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2021] 매출 3조 게임 공룡 넥슨의 키워드 "콜라보와 핀테크"
넥슨의 2020년은 모바일이라는 자신들의 약점을 장점으로 돌려놓은 한해였다.
넥슨의 2020년 매출은 3조 1,306억 원으로,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한 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영업이익은 1조 1,907억 원. 여느 게임사의 1년 매출을 영업이익으로 달성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러한 넥슨의 성과는 모바일게임 사업의 비약적인 성장이 뒷받침됐다. 2019년 11월 발매된 넷게임즈의 V4의 장기 흥행을 기반으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나라: 연’까지 연속 흥행을 달성하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26%에 그쳤던 넥슨의 모바일게임 사업은 전년 대비 60% 이상 성장해 전체 매출 비중의 45%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
이러한 모바일게임의 약진은 시장의 평가도 뒤바꾸어 지난해 5월 넥슨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시가총액 역시 20조 원을 훌쩍 넘기며, 한때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 44위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전년 대비 98% 이상 성장한 메이플스토리를 필두로, 피파온라인4, 던전앤파이터의 매출도 함께 증가하면서 한국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중국이라는 불확실한 시장에 치우쳐 있던 매출 구조의 균형을 잡은 모양새다.
이러한 넥슨 모바일게임의 잇따른 성공은 2019년 단행한 조직 개편과 모바일게임에 대한 전면적인 공략이 변경된 것이 주요했다. 넥슨은 2019년을 뜨겁게 달군 매각 이슈가 무산된 이후 전면적인 내부 재정비에 돌입했고,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중지하는 것은 물론, 과감한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이러한 변화 이후 출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장기 흥행을 이어갔다. 지난 2014년부터 대규모 마케팅을 투입한 작품을 여럿 출시했지만, 장기 흥행작을 선보이지 못한 것과 비교해 크게 괄목할 만한 모습이다.
더욱이 '트라하', '야생의 땅: 듀랑고' 등 엄청난 비용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한 모바일게임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을 반면교사 삼아 2020년 이후 등장한 모바일게임에는 게임의 주요 타겟층을 공략하는 효율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실제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경우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와 카트라이더의 추억을 지닌 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는 자동차, 유통, 금융 등 새로운 영역의 컬래버레이션(콜라보)를 진행해 이전까지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더욱이 넥슨은 카트라이더의 IP(지적 재산권)를 활용하여 다오, 배찌 등의 캐릭터 의류를 판매한 바 있으며, 현대자동차, 포르쉐, 한국 타이어 등의 회사와 제휴하여 게임 내 차량 콜라보를 지원하고 공동 마케팅에 나서는 등 다양한 영역의 콜라보를 진행해 좋은 성과를 얻은 바 있다. 이에 넥슨은 2021년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에 적응이 빠른 MZ 세대는 물론, 기성세대까지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콜라보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넥슨의 모바일 시장의 성과와 달라진 행보는 올해로 취임 3년 차를 맞은 이정헌 대표의 역할이 컸다. 2019년 회사의 매각 이슈와 스튜디오 개편 이후 이 대표는 다수의 신작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대신 깊이 있는 게임을 선보인다는 기조 아래 과감히 게임의 서비스 종료를 추진하여 대대적인 라인업 정돈에 나섰다.
아울러 이러한 선택과 집중으로 넥슨은 다수의 모바일 및 온라인게임에서 흥행을 이어나갔다. 특히, 매출 3조를 달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피파온라인4와 던전앤파이터 그리고 V4 등의 인기작이 이 대표의 손길이 강하게 닿아있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기반으로 파격적 임금 인상안을 발표하여 게임업계의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등 혼란했던 넥슨을 매출 3조 매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새롭게 개편된 신작 라인업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2021년 넥슨의 신작 라인업은 KOG의 커츠펠과 ‘코노스바 모바일 판타스틱 데이즈(이하 코노스바 모바일)’, 마비노기 모바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 4종이다.
이 넥슨의 2021년 신작 라인업의 핵심에는 허민 대표의 원더홀딩스와 함께 설립한 신규 개발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지난해 6월 넥슨은 원더홀딩스 대표인 허민과 공동 출자를 통해 넥슨과 원더홀딩스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합작법인 형태의 개발사 ‘니트로’와 ‘데브캣’을 새롭게 설립했다.
이 두 개발사는 허민 대표의 총괄 속에 데브캣 스튜디오의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와 카트라이더 개발조직 박훈 선임 디렉터가 각각 합작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로 내정되었으며,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개발을 전담한다.
허민 대표는 과거 2008년 7월 넥슨에 네오플을 3,800억 원에 매각하는 등 넥슨의 창립자인 김정주 NXC 대표와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넥슨은 2019년 8월 허민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3,501억 원에 전략적 제휴를 위한 지분 투자를 명목으로 원더홀딩스 지분 11.08%를 인수했다. 이러한 협력 구도 속에 넥슨과 원더홀딩스는 각사가 보유한 개발 역량과 사업 노하우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신규 법인에서 가장 먼저 선보일 작품은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다. 넥슨의 성공을 이끈 핵심 게임인 마비노기와 카트라이더의 신규 IP인 만큼 두 작품에 대한 기대 역시 상당하다.
