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계가 '진짜' 무너진다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미 앱플레이어와 별도 클라이언트로 PC와 모바일을 오가는 크로스 플레이는 대세로 자리를 잡았고, 콘솔과 모바일의 경계를 허무는 클라우드를 활용한 스트리밍 플레이도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애플이 실리콘 기반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맥(MAC)에서 아이폰용 앱을 구동할 수 있는 통합 환경을 구축했다. 여기에 윈도우 PC에서도 안드로이드도 앱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플랫폼이라는 경계가 점점 의미를 잃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서 모바일과 PC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이전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안드로이드 앱을 모바일에서 구동하는 앱플레이어다.
앱플레이어는 일종의 가상 머신이다. 스마트폰용 OS(Operating System)인 안드로이드를 PC에서 실행하고 구글 플레이를 통해 앱을 내려받아 구동하는 것에 최적화된 것이 많다. 표면적으론 PC에서 즐기지만, 알맹이는 모바일이다. 대표적으로 '블루스택', '녹스앱플레이어' 등이 있다.
앱플레이어는 초기만 해도 매크로 등의 이슈가 있어 앱플레이어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제는 앱플레이어에 최적화된 버전이 등장할 정도로 시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게임이 점점 고사양의 기기를 원하자 PC의 자원을 활용하는 앱플레이어의 비중이 커졌고, 이제는 론칭 초반 마케팅도 함께 할 정도다.
앱플레이어가 시작한 모바일과 PC의 크로스 플레이는 이제 별도의 클라이언트가 제공될 정도로 발전했다. 게임사들이 별도의 PC 버전을 제작해 모바일과 PC의 벽을 허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에픽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포트나이트'다. 에픽게임즈는 2017년 출시한 '포트나이트'를 PC와 모바일은 물론 다양한 콘솔 기기 이용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단순히 모바일 버전을 선보인 것이 아니다. 엔진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크로스 플랫폼 기술을 선보이자 다양한 회사들에서도 크로스 플랫폼 구현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의 크로스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인 '퍼플'을 선보였고, 넥슨은 'V4'의 PC 버전을 별도로 제작해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올해 11월 등장한 위메이드의 신작 '미르4'도 마찬가지다. 크로스 플랫폼이나 플레이 지원은 대작 게임들의 기본 스펙이다. 추후 등장할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같은 대형 신작들도 PC 버전이 동시 준비 중이다.
서버 기술과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한 스트리밍 플레이도 주요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은 지연속도 등의 이슈가 여전하나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패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를 활용해 게이머는 스마트폰으로도 고품질의 콘솔 게임이나 PC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특히, 스트리밍 플레이는 국내 통신 3사들도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지포스 나우는 LGU+, 게임패스는 SKT가 선보이고 있고, KT는 자사의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 클라우드 기반 게임 스트리밍 플레이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KT는 지스타 2020에서도 활약했다.
그리고 이제는 OS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나섰다. OS 단에서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진짜 플랫폼 융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별도의 클라이언트나 버전 등의 제공 없이 OS에서 모바일 앱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또 이용자 입장에서도 기존의 방식과는 파괴력이 다르다.
먼저 애플은 자사에서 개발한 ARM기반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인 M1 칩과 새로온 OS 빅 서(Big Sur)를 선보이며 매킨토시에서 아이폰용 앱을 구동할 수 있는 통합 환경을 구축했다. 쉽게 말해 앞으로 나오는 애플의 실리콘 기반 프로세서의 맥에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용 앱이 그대로 구동된다는 이야기다.
맥과 아이폰은 기존에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경계 자체가 불투명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연동 수준을 넘어 모바일 버전의 앱이 실리콘 기반 맥북에서 그대로 작동한다. 이는 단순히 게임을 모바일과 PC를 오가며 즐길 수 있는 것 외에도 강점을 갖췄다.
맥 OS는 낮은 국내 점유율 문제로 금융 등의 인터넷 환경 등에 아무래도 제약이 있었다. 반면 아이폰 등의 모바일 기기는 대부분 작업을 스마트폰에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어려움에 있었던 맥 이용자도 아이폰용 앱을 실행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초창기인 만큼 터치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게임이나 앱을 완전히 즐기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결국 시간문제다. 맥에서의 아이폰 앱 구동은 맥 OS가 가진 단점을 채워줄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 기반 PC에서는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윈도우 센트럴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용 앱의 코드를 거의 수정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배포가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 라떼'가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네이티브 수준에 가까운 형태로 안드로이드 앱을 윈도우 PC에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갤럭시 시리즈 등의 일부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미러링 형태의 기술을 뛰어넘은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이 구축되면 모바일과 연동이 부족한 윈도우의 아쉬운 부분이 채워질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생태계에서 문제를 해결한 애플과 달리 윈도우와 안드로이드의 경우는 MS와 구글이라는 거대 기업 간의 문제도 있어 지켜봐야 한다.
살펴본 것처럼 크로스 플레이나 플랫폼은 게임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게임이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점점 더 플랫폼 간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앞으로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계약서에나 남는 단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과 달리 관련 규정 등은 빠르게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PC는 안되고 모바일은 되는 식의 규제나 법은 여전하다. 플랫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시점부터 여러 부분에 걸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