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곰 겜덕연구소] 인류 최초의 게임은 무엇? 각 장르별 최초의 게임을 살펴보자!

(해당 기사는 지난 2020년 10월 29일 네이버 포스트 게임동아 꿀딴지곰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꿀딴지곰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지식인에서 고전게임 전문 답변가로 활동하고 계신 꿀딴지곰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세계 게임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최초의 전자 게임과 함께 각 장르 최초의 게임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의 전자 게임! 다들 알고 계신가요?]

꿀딴지곰 : 안녕하세요 조기자님. 오늘은 조금 이색적인 주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인류 최초의 전자 게임은 무엇인가?' 입니다. 어떻습니까, 재밌을 것 같지 않습니까?

조기자 : 하핫. 저희가 다루는, 레트로 게임의 기원을 다루는 주제인가요? 생각해보니 그동안 저희가 너무 두서없이 레트로 게임에 대해 다룬 건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진작부터 이런, 게임의 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는데 말이죠..

꿀딴지곰 : 맞습니다. 물론 전자 게임만 알아보면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다양한 게임 장르별로 최초의 게임이 무엇인지 곁들여서 한 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오늘 다룰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의 판단이므로, 제가 소개한 게임들이 최초의 게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의견주시면 나중에라도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기자 : 좋습니다. 교수님. 세계 최초의 게임들, 바로 시작해보시죠.

꿀딴지곰 : 자아~ 인류 역사상 최초의 게임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꽤 옛날이죠? 그 해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히긴보덤(William Higinbotham)이 자신이 일했던 브룩헤븐 국립 연구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테니스 포 투'(Tennies for two)'라는 게임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히긴보섬과 컴퓨터 화면)
(히긴보섬과 컴퓨터 화면)

꿀딴지곰 : 직역하면 '둘을 위한 테니스'정도로 번역되는 이 작품은, 인류 최초의 전자오락이자 스포츠게임으로 아날로그 컴퓨터와 모니터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오실리스코프를 연결해 테니스장을 옆에서 본 상태에서 공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게임입니다.

게임에서는 반드시 공을 반편으로 넘겨야 진행이 됐으며, 화면 자체에서는 플레이어를 표현하는 것이 없이 공과 네트만이 존재했었죠. 동작 화면이 궁금하시면 영상을 클릭해보시기 바랍니다.

(테니스포투 플레이 화면)
(테니스포투 플레이 화면)

https://www.youtube.com/watch?v=6QYNlPLzj90

꿀딴지곰 : 이 게임은 지금의 게임들처럼 디지털 기반이 아닌 아날로그 회로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저항기, 축전기, 중계기로 구성된 아날로그 컴퓨터를 통해 제어되고 게이머들은 조작을 위해 트랜지스터 스위치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특히, '테니스 포 투'가 선보였을 당시 게임플레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소음이 동반되는 부작용도 있었죠.

지금 보면 단순히 공을 네트 위로 넘기는 게임이지만, 당시 기술과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혁신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또 하나, '테니스 포 투'가 최초의 게임 외에도 의미가 깊은 이유는 핵무기의 개발이나 살상에나 쓰이는 컴퓨터로 남을 즐겁게 해준 최초의 게임이기 때문이죠.

사실 히긴보섬이 일하고 있던 브룩헤븐 국립 연구소는 원자력을 살상 외에도 좋은 방향으로 쓰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오던 시설이며 이에 대한 역할을 게임이 맡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테니스포투 컨트롤러)
(테니스포투 컨트롤러)

꿀딴지곰 : 다만.. '테니스 포 투'는 인류 최초의 게임이지만 연구 시설에도 방문자의 날에 단 두 번만 모습을 드러냈으며, 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장비와 컴퓨터가 다른 연구에 사용됐기 때문에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죠.

이 게임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70년 말부터 1980년 초의 이야기로 마그나복스가 출시한 가정용 게임기인 '마그나복스 오딧세이'와 이를 개발한 랄프 베어(Ralph Baer)와의 소송에서 히긴보덤이 증인으로 나서면서부터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류 최초의 게임을 '스페이스 인베이더'라고 보고 있었으나, 이 재판을 통해 히긴보덤의 '테니스 포 투'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게임을 인류 역사상 최초의 게임으로 꼽게 됐던 것이죠.

(oxo 에뮬레이트된 스크린샷)
(oxo 에뮬레이트된 스크린샷)

조기자 : 흠.. 다만 이 부분은 지금도 살짝 의견이 분분하긴 하죠?

