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1] 알을 품은 펄어비스, 붉은사막의 탄생을 기다린다
지난 2017년 코스닥 입성 이후 지금까지 계속 성장 곡선만을 그려온 펄어비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보냈다.
2020년에 기록한 매출 4888억원과 영업이익 1573억원은 분명 인상적인 수치이나,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던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8.8% 하락하면서, 처음으로 상승 곡선이 꺾였다. 게다가 4분기는 매출 하락과 영업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당기순이익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그나마 수익성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은 4%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점이다.
다만, 이처럼 코스닥 입성 이후 처음으로 정체기를 보인 펄어비스이지만, 현재 주가를 보면 실적 하락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분위기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한 3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 때 40만원을 넘기는 놀라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치 왕좌의 게임에서 드래곤의 알이 부화하기를 기다리며 힘든 시기를 보낸 대리너스 타르가르옌처럼 붉은사막이라는 커다란 알이 부화하기를 기다리며 잠시 멈춰 있는 것이라는 것을 주주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펄어비스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지역별 매출로는 북미, 유럽 45%, 아시아 32%, 한국 23%를 기록했으며, 플랫폼별로는 PC 43%, 모바일 46%, 콘솔 11%를 기록했다. 매출 비중을 보면 해외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6% 성장한 77%를 기록했으며, PC와 콘솔 비중이 전년 대비 각각 12.7%, 2.2% 증가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는 검은사막이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자회사 CCP게임즈도 이브온라인 판호 획득과 신작 이브에코스 글로벌 출시 등 탄탄한 팬층과 글로벌 확대에 힘입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덕분이다. 이브 에코스는 최근 판호까지 획득하면서 올해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신규 클래스 하사신과 노바를 모든 플랫폼에 글로벌 동시 출시하고, 국내 콘솔 MMORPG 장르 최초로 플랫폼 간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 플레이를 도입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보였으며, 지난해 5월 국내 게임사 최초로 글로벌 이용자 간담회 ‘하이델 연회’와 12월 ‘칼페ON 연회’를 성공적으로 온라인 생중계하는 등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펄어비스가 쌓은 운영 노하우는 붉은사막 등 준비 중인 신작들의 글로벌 시장 성공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니지M, 리니지2M, V4 등 경쟁작들의 시장 장악으로 인한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출 하락과 작년에 유일하게 선보인 신작 섀도우 아레나의 부진이 아쉬움이 남는다. 실험적인 작품이었던 섀도우 아레나가 자리를 잡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이지만, 매출 비중이 높았던 검은사막 모바일은 서비스 3년차에 접어들면서 신규 클래스 추가 위주의 운영이 한계에 도달한 분위기다. 대사막, 대양 등 대규모 신규 콘텐츠도 있기는 했지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던 PC버전 때와 달리 모바일에 잘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최신 게임들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만큼, 게임 자체의 수명 문제라기보다는 이용자들의 새롭게 추가되는 콘텐츠에 더 이상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라고 분석된다.
펄어비스는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검은사막 모바일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PVP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이다. 섀도우 아레나 역시 근접 배틀로얄이었던 초기 컨셉에서 변화를 줘 팀단위의 액션PVP 장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올해 2월 24일부터는 그동안 카카오게임즈가 맡고 있었던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를 자체 서비스로 전환하는 만큼, 2분기부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에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로 매출 약 800억원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펄어비스도 수익 배분을 받고 있었으니, 이 금액이 전부 펄어비스 수익으로 더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출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 미지수이지만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 획득도 커다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펄어비스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신작들은 순조롭게 개발 중이다. 가장 대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사막은 2020년 게임어워드에서 기대작으로 소개되면서 글로벌 인지도를 확 끌어올렸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공개될 때만 하더라도 실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실제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영상이 공개되자, 해외 대형 게임사들의 트리플A급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펄어비스의 계획대로 붉은사막이 콘솔과 PC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펄어비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도깨비와 플랜 8은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붉은사막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3나 게임스컴 같은 해외 대형 게임쇼들이 올해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정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타이밍상 올해 가을 정도에는 붉은사막이나 도깨비 관련 신규 정보 공개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 시장 노하우가 많이 부족한 상태이지만,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콘솔 서비스를 통해 경쟁사들보다 많은 경험을 쌓았으며,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만들어온 차세대 엔진으로 대표되는 펄어비스의 기술력이 신뢰감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검은사막 콘솔은 포브스가 뽑은 차세대 게임기로 즐길만한 콘솔MMORPG에서 7위에 올랐으며, 4K 리마스터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검은사막 PC는 최근 신규 클래스 노바 출시와 함께 다시 주목을 받으며 스팀에서 판매량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요즘 대형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리면서 개발자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펄어비스는 수장이 직접 차세대 게임엔진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 개발진 이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개발자 대우도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는 여전히 걱정되는 상황이다. 붉은사막이 예정대로, 그리고 기대했던 수준으로 나와줄 수 있다면 새로운 날개를 펼치겠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개발 일정이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너무 서두르다가는 CDPR 사이버펑크2077의 대참사가 재현될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출시 일정을 맞추는게 최선이겠지만, 일정보다 펄어비스의 명성, 그리고 게이머들의 기대에 걸맞는 퀄리티로 나오는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