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즐기는 순간 액션의 미학. 로닌 더 라스트 사무라이
단기필마로 엄청난 수의 적들 사이로 뛰어들어 무쌍을 펼치는 액션은 누구에게나 엄청난 쾌감을 선사하지만, 강력한 적을 앞에 두고 숨죽이고 빈틈을 찾는 정적인 액션도 그에 못지 않은 매력이 있다.
지난 2019년 최고의 액션 게임이라 칭송을 받았던 프롬소프트웨어의 세키로: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나 2020년 더 게임어워드에서 최고의 아트 디렉션 상을 수상한 서커 펀치의 고스트 오브 쓰시마 같은 게임을 즐긴 사람이라면 당연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준 높은 액션을 모바일 게임에서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콘솔 마니아들이라면 말도 안된다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겠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액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최근 출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신생 개발사 드림모션이 최근 출시한 로닌 : 더 라스트 사무라이가 그 주인공이다.
로닌 : 더 라스트 사무라이는 전란 시대에 주군을 잃은 최후의 사무라이의 복수극을 다룬 게임으로, 수묵화 풍의 인상적인 그래픽과 콘솔 느낌의 묵직한 액션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대형 게임사 신작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마케팅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액션 덕분에 모바일 세키로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벌써 다운로드 30만, 액션 게임 2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무라이가 소재이기 때문에 오해할 수도 있지만 개발사인 드림모션은 한국 개발사로, 이전에 인상적인 탭액션으로 화제가 됐던 건 스트라이더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략 게임 로드투발러:월드워2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실력 있는 개발사다.
콘솔에서도 구현하기 쉽지 않은 액션을 모바일로 옮기기 위해 드림모션이 주목한 것은 공, 방, 회피 조작의 최적화다. 화면 상에 존재하는 조작키는 공격버튼과 방어버튼, 그리고 필살기에 해당하는 오의 버튼, 이렇게 3개 뿐이며, 공격버튼을 누르면 공격을 하고, 방어버튼을 누르면 방어를, 방어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밀면 그 방향으로 이동한다.
조작 버튼을 단순화시켜서 누구나 쉽게 조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두긴 했지만, 실제 액션은 단순하지 않다. 정적인 액션을 추구하는 게임들이 다 그렇듯 이 게임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개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순식간에 비명횡사하게 된다.
맞지 않고 적들을 공격하는 공방의 핵심 요소는 균형이다. 공격이나 방어를 할 때마다 조금씩 게이지가 쌓여 자세가 무너지기 때문에, 공격을 누적시키거나, 적의 공격에 맞춰 튕겨내기 등을 구사해 적들의 자세를 무너트려 무방비 상태로 만들면 된다. 다만, 초반에는 적들의 수가 적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많은 적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정신을 어지럽게 하며, 강력한 적의 경우 연속 공격을 가해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게 하거나, 방어를 해도 충격을 받는 강력한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피해 없이 적을 죽이는게 쉽지 않다. 게다가 적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칼, 장창, 조총, 술법까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 격투 게임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격언인 “모르면 맞아야지”가 저절로 떠오른다.
물론,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공격 버튼을 누르면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일섬을 사용하면 아예 피해를 받지 않고 적을 쓰러트릴 수도 있다. 다만, 강력한 만큼 타이밍을 맞추기가 대단히 어려우며, 적이 사용하는 무기, 그리고 자신의 무기 종류에도 타이밍이 달라지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 외에는 답이 없다.
또한, 매 지역들이 20개의 스테이지로 나뉘어 있고, 10 스테이지 마다 강력한 보스가 등장하며, 20개 스테이지를 한번에 클리어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다행히 스테이지를 진행하다보면 체력 회복, 공격력 등 다양한 추가 능력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광고를 보면 1번 부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지만 20개 스테이지를 한번에 클리어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 유명 인디 게임 궁수의 전설을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시스템일 것이다.
무기를 바꾸지 않고 도전하는 다크소울 썩은물 같은 이해하기 힘든 취미가 있는게 아니라면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서 좀 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장비는 각종 재료를 모아 강화를 할 수 있고, 여러 장비를 합성해 윗등급으로 진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수련을 통해 각종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고, 각 지역마다 최종 보스를 잡을 때 획득하는 혼을 소모해 다양한 효과를 지닌 특성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으니, 꾸준히 플레이하다보면 답이 없어보이던 구간도 언젠가는 클리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장비와 수련이 난이도를 낮춰주기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적들도 강해지기 때문에, 과금을 통해 최고급 장비를 착용한다고 하더라도 반복 훈련을 통한 숙련도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렇듯 로닌 더 라스트 사무라이는 패드에 비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터치 인터페이스 한계를 극복하고, 꽤 수준 높은 묵직한 공방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세대라면 세키로, 고스트오브쓰시마가 떠오를 것이고, 게임 경력이 좀 있는 이들이라면 귀무자, 검호의 향수가 느껴질 것이다.
아무래도 인디 게임의 한계로 인해 비슷한 배경과 적들의 반복이 다소 지루함을 줄 수도 있지만, 자동 전투가 일상화된 모바일 게임에서 이정도로 수준 높은 액션을 완성도 있게 구현했다는 것은 높게 평가를 받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