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뚜렷한 한중일 모바일 게임 시장,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잘 만든 게임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게임계의 유명한 격언이지만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서로 비슷한 취향을 지닌 아시아권으로 분류되는 한, 중, 일 모바일 게임 시장 순위만 봐도 각국의 특성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가 기본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적어도 각국의 스타일을 분석해, 어느 나라에 어떤 스타일의 게임을 주력해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면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 과거 많은 인기를 끌었던 PC MMORPG IP 기반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과거에 학창 시절에 PC MMORPG에 많은 시간을 썼던 30~40대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그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했었던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켜주는 추억의 IP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남들과의 경쟁, 그리고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것을 즐기는 국내 게이머들의 특성상 대규모 전쟁을 통해 끝없는 경쟁을 제공하는 MMORPG 장르가 타 장르보다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전통적인 인기 장르인 수집형과 미소녀가 결합한 장르도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경제력을 충분히 갖춘 30~40대가 주력인 MMORPG만큼의 폭발적인 화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MMORPG 장르에 주력하지 않던 시절에 MMORPG 위주로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대형 게임사들이 MMORPG에 집중하는 지금은, 그들을 피해 전략, 여성향 등 틈새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대세 장르가 수집형에서 MMORPG로 넘어간 한국과 달리 여전히 수집형이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최상위권으로 인정받는 거대 모바일 게임 시장인 만큼 글로벌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공략이 이어지고 있지만, 출시된지 8년이 넘은 퍼즐앤드래곤과 몬스터스트라이크, 여전히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놀라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강국 답게 원피스, 드래곤볼 등 애니메이션 IP 게임들과 미소녀 게임들이 수집형 장르로 등장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전세계 게임 시장의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전세계를 강타한 BTS의 다이너마이트도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OST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키하바라 세대로 불리는 마니아들이며, 그들은 남들과의 경쟁보다는 수집과 육성의 재미를 중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이런 시장의 특성 때문인지, 일본은 반다이, 스퀘어에닉스, 코나미 등 강력한 자체 IP를 지닌 전통적인 콘솔 게임사들이 모바일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MMORPG 위주로 일본 시장을 계속 두드리고 있지만, 그나마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임들은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넷마블의 7개의 대죄 등 수집형 장르 위주다. 중국은 일본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미소녀 게임 장르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답게 트렌드가 특정 장르로 집중되지 않고, MMORPG, 수집형, 전략, 미소녀 등 거의 모든 장르가 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나마 특징적인 요소라면 경쟁을 선호하는 이용자들의 특성 때문인지, 왕자영요, 화평정영 등 콘텐츠가 대결 위주로 설계된 게임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 외산 IP 게임들이 인기를 얻다가, 최근에는 천애명월도, 몽환서유 등 자국 IP 게임들이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등 외산 IP 게임 판호를 철저히 막으면서, 자국 게임들을 보호하고, 역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글로벌 흥행 게임들을 다수 발굴한 것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등 전세계 시장을 강타한 미호요의 원신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중일은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같은 아시아권 국가이긴 하지만, 이용자들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것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한국 게임사들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이 각국의 특성에 맞춰 전략적으로 게임을 선택하고, 마케팅해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