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MSI'는 과연 무엇을 남겼나?
지난 5월 6일부터 24일(한국 시간 기준)까지 장장 18일간 숨 가쁜 일정으로 진행된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이 막을 내렸다.
이번 2021 MSI는 그 어느 때 보다 말고 많고 이슈도 많았던 대회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베트남 지역(VCS)의 우승팀이 참여하지 못해 참가 팀이 11팀으로 축소되어 진행됐고, 중국 LPL 대표로 출전한 로얄 네버 기브업(이하 RNG)이 한국 LCK의 담원 기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등 결과부터 과정까지 큰 이슈 속에서 대회가 진행되었다.
한 동안 이렇다 할 대규모 e스포츠 대회가 없던 가운데 진행된 만큼 전세계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스트리밍 트렌드를 분석하는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이번 MSI 경기 중 최종전인 결승전의 실시간 최고 시청자 수는 무려 183만 9,876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유럽 LEC 대표로 출전한 매드 라이온스와 담원 기아가 맞붙은 4강 2경기는 시청자 149만 2,423명을 기록하는 등 전세계 팬들의 관심 역시 뜨거웠다.
특히, 이번 2021 MSI의 최고 시청자 상위 5개 경기 중 4경기가 담원 기아의 경기라는 것은 T1(구 SKT T1) 이후 글로벌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새로운 LCK 팀이 탄생했다는 것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뛰어났다. RNG의 경우 그룹 스테이지 개막 이후 10일 동안 PSG 탈론에게 패배하기 전까지 뛰어난 경기력으로 12연승을 기록했고, 담원 기아 역시 초반에는 불안했지만, 본선 무대라 할 수 있는 '로열 스테이지'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며, 매드 라이온즈는 기어이 4강에 진출하며, 유럽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RNG와 담원 기아가 맞붙은 결승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마지막 5세트에서 담원 기아가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세계 최고 리그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의 최강 팀 간의 경기다운 치열하고, 극적인 장면이 여럿 연출되어 한국 게이머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코로나 사태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각 팀들의 뛰어난 경기력과 괄목할 만한 시청자 수를 기록한 2021 MSI지만, 라이엇게임즈의 e스포츠를 총괄하는 라이엇 센트럴의 단 하나의 결정이 이 모든 데이터와 성과를 의문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지난 5월 19일 라이엇 센트럴은 MSI 4강 일정을 급작스럽게 변경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로얄 스테이지서 1위를 차지한 담원 기아와 매드 라이온스의 경기가 21일에 진행되어야 했지만, RNG의 중국 방역 정책을 이유로 PSG 탈론의 경기를 21일로 당겨서 배치한 것이다.
3일간 연속으로 4강과 결승이 치러지는 일정인 만큼, 나중에 경기를 진행하는 팀이 불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라이엇은 대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을 어떤 낌새도 없이 경기 이틀 전에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본 기자가 놀란 것은 변경 이유에 대한 라이엇의 해명도, 팬들의 수위 높은 비난도 아니었다.
바로 '프.로.리.그' 우승팀들이 참여한 국제 스포츠 대회의 운영진이 대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토너먼트 일정을 참가 구단과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전세계 어떤 프로스포츠에도 일정이 변경될 때 해당 구단에 양해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일례로 이번 시즌 유럽 축구 일정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되고 그 여파로 구단별로 1주에 3번 경기가 진행되는 살인적인 일정이 시작되었어도 해당 일정이 대회를 운영하는 협회 측과 UEFA가 각 구단과 상의하에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큰 이슈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축구는 물론, 야구, 배구, 농구 등 프로 리그가 운영되는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천재지변, 대형 스캔들, 국가별 정치 논리 등등 다양한 이유로 대회 일정이 변경될 수는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은 리그의 운영 단체와 구단이 함께 의논하고 합의하에 진행된다. 그것이 프로 스포츠의 핵심인 '공정성'을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엇 센트럴이 이번 '2021 MSI'에서 내린 결정은 이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트린 결과로 다가왔다. 분명 RNG가 우승을 차지할 만한 뛰어난 경기를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 변경으로 인해 담원 기아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것도 사실이며, 이 여파가 결승에 미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경기의 결과가 단 하나의 결정으로 온갖 의혹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이것이 바로 공정성이 무너진 결과다. 스포츠 리그에서 모두가 납득할 만한 과정과 합의 도출이 아닌 일방적인 결정은 온갖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이것은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인 팬들이 대회의 결과를 납득할 수 없게 만든다.
만약 이러한 라이엇이 결정이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이나, 'NBA 플레이오프'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을 것이다.
이러한 의혹만 남긴 채 MSI의 우승자는 정해졌고, 모든 대회 일정은 마무리됐다. 이번 담원 기아의 준우승으로 한국 LCK는 오는 연말 진행되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시드권을 추가로 받아 4팀이 진출하게 되었지만, “불공정한 대접”을 받았다는 팬들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과연 라이엇이 이번 2021 롤드컵에서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공정성있는 결정을 내려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