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연봉 인상 경쟁. 결국 인재 쟁탈전으로
넥슨의 깜짝 발표로 시작된 연봉 인상 경쟁이 심화되면서, 결국 인재 쟁탈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넥슨의 연봉 인상 발표는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 크래프톤, 베스파, 스마일게이트, 웹젠 등 인재 유출을 걱정한 게임사들의 경쟁적인 연봉 인상을 이끌어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개발자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게임 업계 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현재 게임업계의 연봉 인상안 발표를 보면 넥슨 800만원, 넷마블 800만원, 게임빌, 컴투스 800만원, 스마일게이트 800만원, 크래프톤 2000만원, 베스파 1200만원, 웹젠 평균 2000만원, 엔씨 1300만원 인상과 성과급 추가 등으로 게임업계는 물론 어느 대기업과 비교해도 앞서는 인상폭을 자랑한다.
지난해 역대급 호성적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이번에 파격적인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전직원 평균 급여 1억 550만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기존 경력직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에게도 동일한 연봉 인상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연봉 인상 경쟁을 시작한 넥슨의 신입사원 연봉은 개발직군 5000만원, 비 개발직군 4500만원이며, 2000만원 인상 발표로 업계를 초토화시킨 크래프톤의 신입사원 연봉은 6000만원, 5000만원이다. 다른 게임사들 역시 신입사원에게 동일한 조건을 약속하면서 대부분 개발직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약속한 상태다.
참고로 고용노동부에서 공개한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의 2020년 대졸 신입 사무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3,347만원이며, 전체 산업군 중 가장 연봉 수준이 높아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금융공기업의 경우에도 신입사원 연봉이 5000만원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파격적인 연봉 인상안을 발표한 기업들은 높아진 연봉을 무기로 공격적인 인재 영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넥슨은 신규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대규모 특별 수시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프로그래밍, 게임기획, 게임아트, 프로덕션,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에서 세 자릿수 규모로 인재를 모집을 시작했으며,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도 대규모 공채를 예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인재 확보를 위해 신입사원 연봉 상한선도 없앴다. 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신입이라도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파격적인 게임업계의 행보에 놀란 IT 업계에서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 인상안을 내놓고 있다. 직방 2000만원, 요기요도 최대 2000만원 인상을 발표했으며, 당근마켓은 개발자 최저 연봉 5000만원 보장에 스톡옵션까지 추가로 내걸었다. 개발직과 비 개발직의 연봉 인상 규모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게임/IT업계 전반적으로 급여가 대기업 수준으로 인상되는 분위기다. 판교에 가면 5년차에 연봉 1억을 넘는 개발자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때문에, 연봉 수준이 낮은 중소 게임사는 물론, 기존에 업계 최고 대우를 자랑하고 있던 네이버, 카카오 등도 긴장하는 눈치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게임 매출이 늘었다고는 하나 심각한 부익부빈익빈 현상으로 오히려 매출이 줄어든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연봉 인상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이랑 별 차이가 없다며 허탈감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업계 최고 대우를 기반으로 인재를 끌어모으던 네이버, 카카오 역시 이미 연봉 인상안을 확정한 상황에서, 추가 연봉 인상 요구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최근 사내 메일을 통해 “해진이 형이 쏜다. 이런 거 한 번 해서 여러분에게 칭찬받고 사랑받는 거 해보고 싶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IT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회사마다 회사의 사업의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오는 24일 주주총회 후 이사회에서 보상에 대한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게임즈는 이례적으로 일괄적인 연봉 인상은 없다고 발표했다. 이미 지난 2월에 지난해 성과를 반영해 연봉 인상을 마무리했으며, 지난해 코스닥 입성 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남궁훈 대표는 최근 사내 메일을 통해 “게임시장 연봉이 올라 궁극적으로 우리 회사도 시장 상황을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연봉은 동종업계 수준을 고려해 책정하겠다. 추가적인 복리후생, 리텐션 플랜, 신입사원 초봉 등을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겠다. 기대에 부족한 내용이라 마음이 무겁고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