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겉은 멀쩡 속은 전면 재조정이 필요한 ‘대항해시대 오리진’ CBT
모티프가 개발하고 라인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1차 CBT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80~90년대 게임을 즐긴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코에이의 대항해시대2를 모바일로 옮긴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만만치 않은 팬을 보유한 대항해시대의 IP를 사용한 만큼 16세기 중세시대의 복장 및 건축 등 다양한 문화를 비롯해 항구와 함선 등을 세밀하게 구현한 것은 물론, 세계 전도와 맞먹는 방대한 지역과 항구를 오가며, 전투와 무역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
지난 1월 28일부터 오는 2월 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CBT에서는 7대양 7대 주 항해 지형과 217개의 항구, 44종에 이르는 선박과 수천 종에 이르는 교역 물품까지 이전까지 대항해시대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 중 가장 거대하고 원작 고증에 치밀한 콘텐츠가 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의 진행은 대항해시대2의 주인공이었던 스페인의 조안 페레로와 지중해의 카탈리나 에란초 그리고 터키 지방의 알 베자스 중 한명의 제독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작 지역이 모두 달라지고, 고유의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어 게임 초반 콘텐츠와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알아 갈 수 있다.
더욱이 레온 페레로, 밀란다 베르테, 에르네스트 로페스 등 원작에서 등장했던 선원과 캐릭터 이외에 김만덕, 다테 마사무네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제독과 선원을 스토리와 퀘스트 및 뽑기 등으로 영입할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플레이하면서 감명 깊었던 부분은 바로 세밀한 디테일과 수준급의 그래픽 퀄리티였다. 캐릭터 일러스트의 경우 원작의 컨셉은 유지한 채 새롭게 그려진 수준급의 일러스트로 재구성되어 있으며, 등장하는 항구들 역시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오스만 등의 국가와 종교 및 지역에 따라 풍경과 건축 양식이 모두 다를 정도로 엄청난 디테일을 보여준다.
여기에 항해에 나섰을 때 선미와 후미 돛에 이르는 배의 세세한 모습과 바다를 가르며, 이동하는 움직임이 상당히 뛰어나며, 비, 바람, 번개 등의 기후 변화에 따라 파도가 다르게 표현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1차 CBT인 점을 고려했을 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영입욕구를 절로 일으키는 캐릭터 일러스트와 세밀한 그래픽과 디테일한 항구의 전경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받을 만했으나 정작 게임 내 콘텐츠와 시스템은 전 분야를 막론하고, 보강과 재조정이 시급한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등장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친절한 인터페이스(UI)였다. 수 많은 배와 선전, 캐릭터를 관리하고, 방대한 맵 곳곳에 있는 항구를 오가는 교역을 진행해야 하는 게임임에도 초반 전투와 교역, 조합 임무를 제외하면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UI가 정돈되어 있지 않아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정말 어려웠다.
일례로 항구에 방문하면 미니맵을 열어 교역소나 항구 등으로 터치 후 이동하게 되는데, 미니맵을 키고, 이동해 방문하는 과정이 대단히 번거롭다. 차라리 교역소, 조선소 등 자주 방문해야 하는 곳은 따로 단축 메뉴를 빼놓는 것이 더 편리할 듯하지만, 이번 CBT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구현되지 않아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배를 관리하고, 동료를 배치하는 세부항목이 전부 나뉘어 있고 이에 대한 설명도 부족한 데다 배를 타지 않은 동료가 없을 때 한번 배에 탑승시킨 동료를 다른 배에 배치하는 기능이 없어 원하는 배에 동료를 배치하기 정말 까다로웠다.
배의 특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없는 것도 의아한 부분이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배는 저마다의 특성이 있는데, 갤리의 경우 백병전에 강하지만 포격에 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어 게임 인터페이스를 한참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어떤 배를 가지고 어느 지역을 방문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진행과 흐름이 달라지는 항해 게임임에도 배의 특성을 따로 소개하지 않은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욱이 바다를 항해할 경우 등장하는 필드 미니맵에 표시되는 해류, 풍속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 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이에 대한 세밀한 설명도 다음 CBT에서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항해와 항해 사이 콘텐츠가 부족한 것도 이 게임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부분이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항해 속도는 최대한 실제 지형과 실제 배의 움직임과 유사해 가까운 항구라도 최소 몇 분 이상이 소모되며, 대륙을 횡단할 때는 수십 시간 이상의 시간이 흐르게 된다.
