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중요해진 게임 업계 '피온4'의 변화에서 길을 찾다
온라인게임의 특징은 무엇일까?
회사가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가 이를 사용하는 기존 제품 유통 시스템과 달리 게임은 개발사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어울리고,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 가면서 '하나의 작품'을 함께 완성해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게임은 게이머들의 불만과 의견을 받아들여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게임에서 발생한 버그, 밸런싱 등의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여 게임을 올바르게 서비스하는 이른바 '운영'의 중요성이 매우 큰 장르다. 이는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 콘솔과 모바일 등의 플랫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운영'의 중요성은 최근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전까지 게이머들은 게임에 대한 불만을 자체 커뮤니티와 간담회 등에서 표출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면, 지금은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
이제 게이머들은 '트럭 시위', '1인 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의 문제를 공론화시켜 외부에 알리고,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에 대한 의견을 더 활발하게 표출하여 적극적인 개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게이머들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임은 단순히 내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넘어 서비스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운영'이 게임의 핵심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게임업계가 겪고 있는 진통을 미리 겪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이에 대처한 넥슨의 스포츠 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4의 사례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피파온라인4는 지난해 4월 20일 게이머들이 운영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었다. 이전까지 지적된 버그, 소통의 문제는 도외시 한 채 높은 비용이 소모되는 '신규 시즌 카드'가 연속으로 출시되자 게이머들이 더는 속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을 선언한 것이다.
지적된 문제를 고치지 않는 태도. 게이머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운영. 이의를 제기한 게이머의 글을 삭제하는 불통. 이 불만이 모두 폭발한 이른바 '4.20 사태'에 많은 커뮤니티와 유명 인플루언서까지 동참하고 나섰고, 피파온라인4는 서비스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큰 위기를 겪었다.
이에 피파온라인4의 개발을 맡은 EA 코리아 스튜디오와 넥슨은 곧바로 이전까지의 태도를 고쳐 빠른 행동에 나섰다. 사태가 발발한 이후 3일 만인 4월 23일 피파온라인4의 서비스를 총괄하는 박정무 넥슨 피파사업실장은 직접 게이머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영상을 공개하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LH(Loyal Heroes) 클래스'의 급여 밸런스에 대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 전했다.
여기에 총 3차에 걸친 공지를 통해 이용자를 위한 보상 방안과 게임 내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개선책, 향후 클래스의 출시 일정, 선수 명단, 능력치, 급여 책정을 위한 새로운 프로세스 도입을 예고했다. 또한,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게이머들의 의견을 직접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화 하여 게임에 반영하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함께했다,
단순히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단순한 일회성 움직임이었다면 아직까지 이 논란은 이어졌을 테지만, 피파온라인4은 꾸준한 소통으로 게이머의 의혹의 눈초리를 서서히 거두게 했다.
대대적인 설문조사 이후 넥슨과 EA 코리아 스튜디오는 체질 개선 프로젝트 ‘BUILD UP PROJECT’를 공개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넥슨 박정무 그룹장과 EA 코리아 스튜디오 이종민 개발 PD, 조승석 라이브서비스 PD가 직접 영상을 통해 신규 업데이트와 ‘클래스 및 유료 상품 출시 방식 개선’, ‘여름 이벤트 일정’, ‘소통방식 개선’ 등 개선 계획을 전했다.
아울러 ‘라커룸’과 ‘클럽 시스템’ 추가를 예고했고, 신규 클래스 ‘20 TOTS’ 출시와 기존 클래스의 가치 보전을 위한 방안을 공개하는 등 선수 카드의 가치 폭락 방지와 신규 콘텐츠 추가라는 게이머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게임에 반영했다.
여기에 윈터쇼케이스와 EA와 함께 BJ 패널을 통한 유저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답하는 온라인간담회, 주기적으로 BJ들과 박정무 그룹장이 개선점과 진행 경과를 공유하는 소통 방송 등 4월 20일 이후 1년간 총 25차례에 걸쳐 소통을 주제로 한 공지를 발표했다.
더욱이 단순 글로 작성된 공지에서 발생할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요 공지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이를 게이머들이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피파온라인4 공식 홈페이지 하단에 공지를 위한 배너를 크게 마련하는 등 소식 전달을 위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피파온라인4의 운영에 대해 “처음부터 잘했으면 이런 일도 안 생겼다”, “게이머들이 돈 안 쓴다니까 급해서 한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지금까지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진행한 회사에서 이전까지의 불만 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게이머들이 원하는 바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피파온라인4’와 같은 사례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최근 수많은 게임이 트럭 시위와 1인 시위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운영’의 중요성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이미 한번 게이머들에게 큰 회초리를 맞은 이후 완벽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게이머들과 소통을 나서고 있는 ‘피파온라인4’의 모습은 ‘운영’ 문제가 중요해진 게임업계에 좋은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