꿀딴지곰 : 네에. 최근에는 오목과 비슷한 방식의 '삼목놓기'라는 놀이를 PC에서 선보인 'OXO'가 최초의 게임이라는 설도 있거든요. 그러나 게임이 남을 즐겁게 해주는 목적이라는 것에 입각해 살펴보면 히긴보덤의 '테니스 포 투'가 단연 인류 역사상 최초의 게임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 최초의 모바일 게임은?]

꿀딴지곰 : 세계 최초의 모바일은 덴마크에서 탄생했습니다. 아니 ‘독일의 전자제품 제조사가 덴마크 연구소에서 휴대폰에 게임을 탑재한 제품을 개발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네요.

독일의 전자제품 제조사인 하게누크(Hagenuk)는 1994년 자사의 휴대폰 모델인 Hagenuk MT-2000에 ‘테트리스’게임을 탑재했고, 이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즉 모바일게임이라는 시장을 연 포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기자 : 흠.. 당시의 휴대폰 화면의 크기와 버튼 입력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테트리스’는 첫 모바일게임이 되기에 적합했던 게임으로 여겨지네요.

(hagenuk mt-2000 모델 사진)
(hagenuk mt-2000 모델 사진)

꿀딴지곰 : 하게누크에 대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중에 하나는 하게누크가 독일에서 최초로 무선 전화를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하게누크에서 첫 모바일게임이 등장했음에도 모바일게임 시장의 승자와 첫 모바일게임을 출시한 회사로 많은 사람이 핀란드의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를 기억하는 편이죠. 그 이유인즉 하게누크가 1995년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것도 있겠으나 1997년부터 노키아의 휴대폰 일부 모델에 탑재된 ‘스네이크’가 크게 한 몫을 했기 때문입니다.

(노키아 폰의 스네이크 게임)
(노키아 폰의 스네이크 게임)

꿀딴지곰 : ‘스네이크’는 화면에 나타나는 픽셀을 먹으면 먹을수록 길어지고 자신의 몸에 부딪히거나 화면 끝에 부딪히면 종료되는 게임으로 국내에서도 PC나 휴대용 게임기 등을 통해서 ‘뱀꼬리게임’, ‘피자지렁이’등의 이름으로 알려진바 있지요.

노키아의 ‘스네이크’가 처음 탑재된 제품은 Nokia 6110으로 당시 노키아의 디자인 엔지니어인 타넬리 아르만토(Taneli Armanto)가 게임의 프로그래밍을 맡았는데요, ‘스네이크’는 이후에도 ‘스네이크2’, ‘스네이크EX’, ‘스네이크3’ 등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선보여졌으며, ‘스네이크’가 탑재된 휴대폰은 전세계적으로 3억 5,000만 대 이상 팔려나가면서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이라는 인식을 얻게 됩니다.

조기자 : ‘스네이크’의 붐은 엄청났죠! 특히 제가 기억하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게임이 세계 최초로 멀티 대전을 지원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이죠. 또 현재도 노키아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을 통해 최신 버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놀랍긴 합니다. ㅎ

[세계 최초의 호러 게임은?]

꿀딴지곰 : 호러 게임! 호러게임의 역사도 꽤 깁니다. PC 초창기 시절에 기술의 한계 상 다소 투박하거나 초대한 간략하게 표현된 그래픽의 게임이나, '더 러킹 호러'(The Lurking Horror, 숨어있는 공포 정도의 뜻)와 같은 텍스트 기반의 게임이 출시가 되었었는데요,

(더 러킹 호러 이미지)
(더 러킹 호러 이미지)

꿀딴지곰 : 호러 게임의 역사는 앞서 설명한 '더 러킹 호러'가 출시된 1980년대에서도 1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 1972년에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2년은 게임계 전체를 통틀어서도 역사적인 연도이기도 한데요, 바로 최초의 가정용 게임이기인 '마그나복스 오딧세이'가 출시됐기 때문이며, 최초의 호러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 '헌티드 하우스'도 '마그나복스 오딧세이'용으로 선보여졌지요.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 마그나복스 오딧세이)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 마그나복스 오딧세이)

꿀딴지곰 : '마그나복스 오딧세이'는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라고는 하나 그래픽 카드나 연산용 CPU가 따로 달리지 않았으며,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콘덴서, 저항 등이 이용된 방식의 게임기에 불과해 오버레이라고 불리는 셀로판지를 TV에 붙여서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는 게임기입니다.

