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신규개발본부 총괄 김대훤 부사장 “3년 안에 신규 IP 작품 5개를 선보일 것”

넥슨의 새로운 도전이 드디어 본궤도에 오른다.

2021년의 시작과 함께 임금 인상을 발표하며, 게임 업계에 연쇄 연봉 인상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넥슨은 ‘신규 개발본부’를 창립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대거 공개하는 것은 물론, 신규 조직에서 활약할 인재 모집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등 급격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창설된 넥슨의 ‘신규 개발본부’의 게임 라인업은 무려 9종. 이 신규 라인업은 넥슨의 기술력과 개발력이 총동원된 대형 MMORPG부터 넥슨의 IP를 활용한 캐주얼 장르부터 멀티플랫폼, 차세대 AI 기술이 도입된 작품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넥슨은 ‘신규 개발본부’의 작품 라인업을 위해 프로그래밍, 게임기획, 게임아트, 프로덕션,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을 대상으로 세 자릿수에 이르는 인력을 수시 채용하고, 성과에 따라 최고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또한, 이 신규 조직은 폐쇄적인 분위기의 기존 개발 조직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Big & Little'을 개발 모토로 삼고, 각 팀이 서로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이슈를 공동으로 대응하는 탄력적인 개발을 추구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넥슨 김대훤 부사장
넥슨 김대훤 부사장

그렇다면 연 매출 3조원의 대형 게임사 넥슨이 이처럼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넥슨의 신규개발본부를 총괄하는 김대훤 부사장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지금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신규 개발본부를 출범하게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전까지 넥슨의 개발 조직은 규모, 개발팀 구성 등 많은 분야에서 자율성을 가졌습니다. 스튜디오부터 개발팀까지 개별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되다 보니 개발과정이나 운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이 늦고, 결과물도 늦게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았죠. 이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말 제대로 (게임을)만들어 보자고 해서 개발 라인업을 선공개하고, 대대적인 인력 모집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넥슨은 이번 ‘신규 개발본부’에 약 600명. 무려 세 자릿수에 달하는 신규 인력을 상시 모집한다. 김 부사장은 이번 채용 공고는 리소스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인력을 확보하자는 의미가 강하며, “좋은 인재들이 있다면 ‘TO’(인원편성)와 상관없이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넥슨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개발본부 라인업
신규 개발본부 라인업

새롭게 채용된 인력은 넥슨의 차세대 게임 라인업에 투입된다. 넥슨은 'Big & Little'이라는 개발 모토에 따라 대규모 MMORPG 등 ‘Big’ 라인업 4종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반영된 ‘Little’에 해당하는 라인업 5종 등 총 9개의 작품을 선공개했다.

먼저 ‘Big’에 해당하는 4종의 게임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작품은 ‘신규 MMORPG’(가제)와 HP(가제)다. 언리얼 엔진 4로 개발 중인 ‘신규 MMORPG’는 ‘서든어택’, ‘액스(AxE)’ 개발에 참여한 이익제 디렉터가 개발을 지휘하고 있으며, 100명 이상이 투입된 적이 없는 넥슨 개발 역사상 가장 많은 인력이 개발에 참여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HP’는 ‘듀랑고’와 ‘마비노기 영웅전’을 개발한 이은석 디렉터의 신작으로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 작품이 아닌 현대적인 비주얼과 근접 무기를 활용한 PvP 액션을 앞세운 PC 기반의 작품이다.

신규 MMORPG(가제)
신규 MMORPG(가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는 ‘Little’ 라인업 5종의 경우 해저 탐험을 테마로 개발되는 ‘DR’(가제), 빠른 템포의 전투가 특징인 팀 대전 액션 게임 ‘P2’(가제), 판타지 던전을 모험하는 ‘P3’(가제)가 공개됐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FACEPLAY’와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되는 ‘MOD’(가제)의 경우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에 있는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은 이 작품 라인업을 먼저 공개한 이유는 넥슨이 어떤 시도를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채용에 뜻이 있는 개발자들에게 뻔한 게임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넥슨의 전략이나 방향성을 어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신규 라인업을 보면 넥슨이 과연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즉 ‘How’에 해당하는 것은 미리 보여드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규 개발본부'는 개방과 협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내고, 최적화를 통해 게임 퀄리티를 높이는 최적의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넥슨의 '신규 개발본부'는 프로젝트가 달라도 서로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으며, 아트 분야의 경우 각 프로젝트 별 아트 정보를 모아놓은 ‘아트갤러리’가 별도로 운영된다. 폐쇄적인 이전까지의 개발 분위기와 달리 서로의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여 일하는 방식을 ‘표준화’, ‘공통화’, ‘일원화’하여 게임의 핵심 재미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부사장은 프로젝트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서버 연구 개발 등의 기술적 근간이 되는 분야의 경우 개발팀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 조직을 만들고 트랜드를 분석하여 유저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유해 궁극적으로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슨 김대훤 부사장
넥슨 김대훤 부사장

