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급하시겠습니까? 다시 출항한 대항해시대4 HD 리마스터
어린 시절 게임하다 말고 교과서(사회과부도)를 찾게 만들었던 코에이의 명작 대항해시대4가 HD 리마스터 버전으로 다시 출시됐다.
지난 1999년에 발매된 대항해시대4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4번째 작품으로, 모험 중심으로 약간의 변화를 가져와 호불호가 갈렸던 3편과 달리,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대항해시대2를 그대로 옮긴듯한 플레이로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워낙 오래전에 출시된 게임이다보니, 중고 제품이 엄청난 가격을 형성해, 많은 이들이 불법복제판의 신세를 지기도 했으며, 일부 능력자들이 인기 만화 원피스 캐릭터를 삽입한 패치를 선보여,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이후에 등장한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온라인 게임이다보니 다소 부담스럽고, 코에이가 선보인 후속작 대항해시대5는 충격적인 모습의 웹게임으로 등장했으니, 출시된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대항해시대 시리즈 팬들에게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23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 이번 대항해시대4 with 파워업키트 HD Version은 대항해시대4와 확장판인 파워업키트, 그리고 휴대용 게임기 전용 이식판 대항해시대4 ROTA NOVA의 추가요소를 수록하고, 해상도까지 HD로 업그레이드시킨 완전판으로 등장했다. 대항해시대4를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저절로 “Shut up and Take my money”를 외칠 수 밖에 없다(리마스터 치고는 가격이 좀 세긴 하지만...).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약간의 보충 설명을 하자면, 기본판 캐릭터인 라파엘, 릴, 호드람, 마리아에 이어 파워업키트 캐릭터인 웃딘, 티알, 쿄타로가 추가돼 총 7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황금 항로 등 휴대 기기 버전의 추가 요소까지 적용됐다.
워낙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고, 이미 수많은 플레이를 통해 재미가 검증된 게임이다보니, 굳이 리뷰를 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긴 하지만, 구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PC 스팀 버전과 스위치 버전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원래 PC로 출시된 게임이다보니, PC 버전이 가장 익숙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픽을 보자면 PC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HD 리마스터라고 해서 굉장히 그래픽이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게임을 새로 만든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물 컷신이야 지금봐도 매력적이지만, 항해 장면은 웃음이 나온다. 원작과 비교하면야 당연히 깔끔해지긴 했지만, 4K 시대로 접어든 지금에 HD 리마스터로 만족하라는게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대신 스위치 버전은 스크린 사이즈가 PC 모니터에 비해 작다보니 PC보다는 보기 좋은 편이다.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게 아니라 PC에 비하면 봐줄만 하다는 얘기다.
조작은 원래 PC 게임이니 PC쪽이 편할 수 밖에 없지만, 이전 PSP 경험 덕분인지 스위치에서도 조작이 엄청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화면 터치 조작도 지원하고, 일괄 매매 버튼이 있기 때문에 교역에서도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다만, 일괄 구입 버튼은 없다). 원래부터 대항해시대4가 짐칸이 한 배당 최대 5개이고, 교역품들이 아이콘화 되어 있어 교역이 훨씬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대항해시대4 특성상 돛 조작 때문에 수동 항해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지만, 스위치에서는 트리거 버튼을 이용해 돛을 조작하기 때문에, 화살표를 활용해 돛을 조작해야 하는 PC보다 간편한 느낌이 있기도 하다. 어차피 자동항해 중심이긴 하지만...
이쯤에서 결론을 내리면 원래 PC 게임이다보니 PC 버전이 더 쾌적한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지만, 스위치로도 꽤 할만하게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전에 PSP 버전을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누워서 대항해시대4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물론, 스위치에서는 앞으로 나올지도 모를 PC 버전의 다양한 패치를 활용할 수 없다는게 단점일 수 있다).
다만, 이전에 출시됐던 다른 게임들의 리마스터 버전들과 마찬가지로 PC, 스위치 버전 모두 현 단계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다. 원작을 정말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에 따라 이벤트가 꼬여서 사라지는 등 버그도 그대로 가져왔으며, 이런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렉이 있고, 번역 오류, 튕김 현상 등 새로운 버그도 꽤 많기 때문이다. 특히, 스위치 버전의 경우 독점 도시와 적 세력이 교전을 벌일 경우 다운되는 현상이 있어, 패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가격이라도 싸게 나왔으면 납득했겠지만, 최신 게임들과 별 차이 없는 가격에, 버그는 잔뜩이니 코에이테크모가 30주년이라는 핑계로 다시 한번 대항해시대 팬들에게 빨대를 꼽으려고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게 당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게임이고, 이전 버전을 구입할 수도 없으며, 현 세대 컴퓨터에서는 돌리기도 힘든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다.
현재 스팀 리뷰를 보면 “외상빚 갚고 갑니다”라는 글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코에이테크모의 장삿속이 괘씸하긴 하지만, 패치를 통해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문제없이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다시 한번 추억에 빠지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으로는 그리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