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필수라는 모바일 자동 전투. 해외에서는 약점?
모바일 게임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의 극명한 온도 차이가 느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캐주얼 장르를 제외하고는 RPG 장르에서 자동 전투가 대세이고, 점점 더 심화되는 분위기이지만, 해외에서는 캐주얼 장르 뿐만 아니라 RPG 장르에서도 켜두고 지켜보면 되는 자동 플레이보다는 직접 조작을 즐기는 수동 플레이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앱애니가 공개한 2020년 전세계 모바일 게임 순위를 보면 캔디 크러시 사가, 서브웨어 서퍼, 어몽어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캐주얼 장르나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실시간 멀티플레이 장르가 다운로드, 플레이 시간, 매출 등에서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리니지M, 리니지2M, 세븐나이츠2 등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게임들이 전부 자동 전투가 없으면 게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자동 전투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반대로 자동 전투 게임들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자동 전투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RPG 장르에서조차 해외에서는 수동 전투를 앞세운 원신이 지난해 최고 화제 게임으로 떠올랐으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와 콩스튜디오의 가디언테일즈 역시 자동 전투를 지원하긴 하지만, 수동 전투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의 경우에도 출시 전부터 ‘자동 전투는 없다’고 확실히 못을 박았다. 이전까지는 이른바 님폰없 사건으로 인해 아무런 기대도 안되는 게임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 발표 후에는 결과물을 지켜보자는 반응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한국은 자동 전투, 해외는 직접 플레이 비중이 높은 형태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주된 고객층의 게임 플레이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게임들의 경우 경쟁 구조를 심화시킨 MMORPG 장르가 주로 인기를 얻고, 매출도 많이 발생시키고 있다보니, 어떻게든 계속 게임을 붙잡고 있도록 설계되는 추세다. 때문에 실시간 게임 플레이를 장시간 지속시킬 경우 피로도가 심해, 자동 전투를 통해 힘든 파밍이나 레벨업 구간을 넘기고, 장비 세팅 등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 관련된 부분만을 직접 세팅하게 만드는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주된 고객층이 30~40대 남성 직장인들이다보니, 업무 중에는 자동 전투가 돌아가도록 만들어두고, 나중에 쉬는 시간에 잠깐 캐릭터 세팅을 살펴보는 방식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업무시간은 당연히 불가고, 퇴근 후에도 게임 즐긴다고 스마트폰을 계속 붙잡고 있으면, 바로 나쁜 남편, 나쁜 아빠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게임 시장이 콘솔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조작해서 즐기는 행위 자체에 더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다른 이들과의 경쟁보다는 다양한 모험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진행되는 전투를 지켜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유럽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인기를 얻은 이유도 전투력 경쟁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즐길거리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무선 인터넷 요금제 역시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의 경우 무제한 요금제가 활성화되어 있어 자동 전투를 계속 돌려도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요금제가 비싸고, 무선 인터넷망이 한국만큼 쾌적하게 되어 있지 않아, 장시간 게임을 켜두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 물론, 집 WIFI 등을 활용하면 무선 인터넷 요금 부담을 덜 수 있기는 하나, 집이라면 더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콘솔 게임이 우선될 수 밖에 없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가디언테일즈가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친숙한 레트로 스타일의 그래픽과 다양한 퍼즐이 가미된 던전, 차별성 있는 액션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특히 스토리 중심의 플레이와 게임패드 지원으로 휴대용 콘솔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내와 해외 이용자들의 극명한 취향 차이가 생기고 있는 만큼,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국내 시장만을 생각하면 자동 전투 중심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해외 시장까지 고려하면 자동 전투가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시간 즐겨야 하는 모바일 MMORPG 장르의 경우에는 요금제 문제까지 고려하면 조작의 재미도 살리고, 요금제 부담도 덜 수 있는 PC버전 지원이 필수가 될 수 밖에 없다. 더 큰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지난해 미호요의 원신처럼 전세계에서 화제가 될만한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