“혹자는 이번 신규 라인업에 대해 그냥 이전까지의 작품에서 규모만 키운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신규 개발본부'는 ‘이게 게임이야 아니야?’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색다른 프로젝트도 준비하는 등 완전 새로운 방식과 신선한 재미를 게임 속에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따라서 내부적으로는 ‘3년 안에 완전히 새로운 IP 5개는 만들자’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단계적으로 꾸준히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 조직과 차별화된 개발 방식과 새로운 조직의 등장은 기존 인력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김 부사장은 일원화와 통일화를 일방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닌 개발팀만의 고유한 문화는 존중하고, 게임 트랜드를 반영하고, 작품의 퀄리티와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인력 보충 및 탄력적인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일즈위버M
테일즈위버M

가장 대표적인 예가 Big 게임 4종 중 하나로 구분되는 ‘테일즈위버M’이다. 원작 온라인게임의 IP를 기반으로 개발된 ‘테일즈위버M’은 ‘지스타 2018’서 처음 공개되어 큰 기대를 모았지만, 3년 동안 이렇다 할 소식이 없어 프로젝트가 폐지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테일즈위버M’은 단순하게 원작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모바일로 옮기자는 것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개발하다 보니 개발 기간이 길어졌고, 그 사이 시장의 트랜드가 완전히 바뀌어 출시도 전에 이미 낡은 게임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에 단순 모바일 포팅이 아닌 게임을 완전히 제대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번 '신규 개발본부' 라인업에 ‘테일즈위버M’을 추가하고, 인원을 대거 투입하면서 리뉴얼을 하게 됐다는 것이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넥슨이 이전까지 새로운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팀의 폐쇄성과 적은 인력으로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준 작품이 드물었죠. 실제로 몇 년간 넥슨의 신규 히트작은 거의 외부 스튜디오 작품이기도 했고요. 이 때문에 전략을 바꿔서 작고 빠르게 움직이던가 아니면 프로젝트와 조직을 대형화하는 등 상황에 따라 관리가 변하는 새로운 조직 구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이에 '신규 개발본부'에서는 'Big & Little'이라는 모토를 중심으로, 조직, 인력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어중간한 부분 없이 개발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HP(가제)
HP(가제)

특히, 김 부사장은 넥슨이라는 거대 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만큼 결과물을 빠르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은석 디렉터가 개발을 맡은 ‘HP’의 경우 올해 ‘프리 알파 테스트’까지 진행하는 등 상당수의 게임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중간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 채용 인재에 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김 부사장은 '신규 개발본부'에는 개방적 사고로 대승적으로 가치 판단을 하는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에너자이저’형 인재를 중점으로 모집할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창작물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에 대해 편견 없이 이야기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 과연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따라서 저희는 다른 사람과 열성적으로 의견을 말하고, 조율할 수 있는 인재는 환영이지만,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는 일하기 힘들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Project SF2
Project SF2

아울러 김 부사장은 과감한 시도는 있겠지만, 프로젝트가 중지된다 하더라도 새롭게 채용한 인재를 마구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프로젝트의 핵심 콘텐츠나 아이디어의 경우 채용 인력을 믿고 조직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며, 믿음 속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고, 더 좋은 기회가 생긴다는 철학 아래 이러한 기조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대훤 부사장은 새로운 개발 본부는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는 곳인 만큼, 많은 분이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솔직히 이번 일에 대해 몇 가지 부분에서는 욕심을 부리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넥슨의 이 새로운 시도에 뜻을 가지신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고, 개발자분들이 A라는 일을 해도 B와 C를 얻어갈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고자 합니다. 협력과 개방을 시반으로 인재가 성장하고, 득을 볼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이번 '신규 개발본부'의 채용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