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데스다 인수로 보여준 MS의 '부의 위력', 게임 시장판도 바뀔까?
지난 22일 전 세계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할 소식이 들려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베데스다 인수를 확정 지었다는 발표가 전해진 것이다.
MS는 지난 21일 오후(현지 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베데스다의 모회사인 'ZeniMax Media'(제니멕스 미디어)를 인수했다고 전했다. 이번 인수는 MS가 지난 2014년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사 Mojang(모장)을 인수한 가격에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베데스다는 스카이림으로 유명한 '엘더스크롤', 폴아웃, 둠, 울펜슈타인 등 다수의 히트작을 개발한 게임사다. MS는 이번 베데스다 인수로 약 23개에 달하는 게임 스튜디오를 거느리게 되었으며, 자사의 게임 구독 서비스 Xbox game Pass(이하 엑박 게임 패스)에 다수의 베데스다 게임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MS의 베데스다 인수는 단순히 개발사를 높은 금액으로 인수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바로 돈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MS는 이번 베데스다 인수로 약 23개 이상의 스튜디오를 지니게 됐다. 현재 MS 산하의 스튜디오는 id 소프트(둠, 퀘이크), 아케인 스튜디오(디스아너드, 프레이), 탕고 게임웍스(이블 위딘), 머신 게임즈(울펜슈타인) 등 쟁쟁한 IP를 가진 회사들이다.
더욱이 이번 인수로 MS는 헤일로, 앨더스크롤, 둠, 마인크래프트, 에이지오브엠파이어, 울펜슈타인, 웨이스트렌드, 헬블레이드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게임 라인업을 다수 갖추게 되었다. 신생 개발사를 설립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이미 검증된 히트작을 지닌 게임사를 인수하여 자신들의 IP를 늘려가는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MS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Xbox Game Pass'(이하 엑박 게임 패스)의 가치가 이번 인수로 인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엑박 게임 패스'는 월 정액으로 무제한의 게임을 제공하는 MS의 게임 구독형 서비스다.
가입자 수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독형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바로 콘텐츠다. 일례로 구독형 서비스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매출의 80% 이상을 재투자하여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 영화,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으며, 킹덤, 기묘한 이야기, 위쳐 등 히트 작품을 제작하며 구독을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 4분기 글로벌 유료 구독 계정 1억 6,700만 건을 돌파했고, 매출도 200억 달러(한화 약 23조 3천억)를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중이다.
이에 반해 몇 년간 테스트를 거친 ‘엑박 게임 패스’는 콘텐츠의 부족 즉 할만한 게임이 없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헤일로’, ‘기어스오브워’ 시리즈나 ‘포르자4’ 등의 게임이 라인업에 존재했지만, 이미 많은 게이머가 즐긴 게임이었고, 추가되는 게임 역시 구독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들은 아니었다.
때문에 현재 ‘엑박 게임 패스’의 가입자는 1.500만 명 정도에 머무른 상태지만, 이번 베데스다의 인수를 통해 앨더스크롤6, 폴아웃 신작 등 매력적인 게임 라인업이 대거 추가되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는 오는 11월부터는 가입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MS는 앱 메신저 서비스 ‘틱톡’ 인수전에서 오라클에게 밀리며 약 50조에 가까운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 실제로 이번 베데스다 인수에 백지수표가 등장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있을 만큼 MS의 자금력은 상상 이상이며, 콘텐츠 강화를 위해 세가, 밸브, 심지어 EA 등 유명 게임사를 인수한다는 루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존 게임 산업이 이제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대형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게임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닌 MS와 같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형 회사가 자신들의 테두리 안에 게임사들을 거느리고 게임을 선보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MS는 ‘엑박 게임 패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 라인을 지녔고, ‘Xbox 시리즈 X’라는 콘솔 기기도 출시하고 있으며, 대형 게임사를 인수할 수 있는 자금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구독자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게임 패스’의 경우 Xbox 독점 등 폐쇄적인 운영을 할 이유도 없다. 실제로 MS는 2014년 모장을 인수하며 ‘마인크래프트’의 소유권을 지니게 되었지만, 윈도우 마켓 독점 판매나 Xbox 독점 등의 정책을 펼치지 않고,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에도 게임을 출시할 만큼 플랫폼이나 진영 구분 없이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따라서 콘솔 판매나 기간 독점을 통한 소프트 판매 수익에 매달리는 이전과 달리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다수의 게임사에서 AA급 게임을 확보하여 구독자를 늘리는 수익 구조를 가져갈 확률도 높아 기존 게임 개발 및 유통 시장에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처럼 게임 산업은 차세대 콘솔 기기의 발매와 클라우드 및 구독형 게임 서비스의 등장 그리고 대형 자본을 앞세운 개발사들의 인수 등 급격한 시장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모습이다. 이제 어떤 대형 게임회사의 인수 소식이 들려와도 이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시장에 변화할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