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으로 불거진 끊임없는 표절 논란, 어떤 게임이 이슈에 휘말렸을까?
최근 원신의 표절 논란이 화제다. 미호요에서 개발한 원신은 지난 9월 2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3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유력 게임 시장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엄청난 흥행을 거두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CBT 단계부터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그 논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닌텐도의 명작 액션 어드벤처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하 젤다: 야숨)과 너무도 똑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원신'과 '젤다: 야숨'을 동시에 보면 캐릭터의 차이가 있을 뿐 카툰렌더링 스타일의 그래픽과 등산, 공격 등의 게임 내 액션을 비롯해 전반적인 게임 분위기가 크게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이에 국내 게이머들은 원신을 위조상품을 일컫는 짝퉁과 비교해 '짭숨'으로 부르고 있으며, 해외 게이머들 역시 '야생의 숨결'(Breath of the Wild)을 비꼬은 'Breath of the Waifu'로 말하는 등 게이머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 이에 개발사인 미호요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원신은)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게이머들이 직접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해당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번 '원신'과 '젤다: 야숨'의 사례에서 보듯 게임 업계에 표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게임 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표절 논란의 또 다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 블리자드부터 밸브까지 거대 게임사들의 소송을 치룬 '도탑전기'
릴리스 게임즈의 작품인 도탑전기(중국명 刀塔传奇)은 모바일게임 시장에 매우 중요한 게임으로 기록되는 작품이다. 캐릭터 조각을 모아 캐릭터를 완성 시키는 시스템을 대중화시켰을 뿐 아니라 횡스크롤 스타일의 액션을 바탕으로 탱커, 딜러, 힐러 및 마법사로 이어지는 직업별 조합을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등 이후 등장한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이 게임이 유명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블리자드부터 밸브까지 중국에서 유명세를 탄 캐릭터를 거리낌 없이 집어넣은 캐릭터 구성으로 온갖 표절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 실제로 이 게임에는 일리단, 그롬 헬스크림, 제이나, 볼진 등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캐릭터가 그대로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하며, 심지어 스킬 아이콘 부터 실제 스킬까지 원작과 똑같이 구현해 놓아 '블리자드의 모바일 게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더욱이 게임의 타이틀인 도탑전기(중국명 刀塔传奇)는 밸브의 작품인 도타2(刀塔)와 한자까지 똑같아 블리자드와 밸브 두 거대 게임사의 타이틀과 캐릭터를 모두 참고(?)하는 담대한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도탑전기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 도탑전기와 매우 매우 유사한 '히어로즈 차지'라는 작품에 릴리스 게임즈가 소송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히어로즈 차지'가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를 얻자 도탑전기 측은 업데이트에 비밀 코드를 심어 놓았는데, 이 코드가 '히어로즈 차지'에 검출됐다며, 소스 코드 복사를 이유로 소송을 건 것이었다. 표절 논란에 자유롭지 못한 게임이 다른 게임을 대상으로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거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진 셈.
이 점입가경의 상황에 블리자드와 밸브는 이 도탑전기의 개발사 릴리스 게임즈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소송 걸었으며, 이후 릴리스 게임즈는 잠수함 패치를 통해 조금씩 캐릭터 이미지와 스킬 등을 변경하여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비록 중국 법원에서 릴리스 게임즈의 손을 들어줘 소송이 무마되어 소송은 종료되었지만, 도탑전기는 블리자드와 밸브 두 거대 게임사에게 소송을 당한 희대의 게임으로 기록되었다.
- 소니에게 내용증명서까지 받은 '다함께 차차차'
‘다함께 차차차’는 2013년 넷마블에서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한 모바일게임이다. 이 게임은 자동차를 이용해 좌, 우, 점프 등 세 가지 조작만으로 빠른 스피드와 다양한 액션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레이싱 게임이었다. ‘다함께 차차차’는 출시 직후 3일 만에 6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것을 비롯해 일주일 만에 구글플레이 신규인기, 인기 무료, 최고 매출 등을 석권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함께 차차차’는 곧바로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된 ‘모두의 스트레스 팍’의 게임 중 하나인 ‘레이싱 게임’과 유사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모두의 스트레스 팍’은 12가지 캐주얼 미니게임으로 구성된 게임으로, 다함께 차차차는 그 중 레이싱게임과 상당 부분 유사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소니 역시 일본 본사 측에서 대응하여 게임 콘텐츠 표절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강경하게 나설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소니 측은 내용증명은 다음과 같았다. “CJ E&M 넷마블(현 넷마블)이 서비스 중인 다함께 차차차는 SCE의 저작권(모두의 스트레스 팍)을 침해하고 있으니, 서비스를 중지해달라. 만약, 기한 내에 서비스가 중지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달라”는 것이다.