먼저 데브캣에서 개발 중인 ‘마비노기 모바일’은 2004년 출시된 ‘마비노기’를 원작으로 한 모바일 MMORPG로, 지난 2018년 지스타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가로와 세로 화면 모두를 지원해 수시로 바꿔가며 편리하게 게임 플레이와 커뮤니케이션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여기에 이모티콘과 매크로 모션을 활용해 풍부한 감정표현을 구현하고, 원작 세계관에 새로운 스토리를 즐길 수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니트로에서 개발 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카트라이더’ 기반의 신작 게임으로, 콘솔, PC 등을 지원하는 넥슨의 첫 멀티플랫폼으로 게임이다. 특히, 언리얼 엔진을 통해 높은 완성도의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해외 유명 레이싱 게임 못지 않은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의 재미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넥슨은 KOG의 커츠펠과 코노스바 모바일 및 비공개 신작을 연내에 공개할 예정이며, 모바일게임 시장은 물론, 온라인, 콘솔 등 다양한 시장으로 영향력을 뻗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넥슨의 행보도 2021년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면 위에 오른 분야는 다름 아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핀테크 산업이다. 지난해 12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대표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지분 65%를 약 5천억에 달하는 금액으로 인수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은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실제로 김정주 대표는 2017년 국내 첫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이듬해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는 등 블록체인 산업에 큰 관심을 기울인 바 있다. 여기에 2020년 2월 트레이딩 플랫폼 '아퀴스'를 설립하여 핀테크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을 알리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 2월 2일 ‘아퀴스’는 NXC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50억 원을 확보했으며, 암호화폐 거래소인 ‘고팍스’의 운영사 ‘스트라미’를 통해 35억 규모의 암호화폐를 취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NXC는 ‘아퀴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트레이딩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으며, 게임과 AI를 그리고 투자를 접목한 사례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상황. 이에 자회사 넥슨이 보유한 다수의 게임과 암호화폐가 결합 된 형태의 새로운 사업모델이 2021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NXC는 미국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에 1600만 달러(약 175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등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디즈니에서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폭스 등의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뒤흔든 대규모 인수를 이끈 케빈 메이어를 신임 사외이사에 영입하는 등 게임을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장개척을 위한 발빠른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넥슨은 오는 2021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기반으로 선보이는 다수의 신작과 함께 새로운 분야의 콜라보 그리고 신사업 진출 등 게임사를 넘어선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밝게 빛날 것 같은 넥슨의 2021년도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가장 두드러진 이슈는 불확실한 중국 시장 공략이다. 2020년 이전까지 넥슨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게임은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던전앤파이터였다. 던전앤파이터의 글로벌 서비스 누적 매출은 2018년까지 약 100억 달러 한화 약 12조 원. 던전앤파이터의 글로벌 서비스 매출이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 하나에서 매년 1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로 개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다. 텐센트의 퍼블리싱을 통해 중국 서비스 일정을 확정지은 ‘던파 모바일’은 사전예약에만 무려 6천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여 한국은 물론, 중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에 오르기도 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2020년 8월 12일 정식 서비스를 예고한 ‘던파 모바일’은 출시 하루 전날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어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서비스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특히, ‘던파 모바일’은 이미 2017년 2월 중국 정부를 통해 판호를 받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텐센트라는 중국 최대 게임사를 통해 서비스되는 작품임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서비스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에서 이후 매년 1조 이상의 매출 수익을 올리는 중국 시장 공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판호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등의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오는 것이 사실. 이에 ‘던파 모바일’은 향후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넥슨의 새로운 불안요소가 될 수도, 또 다른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요소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확률 아이템에 대한 규제 움직임과 유저들의 신뢰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도 넥슨이 해결해야 할 이슈 중 하나다. 지난해 넥슨은 피파온라인4, 바람의 나라: 연, 마비노기 등 주력 게임에서 유저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실제로 ‘피파온라인4’는 상당수 유저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바람의 나라:연’은 소수의 유저들이 법적 공방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사태가 격화됐다.
이에 ‘피파온라인4’의 경우 몇 차례에 걸친 사과문과 유저 설문조사까지 진행했고, ‘바람의 나라:연’ 역시 개발사 슈퍼캣의 이태성 디렉터가 직접 패치 내용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며, 유저들을 달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메이플스토리의 확률 아이템 이슈까지 크게 불거지며, 유저들이 게임을 이탈하는 소위 ‘난민’들이 생겨났고, 정치권 역시 중복 확률 아이템에 대한 규제 법안을 잇달아 공론화하며, 중복 확률 아이템 출시 금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중복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이제 피할 수 없어진 상황까지 이른 지금. 이전까지 매출에 큰 영향을 차지한 확률 아이템 구성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방식의 과금 시스템을 찾아야 하는 것이 2021년 넥슨에게 던져진 숙제다.
유저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것도 넥슨이 2021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이슈 중 하나다. 2020년 넥슨은 자신들이 주요 게임 상당수에서 유저들과 갈등을 빚었고, 넥슨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유저와 개발사 간의 신뢰에 큰 흠집이 난 셈이다.
이에 넥슨은 5일 자사의 모든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및 강화 확률 정보를 전면 공개하고, 유저가 확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확률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 받아들여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연 게임 서비스와 운영 방향 전반에 대한 재조정을 진행한 넥슨이 유저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2021년 넥슨의 판단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