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변화시킨 지스타, 절반의 성공?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많은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개최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2020이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지스타는 전세계로 확대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전과 달리 온라인 라이브 방송 채널인 지스타TV를 통해 게이머들과 만났다.
매년 지스타가 진행되던 벡스코에서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기는 했지만, 일반 관람객들의 참관을 받지 않았으며, 온라인 방송을 지원하기 위한 스튜디오 공간으로 꾸며졌다.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된 지스타TV는 1일차 23만명, 2일차 150만명, 3일차 17,7만명, 4일차 18만명을 기록했으며, 각종 e스포츠 경기가 펼쳐진 지스타 컵은 2.9만명, 8.2만명을 기록해, 종합 85만명(추청치)의 시청자가 온라인으로 지스타를 즐겼다. 트위치의 지스타TV 채널 팔로워 수는 1만명을 돌파했다.
온라인인 만큼 24만4000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관람객 수를 갱신했던 지난해와 직접적인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으로 진행된 덕분에 더 많은 관람객들이 집에서 편안하게 지스타를 즐길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예전 같으면 대형 게임사들의 이벤트에 묻혔을 인디 게임들도 정해진 스케줄 덕분에 다른 게임사들과 동등하게 노출돼 그동안 묻혀 있던 인디 게임들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으며, 트위치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콘솔 기대작 3종을 선보이며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펄어비스 같은 대형 발표는 없었지만, 여러 게임사들이 다수의 기대작을 선보이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미르4 출시를 앞두고 있는 위메이드는 메인스폰서로 참여해 미르4의 정식 출시일과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지스타를 불참했던 넥슨도 올해 다시 복귀해서 셀 애니메이션 풍 비주얼의 3인칭 액션 배틀 온라인 게임 ‘커츠펠’의 라이브 배틀쇼와 수집형RPG ‘코노스바 모바일’, ‘네코제9’ 뉴스특보를 진행했다.
크래프톤은 승부겜성이라는 이름으로 ‘배그겜성 이스포츠 클라~쓰’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대회 ‘PCS3 ASIA’ 개최 관련 소식을 전달했으며, 카카오게임즈와 손을 잡고 12월 출시를 준비 중인 엘리온 특별 방송도 진행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 외에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기대작 오딘:발할라 라이징과 올해 게임대상에서 해외 부분 인기상을 수상한 가디언 테일즈를 선보였으며,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에서는 지난 11월 17일 출시된 ‘마술양품점’과 이번에 처음으로 ‘티타이니 온라인’을, 스토브에서는 ‘루시의 일기’등 인디게임 3종을 소개했다.
네오위즈도 내년 1월 CBT를 예고한 블레스 언리쉬드 PC버전과 올해 게임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플레비퀘스트와 스컬 등 인디 게임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으며, 엔씨소프트의 지원 덕분에 진행될 수 있었던 인디쇼케이스에서도 다수의 인디 게임들이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여건상 해외 기업들의 참가가 쉽지 않았지만, 신형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선보인 오큘러스와 NBA2K21을 내세운 2K 덕분에 체면치레를 했다.
행사 성격상 일반인보다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였던 지스타 컨퍼런스도 온라인 무료로 진행된 덕분에,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를 비롯해 패러독스인터렉티브의 알렉산더 올트너, 플레티넘 게임즈의 가미야 히데키 등 유명 개발자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도 국내 대표 기업들이 지스타에 참여해 온택트에서도 유의미한 기록을 달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또 지스타TV를 관심있게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올해를 경험삼아 다음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극복해 내고 더 나은 게임문화축제 지스타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이번 지스타는 온택트로 변화하면서 유믜미한 기록을 다수 남기기는 했으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E3 등 대형 게임쇼조차 취소된 힘든 여건 속에서도 행사 취소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인정할만 하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준비 시간이 아예 부족했던 다른 게임쇼들과 달리 어느 정도 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지스타TV 방송을 위해 준비했다는 벡스코 오프라인 공간은 많은 회사들이 모두 온라인 녹화 방송을 선택하면서, 있으나마나 한, 아니 차라리 없는게 나은 공간이 됐다.
어차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외 게임사들의 참가 유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상황에서 진행됐던 게임스컴은 무려 38종에 달하는 신작이 공개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 지스타는 오큘러스와 2K의 참가에 그쳤으며, 그나마 지스타만을 위한 새로운 소식도 아니었다. 글로벌 4대 게임쇼를 노린다면서 매년 규모를 과시하던 지스타 입장에서는 낮뜨거운 상황이다.
올해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이 급성장 중이고, 차세대 게임기 출시일이 지스타와 거의 차이 없었던 만큼, 소니와 MS의 지스타 참가를 노려볼만 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한 것은 지스타의 현재 위상을 말해준다.
B2B 비즈매칭 역시 역시 총 45개국, 527개사, 655명(국내 299명, 해외 356명)을 기록했다고는 하나, 비용 대비 만족감을 주는 기회였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전세계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내년은 물론, 그 다음 해까지도 안정화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다. 내년 지스타는 올해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욱 내실있고, 국제적인 게임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