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협곡의 선수들', 야구와 e스포츠의 독특한 만남 통했다
전 LoL 프로 선수들과 현역 프로 야구 선수들이 함께하는 이벤트 매치 ‘LoL: 협곡의 선수들'이 지난 28일 진행됐다.
전 LoL 프로 선수와 현 KBO 선수, 인플루언서가 함께 팀을 이뤄 LoL e스포츠로 한판 대결을 펼치는 스페셜 매치인 ‘LoL: 협곡의 선수들’은 3회에 걸쳐 사전 방송이 진행되어 큰 주목을 받았고, 28일에는 '성캐' 성승헌 캐스터와 '워크맨' 장민철 그리고 전 프로야구 선수 '심수창'의 해설로 라이브 생방송이 진행되었다.
사실 이번 이벤트 대회 소식에 대한 야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번 'LOL: 협곡의 선수들'은 정규 시즌이 끝난 이후 스토브 리그에 진행되는 이벤트 대회다. 이에 재활 혹은 동계 훈련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게임 대회를 나간다는 점과 각 구단의 미래를 담당하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혹여 게임에 빠져 야구에 소홀히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3회에 걸친 티저 영상과 실제 대회가 진행된 이러한 우려는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LOL을 플레이하면서 즐거워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주어 '야구를 잘하면 다른 분야도 잘한다'라는 야구계의 격언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기 때문.
더욱이 머리와 손으로 치열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게임은 시즌 동안 쌓인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물론, 대중에게도 프로 야구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스포츠면이 아닌 사회면에 등장할 정도로 물의를 일으킨 프로 야구 선수들 덕에 속이 상했던 많은 팬 역시 "음주나 도박 같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 바에는 차라리 게임에 취미를 갖는 것이 낫다"는 반응도 이번 대회를 통해 확산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것도 사실.
이번 대회는 현역 야구선수 3인과 전 LoL 프로 선수 1인, 인플루언서 1인 등 총 5명이 한 팀을 꾸려 총 4개 팀이 4강 토너먼트 단판 승부를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폐셜 멘토로 나서는 전 LoL 프로 선수의 경우 ‘울프’ 이재완, ‘고릴라’ 강범현, ‘플레임’ 이호종, ‘갱맘’ 이창석이 함께하며, 인플루언서는 한동숙, 매직박, 박잔디, 단군이 경기에 참여했다.
참가한 프로 야구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최고참이자 한일전으로 진행된 '2015 프리미어 12' 준결승에서 환상적인 '빠던'(배트플릿)을 보여준 두산의 오재원 선수를 필두로 함덕주(두산), 고우석(LG), 김원중, 김준태(이하 롯데), 노시환(한화), 박종훈(SK), 배제성(KT), 원태인(삼성), 최원준(KIA), 최원태, 김혜성(이하 키움) 등의 선수들이 참여한다.
사실 이번 대회가 e스포츠 팬들보다 야구 팬에게 더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 참가 선수 중 상당수가 팀의 미래 혹은 핵심 전력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었다.
우선 노시환은 지난 시즌 내내 한화의 3루 수비를 책임지며, 유망주가 부족했던 한화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2000년생 영건 중 하나이며, LG의 고우석은 프로 데뷔 3년 차에 LG의 마무리를 맡을 정도로 LG의 핵심 전력 중 하나로 분류되는 선수다.
아울러 마무리로 활약 중인 김원중은 롯데 투수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이며, 키움의 김혜성은 99년생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 내야와 외야를 종횡무진하며, 키움의 미래로 불리는 선수다. 또한, 두산의 함덕주는 '2018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일조한 것은 물론, 두산의 3번의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두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에이스.
여기에 박종훈, 배제성, 원태인 역시 SK, KT, 삼성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선수들이며, 이중 최원준 선수는 구단에서 입대 연기를 신청할 정도로 기아의 새로운 프렌차이즈 선수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러한 쟁쟁한 선수들과 전 LOL 프로게이머 그리고 만만찮은 입담과 실력을 보유한 인플푸언서가 참여한 만큼, 경기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가장 먼저 진행된 1경기에서는 ‘플레임’ 이호종을 중심으로 한 ‘꽃보다 플잔디’가 40분가량 이어지는 접전 끝에 ‘갱맘’ 이창석이 중심이 된 ‘갱직구’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2경기에서는 ‘고릴라’ 강범현의 ‘미스터고’가 ‘울프’ 이재완과 단군, 오재원, 김준태, 박종훈으로 구성된 ‘남탓게이밍’을 꺾으며 ‘꽃보다 플잔디’와 ‘미스터고’의 결승 대진이 완성됐다. 특히, 초반 ‘남탓게이밍’의 기세를 뒤엎고 승리를 거둔 ‘미스터고’ 팀에서는 최원태(키움), 함덕주(두산) 등 KBO 선수들의 게임 활약이 돋보였다.
곧바로 이어진 결승에서 ‘꽃보다 플잔디’는 에이스 ‘플레임’ 이호종의 피오라를 중심으로 한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승리를 거뒀다. 이중 프로 야구 선수 중 가장 많은 킬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대회 MVP는 최다 킬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한 ‘꽃보다 플잔디’의 최원준(KIA)이 차지했다.
우승팀 ‘꽃보다 플잔디’의 전 LCK 프로 선수 ‘플레임’ 이호종은 “이벤트 매치였지만 최고의 컨디션에서 최상의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며칠간 밤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라며 “프로 야구 선수들과 한 팀이 돼 경기를 펼치며 프로의 피지컬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의 김원중 선수 역시 “평소에 즐겨하던 LoL로 프로 선수들과 함께 승부를 가리는 대회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좋은 뜻으로 모여 이렇게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전했다.
또한 본 대회 우승 상금 2,000만 원 전액은 ‘꽃보다 플잔디’ 팀의 우승 기념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사용할 것이라 밝혀져 연말 자선 이벤트 매치의 마무리에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