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Xbox 시리즈 X‘로 즐긴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성능 확실하구만”
"암살을 본 사람이 없으면 그것이 암살"이라는 잠행 액션의 신기원을 연 어쌔신크리드의 신작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가 정식 출시됐다.
'오리진', '오디세이'에 이은 신화 배경의 작품이자 어쌔신크리드의 12번째 작품인 ‘어쌔신크리드 발할라'는 차세대 게임기 발매와 함께 출시되어 ’Xbox 시리즈 X‘(이하 엑박 X), ’PS5‘ 등의 런칭 타이틀로 등장해 출시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바이킹의 잉글랜드 침략이 절정에 달했던 9세기 '바이킹의 영국침공' 시대를 다루고 있다.
’오리진‘과 ’오디세이‘에서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모습을 역사 교재로 사용될 정도로 세밀하게 구현한 개발팀의 신작인 만큼 이번 작품 역시 로마 제국의 흔적이 남아있는 9세기 잉글랜드와 오로라가 일렁이는 노르웨이의 자연이 사실적으로 구현된 것이 특징이다.
언제나 눈보라가 치는 척박한 노르웨이와 녹지가 펼쳐지고 따뜻한 햇볕이 비추는 잉글랜드를 보노라면, 왜 바이킹들이 그 먼바다를 넘어 잉글랜드로 대대적인 침략을 했는지 절로 이해가 갈 정도로 말이다.
이러한 배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차세대 기기에 대응하여 향상된 그래픽이다. 본 기자는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를 ’엑박 X‘로 플레이했는데, 콘솔 기기로 오픈월드 게임을 플레이한 이후 처음으로 “이제야 콘솔이 PC를 따라왔구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세대 기기의 성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콘솔에서 플레이하는 오픈월드 게임의 단점인 잦은 로딩이나 액션 및 격렬한 컷신 등에서 보이는 프레임 저하 등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게임 로딩 속도가 여느 PC의 SSD 못지않게 단축된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습격‘이었다. 수 십 명의 NPC와 적들이 뒤엉켜 싸우고 건물마다 불길이 일어나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프레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어쌔신크리드‘ 특유의 흔들리는 처형 연출이 발생해도 프레임 저하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눈에서 이동하면 발자국이 찍히고, 흔적이 그대로 남는 효과 역시 PC와 동일하게 그려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4K UHD 최고 옵션 사양의 PC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PC의 가격이 3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훨씬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의 진행은 전작인 오디세이에 큰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거점을 중심으로 배를 타고 이동하며, 요새 습격, 결사단 암살, 각종 서브 퀘스트를 즐길 수 있으며, 고대유물부터 장비, 자원과 재료 등 다양한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울러 너무 맵이 방대했던 오리진과 섬과 섬사이를 오가는 시간이 길었던 오딧세이에 비해 멥의 구조가 깔끔하게 변화했으며, 언제든지 노르웨이로 다시 이동할 수 있어 두 지역을 오가며, 퀘스트를 진행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거칠고 호전적인 이들이었던 바이킹이 주인공이다 보니 전투는 전반적으로 매우 호전적으로 진행된다. 게임 내 기본 무기가 도끼일 정도로 전투의 진행과 액션 모두 바이킹의 냄새가 물씬 풍기며, 쌍수 무기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나설 수도, 방패를 착용해 상대의 공격을 쳐내(패링) 스테미너를 깎아 단번에 처형시키는 것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 처형 효과는 신체가 절단되는 잔혹한 연출과 함께 엄청난 대미지를 주는데, 상대의 무기에 따라 처형 모션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여기에 원거리 무기인 ’활‘의 대미지 역시 여전해 칼질 한번 없이 원거리에서 야영지 하나를 초토화할 수도 있을 정도라 게이머의 취향에 맞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모습이다.
시리즈의 핵심은 ’암살‘ 난이도를 별도로 설정하여 전작에서 지적됐던 레벨 차이 때문에 암살이 실패하는 문제를 해결한 모습이다.
’오디세이‘의 경우 레벨 차이가 많이 날 때 아무리 암살을 시도해도 칼질 한 번도 못 미치는 대미지를 주어 걸핏하면 전투가 벌어졌으나 ’발할라‘에서는 옵션을 통해 암살 난이도를 별도로 설정하여 수치를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암살을 할 상황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실제로 요새나 수도원을 공략할 때 수풀을 이동하며 암살을 하는 것보다 뿔나팔을 불어 동료와 함께 습격해 적들을 처치하는 것이 더욱 빨라 굳이 암살을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더욱이 수도원의 보급품은 NPC를 불러서 문을 강제로 열어야 해서 신나게 암살을 하다가도 뿔나팔을 불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유니티 이후 사라졌던 ’숨어들기‘ 기능이 부활하기는 했지만, 9세기 영국 도시의 특성상 도시 크기가 작아서 숨는 것보다 도망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도 아쉬운 부분.
암살보다는 그냥 다 때려 부수는 편이 액션이나 시간 단축에서 탁월해 암살단에 가입한 바이킹이라는 이질적인 광경이 펼쳐질 것을 기대했던 본 기자의 생각과는 다소 다르게 흘러간 모습이다.
퀘스트의 경우 일정 지역에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펼치는 식으로 바뀐 모습이다. 얼핏 맵에 퀘스트가 적어 보이지만,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수행하는 식이다.
더욱이 여러 지역에서 연계되는 퀘스트도 꽤 존재하기 때문에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이들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며, 연인을 만들거나 다른 게이머가 제작한 ’욤스 바이킹‘을 찾는 재미도 쏠쏠한 모습.
여기에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엔딩 분기만 나뉘었던 전작에 비해 게이머의 선택이 캐릭터에 확실히 영향을 미쳐 선택지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이 점점 변화한다. 물론, 엔딩 루트가 수십 가지인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대사나 컷신이 변화해 다회차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이끈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물론, 이 게임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특정 지역에서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거나, 바위 및 물가 곳곳에서 끼임 버그가 발생하는 등 게임 진행에 문제가 생길 정도의 버그가 자주 발생했고, 파쿠르 액션 시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는 등의 세밀한 부분은 아쉬웠다.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장비와 스킬이었다. 스킬의 경우 레벨에 따라 해금되는 것이 아닌 ’경험의 책‘을 획득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을 찾는 것도 매우 힘들고, 정작 힘들게 얻은 스킬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굳이 이렇게 분리한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장비는 굉장히 얻기 어려운 모습이다. 비록 룬을 장착하거나 대장간에서 재료를 소모해 상위 등급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장비를 얻기가 정말 어려워 12시간 동안 무기 2개와 하나의 복장으로만 게임을 플레이할 정도였다.
물론, 기존 아이템을 상위 등급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기에 장비를 얻는 난이도를 높인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오픈월드 게임의 재미 중의 하나인 ’아이템 파밍‘의 비중을 이렇게 낮춘 것은 게임의 재미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다가왔다.
이처럼 '어쌔신크리드 발할라'는 전작의 긍정적인 요소는 그대로 이식하고, 불편한 부분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변화시킨 생각 이외의 수작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여기에 사이버펑크 2077의 발매 연기로 인한 대작의 부재 속에 등장한 AA급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
향후 스토리 DLC와 주간 퀘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고, 바위나 산맥, 지붕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끼임 버그 등의 부정적인 요소를 패치를 통해 수정한다면 '호평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게임이라는 것이 본 기자가 느낀 '어쌔신크리드 발할라'의 소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