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액션은 합격 근데 시스템은 왜 이래? 'WWE 2K 배틀그라운드'
지금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 프로레슬링 'WWE'는 한때 혈기 왕성한 학생들이 교실 한구석에서 '스터너'와 '락버텀'을 외치며 푸닥거리하게 만들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 9월 18일 출시된 'WWE 2K 배틀그라운드'는 이 WWE의 주요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며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매치를 플레이할 수 있는 액션 장르의 작품이다. 더욱이 한동안 한글화 소식과는 연이 없던 WWE 2K 시리즈 중 오랜만에 한글화로 출시됐다는 점에서 국내 팬들에게도 큰 주목을 받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번 WWE 2K 배틀그라운드는 70명 이상의 WWE 선수와 지금은 은퇴한 레전더리 선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를 모두 플레이할 수 있으며, 안드레 더 자이언트와 더 락, 스톤 콜드와 AJ 스타일스의 대결 등 추억의 선수들과 현역 선수들의 경기도 펼칠 수 있다.
이 게임의 특징은 리얼리티를 강조한 기존 WWE 시리즈와 달리, 선수들이 5등신의 만화 스타일의 캐릭터로 등장하며, 하늘로 날아 툼스톤 드라이버를 시전하거나 불꽃에 휩싸여 DDT를 날리는 등 캐주얼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게임은 기술을 외우는 데 애를 먹었던 WWE 2K 본가 시리즈와는 달리 아케이드 게임에 가까운 모습이다. 각 캐릭터는 3가지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기를 플레이하면서 게이지가 점점 쌓여 이를 소모하는 식으로 순간 버스트를 올릴 수 있다.
특히, 기술 부분이 매우 시원시원해서 캐릭터별 특수 기술은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되거나 카메라 앵글이 완전히 바뀌어 기술의 파괴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등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이 모든 액션이 펀치, 발차기, 잡기 그리고 특수 기술 잡기 등 간단한 조작으로 이뤄져 캐주얼 함도 더한 모습이다.
게임 내 콘텐츠는 크게 스토리, 멀티플레이, 시범 경기 모드로 이뤄져 있다. 먼저 스토리는 악역과 선역을 오락가락하는 프로듀서 폴 헤이맨과 전설의 선수인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과 함께 새로운 WWE 선수를 발굴한다는 내용으로 카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는 볼로 레이놀즈, 제시카 존슨 등 7명의 선수를 조작해 스토리를 이어나갈 수 있으며, 스테이지를 돌파할 때마다 유명 선수들을 해금할 수 있으며, 캐릭터의 스킬로 활용할 수 있는 파워업 아이템 및 코스튬 등의 아이템을 잠금 해제할 수 있다.
일종의 친선 경기라 할 수 있는 시범 경기모드는 1대1, 태그팀, 트리플 스렛, 페이털 포 웨이, 스틸 케이지, 로열 럼블 등 다양한 매치업이 준비되어 있으며,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을 통해 최대 4명의 게이머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번 타이틀의 핵심 콘텐츠인 배틀그라운드 매치인 ‘킹 오브 더 배틀그라운드 모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킹 오브 더 배틀그라운드 모드’는 최대 8명의 플레이어가 참가해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모드로, 다른 캐릭터를 한 명씩 링 밖으로 내보내면 다음 캐릭터가 링안으로 들어오게 되며 아레나에 오래 머물수록 점수도 높아져 최종 우승으로 향할 수 있다.
실제로 플레이해본 배틀그라운드 모드는 수많은 캐릭터가 엉겨 붙어 다소 정신은 없지만 마치 폴가이즈처럼 눈치 싸움 속에 다른 캐릭터와 함께 강해보이는 캐릭터를 먼저 링 밖에 보내버릴 수 있었으며, 싸움보다는 요리조리 피하며 높은 점수를 얻는 등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멀티플레이였다. 딜레이가 굉장히 예민하게 다가오는 액션 게임이고 예전부터 서버 불안이 고질적인 문제였던 2K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WWE 배틀그라운드의 멀티플레이는 끊기는 경험을 한번도 해본 적 없을 정도로 굉장히 쾌적했다. 여기에 매칭도 굉장히 빨라서 빠르게 빠르게 매칭이 진행되는 등 매칭 부분도 상당히 훌륭한 모습.
이처럼 ‘WWE 배틀그라운드’는 시원시원한 액션과 간편한 조작 그리고 다양한 매치와 아케이드 게임의 재미를 WWE에 접목시킨 다양한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 작품이었지만, 본 기자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바로 이 장점 이상으로 부각되는 단점 때문. 우선 콘솔을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키보드 플레이가 정말 불편해서 키보드 플레이에서는 고급 기술을 쓰기 굉장히 어려워 패드 아니면 일반 공격+잡기 이외에 다른 공격 패턴을 시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여기에 진행 중간마다 자잘한 로딩이 정말 많아서 스토리 매치 하나를 깨는데, 20번이 넘는 엔터를 눌렀을 정도로, 진행이 굉장히 느리다. 3D 게임 초창기에 나온 작품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잔 로딩을 많이 넣어 놨는지 플레이를 하면서 계속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한 버그와 게임 내 시스템이다. 태그 매치의 경우 두 명의 캐릭터를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데, 태그를 하고 나간 상태에서 왜 버튼을 다시 눌러 공격할 상대를 바꿔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욱이 링 안에 캐릭터가 아닌 링 밖의 캐릭터에게 접근하면 종종 공격할 때가 있는데 이때 캐릭터의 시선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돌아가 링 안의 캐릭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
여기에 배틀그라운드나 로열럼블, 페이탈 4웨이 등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매치에서도 이 같은 시선 처리 문제가 똑같이 발생했으며, 누워 있는 상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계속 뛰고 있는 충돌 버그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런 충돌 버그는 2K에서 출시한 스포츠 게임에서도 자주 발생한 버그로 왜 같은 회사의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버그가 발생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이다.
이 중에서도 백미는 스토리 모드에서 등장하는 카툰인데,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음에도 연출이 굉장히 무성의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카툰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네이버 웹툰 베스트 도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낮아 “이거 누가 그렸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WWE 배틀그라운드는 분명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게임이지만, 무성의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게임 내 버그와 불편한 시스템 등 게임의 재미 요소를 심각하게 깎아내는 부분도 상당수 존재하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하지만 분명 그 잠재력만큼은 여전해 만약 이후 패치를 통해 불편한 요소와 자잘한 버그를 수정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게임은 분명 2K에서 출시한 WWE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좋은 평점을 거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과연 2K가 그동안의 악명을 씻고 이 작품을 수준급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