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가 우승 해봤거든! 현실 구단주가 만든 게임, 프로야구H3
야구팬들은 연초가 되면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새로운 시즌이 개막하면 매일 박진감 넘치는 경기들을 관람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삽질 또한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하위권을 맴도는 팀을 응원하고 있다보면 자신이 생불이 된 듯한 느낌까지 든다.
이럴 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야구 게임이다. 현실은 꼴찌라도, 게임에서만큼은 얼마든지 반전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선풍기라 불리는 선수를 조작해 직접 4할 타자를 만드는 재미도 있고, 만년 하위권 팀의 구단주가 되어 팀을 가을 야구로 이끄는 재미도 있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다 가슴 한켠에 야구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 백단장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야구가 워낙 인기 스포츠이다보니 모바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야구 게임들이 많이 나와있어, 이미 오랜 기간 즐기고 있는 게임이 있는 경우가 많을테지만, 이번에 아주 특별한 게임이 하나 출시돼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야구를 좋아해서 직접 구단을 만들고, 그 구단으로 창단 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현실 구단주가 만든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프로야구H3다(직접은 아니고 계열사이긴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프로야구H3는 지난해 한국 시리즈 우승팀 NC다이노스의 모회사인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신작이다. 엔트리브소프트는 국내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열풍을 일으킨 프로야구매니저를 선보인 곳으로, 그동안 프로야구 6:30, 프로야구H2 등 다수의 야구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야구 매니지먼트 장르는 앞서 언급한 프로야구매니저 이후 굉장히 많은 신작들이 나와서 야구팬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장르다. 현실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팀당 하루에 한경기만 진행돼 일년 내내 쫄깃쫄깃한 승부를 즐기게 되지만, 야구 매니지먼트는 이 과정을 좀 더 압축시켜 아침7부터 자정까지 한시간마다 한경기씩 진행되는 초고속 리그를 즐길 수 있다.
구단주의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은 좋은 선수를 영입해서, 짜임새 있는 타선과 수비, 그리고 강력한 투수진을 구성하는 것이며, 선수들을 강화해 더욱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프로야구매니저를 많이 했던 이들이라면 스킬 블록과 타선 그래프에서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같은 요소는 다른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에서도 기본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프로야구H3만의 특별한 재미라고 볼 수는 없다. 이것저것 건드려서 약간의 시너지가 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결국 야구는 선수놀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들이 결국은 얼마나 많은 돈을 써서 높은 등급의 선수덱을 확보하는가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특히, 단순히 높은 등급의 선수 카드만 뽑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구단덱, 연도덱 등 각종 콜렉션 효과를 맞출수록 더 많은 부가 능력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수집형 장르보다 더 가혹한 깊이를 자랑한다.
때문에, 프로야구H3는 선수 수집 과정에 콜업 시스템이라는 것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좀 더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반적으로는 선수 뽑기를 진행하면 전 구단, 그리고 모든 연도별 선수가 등장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뽑을 확률이 로또 만큼이나 희박하지만, 콜업 시스템을 활용하면 특정 연도, 특정 구단, 그리고 특정 포지션 등을 미리 지정해서 뽑을 수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콜업 시스템을 활용해서 뽑을 경우 대성공이 나오면 부가 능력치도 붙기 때문에, 일반적인 선수 카드보다 더 뛰어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콜업을 활용하더라도 원하는 선수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예 시험 범위가 책 한권 전체인 것과 몇 페이지부터 몇 페이지로 정해지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뽑기만으로는 선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전작에는 없었던 이적시장도 새롭게 추가됐다. 이적시장에서는 다른 게이머들이 올려둔 선수를 영입하거나, 자신의 선수를 판매할 수 있는 곳으로, 이것을 잘 활용하면 뽑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금액으로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게임머니가 아닌 유료 캐시(위닝볼)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무과금은 쉽지 않은 콘텐츠이긴 하나, 거래소 등록은 게임머니로 할 수 있으니 다른 구단의 필수 선수 카드를 뽑을 경우에는 많은 위닝볼을 획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성적과 별개로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는 롯X라던가).
이전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었던 구단 경영 부분도 흥미롭다. 구단경영에서는 해외 선수 추천, 사인회 등 다양한 미션이 주어지고, 이 미션을 달성하면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하게 된다. 이전 야구 게임은 선수 영입과 훈련 외에는 다른 파트들이 주목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니, 감독이 아니라 구단주라는 느낌을 더해준다(드라마 스토브리그 효과인가!).
요즘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은 모바일로 대부분 출시되기 때문에,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지만, 이 게임은 엔씨의 퍼플을 활용해 PC에서 큰 화면으로 실제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아직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나, 계속 업데이트 중이니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프로야구H3는 기존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들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구단 경영 측면을 좀 더 강조한 신규 요소들로 더욱 현실적인 구단 경영의 재미를 추구했다. 다만,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 만큼, 과금 요소도 더욱 충실해졌으니,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길은 예전보다 더욱 더 험난해졌다고 볼 수 있다. 게임보다 더한 판타지를 현실에서 성공시킨 것을 작년에 우리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긴 했지만, 누구나 그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