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픽셀의 빛 좋은 개살구 '그랑사가', 쇼케이스로 반전 꾀할까?
지난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엔픽셀의 기대작 '그랑사가'의 CBT가 진행됐다. 이 게임은 배봉건 대표 등 세븐나이츠 개발진이 주축이 되어 개발한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MMORPG도 수집형 RPG의 재미도 잘 살리지 못한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여줘 아쉬움을 샀다. 엔픽셀이 추후 진행 예정인 쇼케이스에서 그래픽만 좋은 빛 좋은 개살구로 남을지 아니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엔픽셀(대표 배봉건, 정현호)는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자사에서 개발 중인 멀티플랫폼 수집형 MMORPG '그랑사가'의 CBT(비공개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게임은 세븐나이츠 개발진으로 유명한 배봉건, 정현호 대표가 독립해 만든 회사 엔픽셀의 처녀작이다. 특히, 엔픽셀은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로 게임사 중 역대 최대규모를 달성해 업계와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기대를 모아왔다.
CBT를 통해 첫선을 보인 '그랑사가'는 개발에 3년에 가까운 시간과 170여 명의 개발인력을 투입한 만큼 뛰어난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줬다. 단순히 그래픽이 좋은 것을 넘어 일본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캐릭터와 일러스트도 강점이었으며, 이런 매력의 캐릭터를 3D 그래픽으로 고스란히 게임에 담아낸 것에도 게이머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 여기에 CBT임에도 불구하고 성우의 목소리 더빙이나 다양한 컷신 등을 제작해 몰입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래픽이나 시각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크게 강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그랑사가'는 수집형 MMORPG로 '그랑웨폰'을 수집하는 재미를 중심에 둔 게임이다. MMORPG이면서 하나의 캐릭터와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그랑웨폰' 수집을 게임의 핵심으로 삼았다.
'그랑웨폰'은 캐릭터가 착용하는 일종의 스킬이자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무기다. 게임에선 의인화해 등장한다. '그랑블루 판타지의' 해방 무기와 비슷하다. 특히, 등급이 높은 '그랑웨폰'의 경우 캐릭터가 변신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하면서 희귀도를 높이는 등 엔픽셀이 큰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 해보니 MMORPG로서도 수집형 RPG로서도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 나왔다. CBT에 참가한 많은 게이머도 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MMORPG라고 하기에는 필드에서 진행되는 콘텐츠가 반복 퀘스트와 필드 이동 등이 거의 전부였다.
게임 콘텐츠도 겉모습은 MMORPG이지만, 수집형 게임의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준비됐다. 스테이지가 특정 몬스터로 대체된 모습이고, 자신이 플레이하는 구간도 4-4처럼 구분 가능하다. 여기에 CBT 버전에서는 다른 게이머와 함께하는 콘텐츠도 적어 MMORPG가 가진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집형 RPG 측면에서는 3D 캐릭터도 아닌 일러스트 정도에 그치는 '그랑웨폰' 수집이 엄청나게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그나마 변신 기능이 있는 희귀한 '그랑웨폰'은 사정이 낫지만, 20개 정도만 준비됐고, 10여 종만 먼저 공개된다. 게다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구성된 게임의 특성상 획득 난이도가 상당했다. 확률형 아이템도 '아티펙트'와 '그랑웨폰'이 모두 등장하는 방식으로 구성해 체감 난이도는 훨씬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기자가 플레이했을 때는 보스 몬스터의 적대치 설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이미 죽은 캐릭터의 시체만 확인 사살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외에 각종 버그도 허다하다. 엔픽셀은 올해 1월 자사 사옥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2020년 출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 상황만 봐서는 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올드한 느낌을 풍기는 UI/UX는 다음 일이다.
엔픽셀은 향후 '그랑사가'의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래픽적으로는 이미 완성된 수준을 보인 '그랑사가'가 그저 그래픽만 좋은 빛 좋은 개살구로 남을지, 공개하지 않은 콘텐츠와 개선 포인트 등을 내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