넷마블 역시 “SCEK(현 SIEK)가 보낸 내용 증명을 확인하고 대응 방법을 결정하겠다. 다만 다함께 차차차에 등장하는 가속, 추월, 충돌 등의 시스템은 이미 많은 레이싱게임에도 채용된 바 있는 콘텐츠이기에 크게 문제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소니 측에서 공식적으로 다함께 차차차에 대한 저작권 분쟁 논란을 문제 삼지 않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스마트폰으로 게임이 등장하던 초창기 시장에서 개발사 간 분쟁을 겪은 사례로 남기도 했다.
- 1편에 이어 2편도 표절 의혹에 휩싸인 '애니팡2'
2014년 출시된 애니팡2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게임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애니팡의 속편으로, 당시 상장을 통해 시장에 떠오르고 있던 선데이토즈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이렇듯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었지만, 게임이 공개되자마자 애니팡2는 곧바로 대대적인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바로 당시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킹닷컴의 캔디크러쉬사가와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
애니팡2가 논란이 된 부분은 게임 진행방식과 퍼즐 요소가 캔디크러쉬사가 흡사하다는 점이었다. 우선 제한된 횟수만큼 블록을 움직여 정해진 미션을 달성하는 기본적인 흐름부터, 친구들이 클리어한 단계를 드러내 경쟁심을 유발하는 스테이지 구성, 4개 이상 같은 블록을 터트리면 등장하는 특수 블록을 결합하면 발생하는 특수 효과까지 모든 부분이 일치했다.
여기에 특수 블록을 조합하는 차별화 요소를 가진 캔디크러쉬사가의 시스템 역시 동일하게 등장했고, 얼음 블록을 제거하는 미션 목표도 캔디크러쉬사가의 특징인 젤리 블록과 동일한 형식이라는 점에서 이 게임은 표절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당시 인기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의 멤버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한국 시장에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던 킹 닷컴이 포레스트매니아에 대한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애니팡2의 소송 관심이 크게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킹 닷컴의 움직임이 없었고, 애니팡2 역시 이후 인기가 서서히 사그라 들면서 해당 표절 논란은 일단락 된 상황이다.
이처럼 표절 논란에 휩싸인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이 별다른 결과 없이 마무리 된 이유는 바로 게임 시장에서 표절을 법적으로 가려내기란 매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표절은 고의로 타인의 지석 산물을 카피하여 자신의 지적 산물인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는 법령상 정의된 개념은 아니며, 만약 유사한 작품이 나올 때 표절이 아닌 저작권 침해를 기반으로 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더욱이 게임의 경우 공통적인 진행방식과 색상, 구성 등의 요소를 가진 작품이 상당히 많아서 하나의 표현 방식에 독점권을 부여하기 매우 힘들다. 여기에 표절은 게임의 소스 코드 즉 개발 코드가 완전히 똑같아야만 ‘불법 카피’로 인정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보다 더욱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법적 테두리가 상당히 넓은 게임의 특성 탓에 상당수의 게임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고, 심할 경우 소송도 오고 가지만, 이에 대한 법적 제재 사례가 매우 드문 것이다.
물론,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즐기고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단박에 어떤 게임에서 어떤 부분을 ‘참.고.했.는.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
이번 ‘원신’의 논란처럼 표절에 대한 이슈는 이전까지 있어왔고, 앞으로도 게임 시장에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연 앞으로 어떤 게임이 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기존의 게임을 ‘오.마,주’ 혹은 ‘존.중’하여 게이머들 앞에 나서게 될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