때문에 '마그나복스 오딧세이'용 '헌티드 하우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오버레이를 TV 붙여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에 그쳤는데요, 게임은 오버레이를 표시된 '사고' 들을 피해 유령 게이머를 찾아내는 보드 게임 형식이었으며, 게임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었습니다.

(아타리용 헌티드 하우스 플레이이미지와 포스터)
(아타리용 헌티드 하우스 플레이이미지와 포스터)

조기자 : ㅎㅎ 번잡하지만.. 그 시절인 걸 염두에 두면 절대 퀄리티가 낮다고 하긴 어렵지요. '헌티드 하우스'가 최초의 공포 게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헌티드 하우스'라는 게임 이름이 유명세를 탄 것은 다른 가정용 게임기인 '아타리 2600'을 통해 동명의 게임이 발매 되면서 라고 생각해요.

꿀딴지곰 : 맞습니다. 1981년 '아타리 2600'을 통해 발매된 '헌티드 하우스'는 이름만 같을 뿐 내용과 게임 시스템에서 차원이 다른 호러 게임을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게임 내에서 주인공 은 한쌍의 '눈'으로 표현됐으며, 주변은 모두 암흑으로 가득 차있어 게이머가 성냥을 이용해 불을 켤 때만 주위를 확인할 수 있었죠.

유저들은 총 4층으로 구성된 저택을 탈출하기 위해 저택 이곳 저곳을 탐험해야 했고, 저택에는 뱀파이어, 박쥐, 타란툴라 등의 다양한 몬스터가 게이머의 목숨을 노렸습니다. 또한, 게이머는 한번에 하나의 아이템 밖에 사용할 수 없어 몬스터를 물리치는데도 제약이 따랐으며, 다가오는 몬스터의 소리, 천둥, 바람 소리 등으로 긴장감을 더욱 높이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세계 최초의 FPS 게임은?]

꿀딴지곰 : FPS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의 특성상 게임속 주인공의 시점과 게이머의 시점이 동일해야 하기 때문에 태생부터 높은 사실성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게임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기자 : 그렇죠. 사실 FPS라는 게임의 시작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도 사실 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분류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꿀딴지곰 : 맞습니다. 실제로 1인칭 슈팅을 규정하는 것이 너무 광범위 한데요, '둠'같은 게임도 1인칭 슈팅 게임이고 '타임크라이스' 같은 게임도 1인칭 슈팅 게임이잖습니까?

또한 3D 기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어떤 이는 3차원 적인 개념 즉 X와 Y축 외에도 Z축을 향해 이동할 수 있는 것을 FPS로 꼽는 반면, 어떤 이는 3D 표현이 완벽해진 이후의 게임을 FPS의 시초라고 꼽기도 하죠.

(메이즈워 화면)
(메이즈워 화면)

꿀딴지곰 : 그래도.. 뭐랄까. 일반적으로는 FPS의 시초로 1974년 경에 출시된 '메이즈 워'(Maze War)와 '스페이심'(Spasim)을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 두 작품은 FPS게임의 할아버지격인 게임으로, '메이즈 워'의 경우 미로 속에서 적을 찾아 공격을 성공시키면 점수를 얻고, 공격을 당하면 점수를 잃는 방식의 게임인데요, 게이머는 화면 하단에 위치한 지도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즈 워'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눈알'의 모습과 흡사했으며, 한 턴에 한 칸씩만 움직일 수 있었기에 현재의 FPS 게임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죠.

(스페이심)
(스페이심)

꿀딴지곰 : '스페이심' 역시 '메이즈 워'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대 32명의 게이머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최초라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계 최초의 RPG는?]

꿀딴지곰 : 어려운 주제가 나왔군요. 최초의 RPG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일반적으로 RPG는 판타지 전쟁 게임 장르에서 유래된 것으로 봅니다.

'던전앤드래곤'(Dungeons and Dragons / D&D)을 공동 개발한 E. 게리 자이각스(E. Gary Gygax)는 '체인 메일'(Chainmail)이라는 중세풍의 전쟁 게임을 위스콘신에 위치한 제네바 호(Gneba lake)에서 개발했는데요, '체인 메일'은 '젠콘'(Gen Con)이라는 작은 지역 게임 대회를 열수 있을 정도로 성공했고 당시 수백 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체인 메일)
(체인 메일)

꿀딴지곰 : 당시 '젠콘'의 참가자 중에는 미네소타에서 온 데이빗 아네슨(David Arneson)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체인 메일'의 규칙을 한 명의 참가자가 하나의 캐릭터를 맡는 1:1 방식으로 수정했고, '체인 메일'의 제작자 자이각스도 이러한 방식에 호감을 가졌다고 하더군요.

