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닥 시총 5위에 입성하더니, 그 후로도 이틀간 계속 상승세를 보이며, 주가가 8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카카오의 후광이 있으며, SK바이오팜으로 인한 청약 광풍 열기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카카오게임즈의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수치다.
다만, 현재는 수익 실현 움직임으로 인해 6만원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적정 가치에 비해 고평가되고 있다는 증권가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의 가치가 거품이 아닌 실제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근시일 내에 반드시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일단 올해 상반기와 상장 이전까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부분은 있다. 상반기에 신작 없이도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약 4000억원을 기록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3분기에 선보인 가디언 테일즈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작년보다 하반기 매출 상승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소하지만 달빛조각사의 해외 진출도 기대해볼만 하다.
특히, 가디언 테일즈는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퍼블리싱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글 매출 12위를 기록 중인 한국 뿐만 아니라 대만 구글 매출 7위, 홍콩 애플 매출 12위, 싱가포르 구글 매출 15위 등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출시 후 한참 상승세를 보일 때 이른바 ‘광대’ 사건으로 흔들린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나, 이정도면 잘 수습한 편이다.
가디언 테일즈의 성공 덕분에 매출 부분에서는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게 됐으니, 관건은 또 다른 간판 게임의 확보다. 현재 배틀그라운드와 패스오브엑자일의 PC방 서비스, 프린세스 커텍트 리다이브 등이 있기는 하나, 몇 년째 애타게 찾고 있는 AAA급이라고 할만한 게임은 없는 상태다.
즉,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과 손잡고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 엘리온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현재 카카오게임즈 내에서 엘리온의 위치는 카카오게임즈와 마찬가지로 상장을 추진 중인 크래프톤과의 든든한 연결고리이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자체 서비스 전환으로 생긴 대형 MMORPG 빈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간판 게임이다.
또한, 든든한 해외 수익원인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이지만, 만약 계약 기간 만료 후 재계약이 불발된다면 전체 매출의 30%에 달하는 해외 매출을 엘리온이 책임져야 한다. 물론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 재계약이 되고, 엘리온까지 성공을 거두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엘리온이 기대만큼 성공을 거둔다면 카카오게임즈가 계속 목말라 하는 대형 MMORPG가 생기게 되며,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크래프톤 투자가 더욱 더 빛나게 된다.
또한, 지난 16일 발표한 위메이드와의 미르4 협력도 올해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퍼블리싱이 아니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반기 화제작인 미르4가 카카오게임즈의 핵심 무기중 하나인 플랫폼 마케팅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내년에는 카카오게임즈가 또 다른 기대작으로 내세운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성공이 매우 중요해졌다. 단순히 김재영 대표의 이름값 때문만이 아니라, 카카오게임즈의 투자를 동반한 적극적인 퍼블리싱 사업을 상징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투자 대비 몇십배의 수익을 올린 크래프톤 투자 때문에 가려지긴 했지만, 현재까지 카카오게임즈가 진행한 국내 개발사 투자 성적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성공을 거둔다면 블레이드2를 바라보고 진행했다 실패한 액션스퀘어 투자의 씁쓸한 기억을 지울 수 있으며,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SRPG 장르 신작과 세컨드다이브의 액션 RPG 장르 신작 등 다른 투자 사례들도 힘을 받게 된다.
다만, 카카오게임즈가 내년까지 라인업으로 내세운 게임들을 보면 프로젝트 킹, 프렌즈골프 등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에서 준비중인 게임들 외에는 대부분 퍼블리싱 계약이라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싱 라인업이 주력 수입원이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약 10% 대로 넥슨, 엔씨 등 자체 게임 위주인 상위권 게임사들의 30~40%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엘리온 등이 기대만큼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개발사와 수익을 나눠야 하는 퍼블리싱의 특성상 영업이익률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올해 야심차게 인수한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2가 카카오게임즈의 미래를 위한 궁극적인 답이 될 수 있다.
PC 온라인을 기반으로 아키에이지 IP의 정통을 잇게 될 아키에이지2는 송재경 대표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고, 최신 언리얼엔진5와 약 50여명 이상의 개발인력이 참여해 초기 개발이 한창이다. 회사측은 아키에이지2가 기존 아키에이지 특유의 자유도와 샌드박스 스타일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차세대 대형 AAA급 MMORPG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키에이지2가 기대하는 AAA급 게임으로 나와준다면,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셔의 위치를 넘어서 최상급 개발력에 대형 플랫폼까지 보유한 진정한 거대 게임사로 완벽히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남궁훈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더 적극적인 M&A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올해 상반기 엑스엘게임즈 인수와 3분기 코스닥 입성으로 게임 시장을 뜨겁게 달군 카카오게임즈가 또 얼마나 화끈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