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롤드컵이 남긴 기묘한 기록들
2020 롤드컵이 담원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롤드컵은 3년간 우승 도전은 고사하고, 결승전 진출에도 실패하며, 2티어 지역으로 내려앉은 한국 LCK를 다시 1티어로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대회이자, LCK 6번째 롤드컵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대회로 기록됐다.
담원의 경기력도 화끈했다. 담원이 세운 이번 롤드컵의 전적은 9승 1패. 비록 조별 예선 과정 중 징동 게이밍에게 1패를 기록했지만, 매 경기 30분을 넘은 경기가 드물 정도로 파괴적인 공격력을 보여줘 우승자 다운 경기력을 유감없이 선보여 줬다.
이처럼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킨 2020 롤드컵인 만큼 대회 중 발생한 기묘한 기록들도 눈길을 끈다. 이번 롤드컵 8강전부터 모든 팀의 승패를 정확히 맞추어 '승부의 神'으로 등극한 A.I의 소름끼치는 예측도 그 중 하나다.
A.I e스포츠 프로그램을 서비스 중인 ‘SEMPAI GG’는 롤드컵 8강전을 앞두고 A.I가 예측한 '롤드컵 AI 승부 예측 데이터'를 공개했다. 각 팀의 승률과 4강 및 결승팀 예측한 해당 자료에서는 8강 승패부터 담원과 쑤닝의 결승전까지 롤드컵의 실제 경기 결과를 모두 예측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모두가 TES의 승리를 예측하던 8강 프니틱과의 경기 승률의 경우 1% 차이밖에 나지 않았는데, 실제로 이 경기에서 TES가 프나틱에게 패배 일보 직전까지 가는 결과가 나타나 대중을 놀라게 했다.
특히, 결승전 역시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양팀의 승률을 5% 이내로 예측했고, 실제로 담원이 2세트 렝가와 피오라를 내세운 쑤닝에게 패배하며, 3세트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등 예측 승률과 비슷하게 흘러가자 더욱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LCK의 G2 e스포츠(이하 G2) 잔혹사를 끊은 것도 이번 롤드컵에서 거둔 성과 중 하나다. 유럽 LEC의 맹주인 G2는 유독 LCK 팀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2019년부터 G2가 다전제에서 LCK를 상대 거둔 승률은 100%.
심지어 지난해 2019 롤드컵에서는 8강과 4강에서 담원, SKT(현 T1)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라 ‘LCK 킬러’임을 알렸다. 또한, 이번 롤드컵 8강에서 젠지를 3:0으로 완파하고 4강에 올라 LCK 잔혹사를 떠올리게 만든 것이 사실.
하지만 어나 더 레벨이라 불리는 담원은 일종의 도박수라 할 수 있는 챔피언 ‘피오라’가 등장한 2세트를 제외한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고, 다른 팀이라면 흔들릴만한 상황이 여러 차례 벌어졌음에도 더욱더 거세게 G2를 몰아붙였다.
백미는 4세트였다. G2를 완전히 몰아붙인 담원은 마지막 4세트에서 전령이 미드 2차, 내각 1차, 쌍둥이 타워까지 공격하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19분 3초 만에 넥서스를 파괴해 롤드컵 역사상 최단 시간 승리 기록을 세우며, 그 동안의 잔혹사를 끊어냈다. G2가 젠지를 이기고 보여준 헹가레 세레머니를 담원이 그대로 따라 한 사이다 세레머니와 함께 말이다.
TSM과 LCK의 상관관계도 주목을 받고 있다. TSM은 북미 LCS 전통의 강호이자 북미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팀이다. 더욱이 롤드컵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항상 진출팀에 이름을 올리는 단골 손님이었고, 조별 리그에서 불의의 일격을 가하는 고춧가루 팀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명성이 높았던 것이 사실.
이 TSM과 LCK가 기묘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등장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로 TSM이 롤드컵에 진출하면 LCK 팀이 최소 결승에 진출한다는 공식이 그것이다.
실제로 본격적으로 규모가 커진 2012년 롤드컵 시즌 2부터 TSM과 LCK는 롤드컵에서 만나기 시작했는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LCK 팀들은 모두 결승에 진출했고, 이중 다섯 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이후다.
2018년부터 TSM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2년 동안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이 기간이 바로 LCK 역사에 남을 암흑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더욱이 북미 1시드로 롤드컵에 오랜만에 복귀한 2020 롤드컵에서 우승한 팀은 LCK의 담원이었다. ‘TSM 진출 = LCK 최소 결승’이라는 공식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이에 많은 게이머들이 다음 롤드컵에서도 TSM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우스갯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담원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0 롤드컵은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이슈를 남겼다. 오는 2021년부터 프렌차이즈 제도가 도입되며,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LCK가 과연 2021년에도 다양한 이슈를 남기며, 웃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