이후 그 둘은 '던전앤드래곤'의 공동 개발에 돌입했으며, 이들은 곧 최초의 상용 RPG인 '던전앤드래곤'을 선보이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는데요, '던전앤드래곤'의 개발이 완료되자 게임 업체들에게 게임을 선보였지만 게임의 자유도가 너무 높고, 기존의 전쟁 게임과는 모습이 달랐기 때문에 모두 거절을 당했지요.

결국 자이각스는 자비를 털어 게임을 발매하고자 결정하고 아네슨 및 몇 명과 모여 택티컬 스터디즈 룰즈(Tactical Studies Rules / TSR)를 설립하게됩니다. 그리고 1974년 게임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던전앤드래곤'이 발매되기에 이르죠.

(던전앤드래곤)
(던전앤드래곤)

꿀딴지곰 : '던전앤드래곤'은 흔히 TRPG(Table top RPG or Table talk RPG) 또는 펜앤페이퍼(Pen and Paper RPG)로 불리며 진행 방식은 한 장소에 게이머들이 모이고 그 중 한 사람이 게임의 마스터를 맡고, 게임의 마스터는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현재 플레이어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은 가상의 인물을 하나씩 맡아 행동을 수행하게 되죠.

조기자 : 흐흐 저도 TRPG 어렸을 때 종종 했었죠. 마스터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했더라고요. 마스터가 잘 못하면 엄청 재미없는데, 마스터가 묘사를 잘하면서 이끌어주면 정말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죠.

꿀딴지곰 :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던전앤드래곤'같은 경우에는 마스터의 역량에 너무 재미가 좌우된다는 점 외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더 있었는데요, 게임을 혼자서 즐길 수 없었던 점과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룰북이 상당히 어려웠던 것 등입니다. 물론 이런 RPG의 문제는 PC가 보급되면서 자연스레 해결됐지요.

(우주먹튀로 전락한 리차드 게리엇)
(우주먹튀로 전락한 리차드 게리엇)

조기자 : ㅎㅎㅎ 사실 여담을 좀 더 하자면, RPG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리차드 개리엇(Richard Allen Garriott)이 등장하는 것도 이쯤이었죠.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시초를 언급할 때 꼭 등장하는 세 작품인 '울티마'(Ultima) , '위자드리'(Wizardry), '마이트앤매직'(Might and Magic) 중 리차드 개리엇은 '울티마'의 아버지였습니다.

실제로 그는 1979년 애플2 컴퓨터를 이용해 그래픽이 입혀진 최초의 컴퓨터 RPG '아카라베스'(Akarabeth)를 선보여 엄청나게 유명해졌고, '울티마' 시리즈를 개발하고 네 번째 울티마 시리즈가 출시 됐을 때는 개인 회사를 차릴 정도로 성장했죠.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 한국 '리니지' 게이머들이 돈을 모아 그를 우주로 보내주게 되지요... 하하. 괜히 생각나서 기억을 떠올려보네요;

[세계 최초의 RTS 게임은?]

꿀딴지곰 : RTS(Real-tiem strategy / 실시간 전략 게임)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략 게임을 뜻합니다. 국내에서는 '스타크래프트'(Star Craft)의 흥행에 힘입어 널리 알려진 장르로, 자원을 채취해 그 자원으로 건물을 짓거나, 병력을 생산해 상대방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RTS의 모습이지요.

(듄2 플레이화면과 이미지)
(듄2 플레이화면과 이미지)

꿀딴지곰 : 일반적으로 최초의 RTS는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1992년 출시된 웨스트우드의 '듄2'(Dune 2)를 꼽습니다.

이유인 즉 '듄2'가 출시되면서 웨스트우드는 기존의 게임과는 차별화된 장르임을 부각 시키고자 했고, 그 결과 패키지에 명확하게 'Real- tiem strategy'라는 장르가 명시됐기 때문이죠.

또한, 현재 유저분들이 흔히 생각하는 RTS의 요소인 자원의 채취, 건물의 건설, 병력 생산 등의 요소가 확립된 게임이며, 전투를 치를 경우 직접 유닛을 컨트롤하는 것까지 구현해냈기 때문에 최초라 인정을 받습니다.