하지만 이 항해 중 플레이할 만한 콘텐츠는 찾기 힘들어 항해가 굉장히 지루하다. 높은 레벨의 해양 구간과 PvP 지역 등의 경우 다른 유저의 습격이나 해적의 등장 등 돌발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동 거리가 짧은 초반에는 이렇다 할 이벤트가 없어 게임의 몰입감을 방해했다.
물론, 자동 항해가 존재하고, 게임을 꺼도 지정한 항구까지 자동으로 이동하지만, 항구 정박은 수동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불편한 것이 사실. 때문에 이후 CBT에서는 짧은 구간의 항구 이동시에는 자동 항해를 해도 항구로 바로 정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가장 큰 재미요소였던 무역의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대항해시대 시리즈는 지역별로 다르게 생산되는 물건을 구매해 다른 지역에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재미가 쏠쏠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경우 물건 시세가 대부분 폭등이거나 100%를 넘는 경우가 많고, 시세가 낮은 제품은 다른 항구도 시세가 낮은 경우도 상당히 많다. 실제로 터키 지방에서 그리스까지 먼 길을 이동해서 물건을 팔았는데 항구 세금과 시세 때문에 오히려 적자인 경우도 부지기수일 정도로 말이다. 거기다 향신료나 식료품 등 항구 특산물도 존재하지만, 특산물이라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값을 더 쳐주는 경우도 드물어 교역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 반복됐다.
물론, 항구를 계속 오가며, 물건을 사고팔면 조금이라도 이득을 얻을 순 있겠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이동 과정이 굉장히 지루하므로 굳이 무역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역의 흥미도가 떨어진다.
여기에 교역으로 얻는 수익은 매우 적은 것에 비해 배를 수리하고, 선원을 모으고, 보급품을 채우는 비용은 계속 들어가며, 설상가상 배를 건조하는 비용은 그야말로 어마무시하며, 유명 선원의 영입 비용은 유료 재화가 아니면 감당이 안 될 수준이다. 경제 시스템이 그 어떤 게임보다 중요한 게임에서 왜 “골드수급은 어렵고, 고정 지출과 활동 비용은 비싼” 문턱이 높은 MMORPG 시스템을 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으로 말이다.
앞서 UI와 교역 등의 분야는 재점검이 시급했지만, 전투 시스템은 생각 이상으로 고퀄리티로 구현된 모습이었다. 백병전은 외나무 판자에서 싸우는 연출이 아니라 조금 아쉽지만, 집단 전투로 표현되어 보는 재미가 있었고, 함포전은 포탄이 날아가는 연출과 위치 선정에 따라 변수가 생겨 흥미로웠다.
여기에 선원들과 제독의 특성과 스킬에 따라 전투의 행방이 완전히 뒤바뀌기 때문에 배의 종류와 장비 그리고 선원의 배치 등 다양한 조합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은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턴제 전투 임에도 배를 이동시켰을 때 포격 거리나 백병전에 돌입할 배의 위치를 선택하기가 어려워 배를 잘못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동전투로 전환하면 이상하리 만치 공격이 빗나가 전투력이 높음에도 패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더욱이 선단 레벨과 전투력이 높아지면 그만큼 AI 해적의 레벨도 높아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배를 아무리 강화해도 강해졌다는 느낌이 오지 않았다. 여기에 선단 강화 30 레벨 이후 만나는 해적은 상대하기 버거울 만큼 난도가 급상승하여 굉장히 까다롭지만 배의 등급이나 아이템 역시 저 레벨 배와 똑같아 나포를 해도 보상다운 보상도 주지 않아 게임의 흥미를 급격히 잃게 만든다. 이는 이후 CBT에서 수정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이외에도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2019년 이전의 스마트폰으로는 제대로 구현이 되지 않은 최적화 문제와 포격전보다 월등히 효율이 좋은 백병전, 등급만 높으면 배의 상성을 무시할 정도의 화력이 나오는 등 시스템, 콘텐츠, 밸런스 등 전 분야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한 모습이다.
물론, 1차 CBT에 발생한 여러 이슈는 이후 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일찍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문제라 할 수 없지만, 6일간 즐겨본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아직 정식 출시를 추진하기에는 너무도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개발자들이 원하는 뛰어난 디테일과 기대 이상의 그래픽 퀄리티 구현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정말 찾기 힘든 게임. 본 기자가 느낀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소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