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게임사도 거스를 수 없는 연봉 인상 경쟁
넥슨으로 시작된 직원 연봉 연상 경쟁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넥슨이 800만원 인상을 깜짝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대기업들의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한 파격적인 조치라는 분위기였지만, 이어 넷마블의 800만원 인상, 컴투스, 게임빌 800만원 인상, 크래프톤의 2000만원 인상 등이 연이어 발표되자, 대기업을 넘어서 게임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아직 게임업계 선두 기업인 엔씨소프트의 연봉 인상 소식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 역시 파격적인 금액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또한, 직방의 2000만원 인상, 토스 경력직 채용시 기존 연봉 최대 50% 인상과 스톡옵션 1억원 보장 등 IT 업계들도 경쟁적으로 연봉 인상을 발표하면서, 게임을 넘어 모바일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개발자 쟁탈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렇게 개발자 쟁탈전이 심화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중소게임사들이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사력을 다해 준비중인 신작들을 문제없이 출시하기 위해서는 핵심 개발진들의 이탈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는 연봉 인상을 하더라도 충분한 여력이 있는 상황이지만, 심화된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매출이 더 줄어든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연봉을 올리는게 큰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연봉 인상 흐름을 무시하다가는 핵심 개발진의 이탈로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험이 있다. 어느 쪽이든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난감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실제로 베스파는 작년 영업 적자에도 불구하고 핵심 개발진 이탈을 막기 위해 1200만원 연봉 인상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번 연봉 인상 흐름은 경력직 뿐만 아니라 신입들에게도 해당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핵심 개발진의 이탈 걱정 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위한 신입 채용의 기회까지 줄어드는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연봉인상이 회사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지만,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최근 포괄임금제의 불공평함이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개발자들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아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다만, 갑작스러운 연봉 인상이 개발자들에게 진정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연봉을 약속하면서 지출이 늘어난 만큼, 더욱 각박하게 수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늘어난 비용만큼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보다는 ARPU가 높은 인기 장르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프로젝트 실패시 연봉 부담으로 인한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실패 위험이 큰 새로운 도전보다는 식상하더라도 안정적인 선택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만약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실패할 경우 높아진 연봉으로 인해 이직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대형 게임사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인 만큼, 모든 이들에게 이직의 기회가 열리지 않으며, 기존 핵심 인력이 굳건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경력직보다 신입 채용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대형 게임사로만 좋은 인재가 계속 몰리고, 중소 게임사는 점점 더 인력 수급이 힘들어져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 게임사들이 과감한 선택을 통해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