조기자 : 사실 '듄2'는 프랭크 허버트의 인기 SF 소설인 '듄'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 아니겠습니까. 최초의 RTS임에도 '듄2'가 2편인 이유는 당시 웨스트우드의 모회사이자 유통사인 인터랙티브에서 '듄'이라는 이름의 어드벤처 게임이 먼저 출시됐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꿀딴지곰 : 흐흐. RTS라는 장르를 확립하고 틀을 세웠다는 점에서 '듄2'는 획기적인 게임이지만, '듄2'에 앞서 실시간 전투를 도입했던 게임도 다수 존재합니다.

RTS는 일반적으로 턴 방식 전략 게임 및 워게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략과 전술이 묘미인 턴 방식의 전투를 실시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이죠.

(스톤커즈와 허족쯔바이)
(스톤커즈와 허족쯔바이)

꿀딴지곰 : 실제로 실시간 전투를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1983년에 등장한 '스톤커스'(Stonkers)를 RTS의 시초로 볼 수도 있는 겁니다.

'스톤커스'의 경우에는 지금 흔히 떠올리는 RTS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보병, 차량, 탱크, 서플라이 트럭 등을 키보드와 조이스틱을 통해 컨트롤할 수 있었고요, 이 게임은 RTS에라는 장르가 확립되기 이전에 출시된 게임이었기에 당시에는 RTS가 아닌 워게임으로 분류됐으며, 많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기자 : 흠.. 하지만 RTS라고 하긴 그렇죠. 병력 생산이나, 자원의 채취와 같은 요소가 없었기에 현재의 RTS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1989년에 등장한 '허족쯔바이'(Herzog Zwei)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봅니다.

꿀딴지곰 : 네에. '허족쯔바이'는 일부에서는 최초의 RTS로 봐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RTS의 요소들이 접목돼 있긴 합니다.

유저가 기지에서 병력을 생산하고 수송기를 이용해 다양한 유닛을 배치할 수 있었으며, 생산과 유닛의 배치라는 측면에서 현대의 RTS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조종할 수 있는 유닛은 수송기 한대 뿐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형태의 RTS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정도죠. 현대의 디펜스 게임과 흡사한 형태라고 이해하면 편하겠습니다. 결론은 '듄2'!! ㅎㅎ

[세계 최초의 MMORPG는?]

꿀딴지곰 : 흠.. 역시나 어려운 질문입니다. MMORPG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PRG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RPG에서 설명했던 TRPG를 지나, RPG가 발전하여 머드 게임(Multi-User- Dungeon)으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머드 게임은 TRPG를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한 게임으로 게임의 마스터는 서버가 맡고 사용자 간 대화는 PC를 통해 입력하는 텍스트로 대신한 장르입니다.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더욱 많은 게이머가 함께 즐길 수 있었고 국내에서도 PC 통신이나 텔넷을 통해 '단군의땅' 같은 머드 게임을 즐긴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단군의 땅 플레이 화면)
(단군의 땅 플레이 화면)

꿀딴지곰 : 후에 머드 게임은 그래픽 효과를 추가한 그래픽 머드 게임(graphical MUD)으로 발전했고, 국내에서는 머그 게임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 장르의 게임들은 현재 MMORPG의 특성을 대부분 갖추고 있었으며, MMORPG의 시초라고 보는 이도 존재합니다.

조기자 : 흐흐. 당시 인기가 대단했죠. 저도 머그 게임이 MMORPG의 시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MMORPG의 시초로 인정받고 있는 '바람의나라'도 당시에는 그래픽 머드 게임으로 분류 됐으며, 1997년 리차드 개리엇이 '울티마 온라인'을 선보이며 MMORPG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때까지 그 이름이 계속 이어졌으니까요.

꿀딴지곰 : 네에. 다만.. 그래픽 머드 게임이나 머드 게임도 MMORPG의 특징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아 최초의 MMORPG로 어떤 명확한 작품을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려운 게 문제입니다.

최초의 상용화 게임을 최초의 MMORPG로 보는 관점, 그래픽 머드 게임을 MMORPG로 보는 관점, 인터넷을 통해 직접 서비스된 게임을 최초로 인정하는 관점, 그 단어를 사용한 게임을 최초 보는 관점 등 관점에 따라 최초의 게임도 달라지거든요. 으...

조기자 : 교수님 어려우시죠? 그래도 정리를 하긴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ㅋㅋ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가(Island of Kesmai))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가(Island of Kesmai))

꿀딴지곰 : 흠.. 그래서 제가 판단하는 최초의 상업용 MMORPG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최초의 MMORPG는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가(Island of Kesmai)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기존 머드 게임의 텍스트 대신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는데요, 문자마다 역할을 갖고 있었으며, ''과 'l'는 벽, '@'는 플레이어 등으로 그려졌지요.

(네버윈터 나이츠 게임화면)
(네버윈터 나이츠 게임화면)

꿀딴지곰 : 하지만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가 사실상 머드 게임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에 진짜 그래픽을 적용한 '네버윈터 나이츠'(Neverwinter Nights / 바이오웨어의 네버윈터 나이츠와는 다르다)를 최초의 MMORPG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 게임은 AOL에의해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서비스 됐으며, 당시로서는 만만치 않은 금액인 시간 당 6달러(한화 약 6,500원)라는 금액에도 불구하고 총 누적 사용자가 11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던 인기 게임으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세계 최초의 어드벤처 게임은?]

꿀딴지곰 : 자아 오늘의 마지막 테마입니다. 게임 속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해 해결하는 어드벤처 장르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풀어가는 재미와 게이머의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퍼즐,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머리싸움 등 ‘어드벤처’(모험)을 보다 현실감 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대표적인 장르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어드벤처 게임의 목적은 게임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이죠. 때문에 게이머의 플레이에 따라 여러 엔딩을 볼 수 있는 롤플레잉 장르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특별한 전투나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액션 장르와 차이점을 가지게 됩니다.

조기자 : 그렇죠. 그리고 저는 교수님 말씀에 더해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시뮬레이션과 달리 어드벤처 게임들은 단서 수집 이외에 캐릭터 성장요소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히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히스토리 어드벤처)

꿀딴지곰 :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등장한 어드벤처 게임은 무엇일까요? 답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어드벤처 게임의 제목이 바로 ‘어드벤처’이기 때문이죠. ㅎㅎ 실제로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이름도 이 게임에서 따왔을 정도로, ‘어드벤처’가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9년 아타리에서 출시한 ‘어드벤처’는 모든 게임의 흐름과 형태가 텍스트 즉 글자로 이루어진 게임으로, PC통신이 주를 이루던 시절의 ‘단군의 땅’과 같은 머드게임 방식으로 즐길 수 있던 게임이었습니다.

특히, 미국 내셔널 파크의 한 동굴을 그대로 게임 속에 재현하여 많은 게이머들에게 ‘콜러셀 케이브’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더군요.

(어드벤처)
(어드벤처)

꿀딴지곰 : 사악한 마법사가 숨긴 성배를 다시 돌려놓는다는 전형적인 용사 이야기를 다룬 ‘어드벤처’는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의 상관 관계에 따라 성배를 지키는 용들을 물리칠 수도 있고 잡혀먹히기도 하며, 게임 플레이 중 등장하는 여러 문제의 해답을 힌트를 조합해 얻을 수 있는 등 지금의 어드벤처 게임의 흐름을 그대로 구현한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내 특수 코드)
(게임 내 특수 코드)

조기자 : ^^; 여담이지만, 이 어드벤처를 개발한 워렌 로비넷은 게임을 개발한 자신을 식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게임 중간에 하나의 코드를 몰래 심어놓았는데, 이 코드는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복도 사이에 벽이 움직이는 일종의 특수 이벤트를 만날 수 있는 코드였죠. ㅎㅎ

게임을 즐기던 한 15살의 학생이 우연히 발견해 ‘아타리’에 문의하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게임을 출시한 ‘아타리’ 역시 이 같은 코드가 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개발자인 워렌 로비넷이 ‘아타리’에게도 알리지 않고 게임 속에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심어 놓았다니.. 재미난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네요. ^^

꿀딴지곰 : 흐흐. 그러면.. 이렇게 마무리해볼까요? 이번 포스팅을 통해 세계 최초의 게임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는지요 조기자님?

조기자 : 아.. 매우 뿌듯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료 조사나 그런 부분에서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만.. 교수님도 매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꿀딴지곰 : 하핫. 세계 최초라는 건 기준에 따라 늘 달라지니까요. 그리고 여러 게임 전문 기자님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저도 이렇게 정리를 한 번 하고나니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느낌입니다. 오늘 조기자님도 고생하셨습니다. ^^

조기자 : 네 교수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자아! 이번 시간에는 '세계 최초의 게임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 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 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꿀딴지곰)
(꿀딴지곰)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조기자)
(조기자)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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